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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世紀 Enlightener
곽재용 감독의 영화는 젊었을 때, 누군가 한 번쯤은 꿈꾸었을 법한 남녀 간의 사랑을 영화로 잘 표현한다. 물론 그의 과거작과는 달리 최근작들은 현시대에 맞는 상상력으로 탈바꿈하여, 과장적이고 SF적인 요소가 많지만, 그가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변함이 없다. 누구나 꿈꾸고 있는 남녀 간의 사랑이 있다는 것은, 지금 시대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말로 바꾸어 말할 수 있고, 다른 말로는 언젠가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이 현실로 나타났으면 하는 열망이다. 이번 영화는 한, 일 합작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일본식 연애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그렇게 느끼는 것뿐이지 어느 나라 연애 영화든 똑같다. "그래도 작년엔 달랐다.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생일을 축하해주는 여..
내가 읽은 에쿠니 가오리의 책 중 세 번째다. , 를 읽으면서 그녀에 대한 문학적 시선을 느꼈지만 그녀의 초기작에 가까운 이 책을 읽으니 조금 흥미롭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녀의 문학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마치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그녀의 문학적 분위기는 친근하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녀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미처 느끼지 못하고, 알지 못한 소외된 것들에 대한 시선이 남다르다. 물론 그녀의 유별남이 크지만 일본문학은 굵직하고 복선이 강한 영미문학과 달리 삶의 작은 것들에 대한 의미 찾기가 주를 이룬다. 어떻게 보면 일본문학의 분위기는 밍밍하고 그로 인해 감정적이고 우울하다. 이 책의 내용은 절친한 두 여자의 삶을 통해 사랑과 삶의 의미..
일본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들만의 감정과 의식이 우리하고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같은 피부색과 비슷한 사회상을 살고 있더라도 현상과 사물에 대한 이해는 우리와 전혀 다르다. 개인적으로 일본문화를 흥미롭게 생각하고 책과 영화, 음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깊게 들어갈수록 문화적 이질감은 있다. 이 영화에서도 문화적 이질감(어디까지나 개인적인)을 느꼈는데, 간단하게 사소하고 부분적인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점점 스토리 전체가 되어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의 카피인 천재 물리학자와 천재 수학자의 대결보다는, 사람은 어떠한 방식으로도 해석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 영화이다. "논리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이 냉정한..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그러한 인간이 '완전한' 척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정의가 실현된다.'는 법원이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인간 스스로가 만든 법으로 사회 정의를 실현시킬 수 있을까? 또한 인간은 그 법을 토대로 한 재판에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고 사회 정의를 실현시킬 수 있을까? 그렇다면 죄인과 의인은 어떤 기준에 근거하여 결정되는 것일까? 이 영화는 143분 동안 민주사회의 최고의 자랑인 재판에 대해서 비교적 객관적인 상황 설정을 들어, 보는 이들에게 위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왜 하지도 않은 일을 인정해야 하는 거죠?" "정말 안 했어요?" "당신도 마찬가지군." 아침에 회사 면접을 보기 위해 만원 전철을 탄 가네코 텟페이는 옷이 전철문에 끼어서 빼내려고 하다가, 여중생 ..
Miyazaki Hayao 감독의 영화를 오랜만에 보았다. 영화 는 대학 때부터 알고 예고편을 비롯하여 중요 장면들을 어느 정도 보았다. 그래서 영화를 굳이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에 전체를 제대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2년도 영화가 왜 2003년에 한국에서 개봉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이 영화의 예고편을 지금은 사라진 종로 "시네코아" 뒤쪽에 있던 작은 영화관에서 보았던 것 같다. 누군가 함께였고 둘이서 저녁식사도 했었다. 영화관의 이름과 함께 있었던 사람의 얼굴이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 보았던 영화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백업된 예전 블로그의 글들을 뒤적이면 알 수는 있을 것 같지만.. "좋은 놈들은 다 죽었어." 누군가 이 영화를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
뮌스터 한인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작년에 한국에 있었을 때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를 읽은 기회가 있었지만, 친한 친구에게 이 신작을 선물로서 줌으로써 그 기회를 양보했다. 그리고 올해 초 뮌스터 한인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이 책들을 신청했고 한달 반 동안 읽었다.1, 2권으로 구성도었고 3권이 나올 수 있다는 소문이 있지만 읽고 난 후 3권이 나올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완성"된 느낌이 드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언젠가부터 나는 멘시키라는 사람에 대해 지금껏 다른 이에게 느껴본 적없는 친밀함을 품게 되었다. 친근감, 아니, 연대감이라 해도 좋을지 모른다. 우리는 어찌 보면 닮은꼴인지도 모른다-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