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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世紀 Enlightener
故 전태일 열사가 별세한 지 50년이 되었다고 한다. 뉴스에서 알려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정도로 그의 삶과 죽음에 대한 내 기억이 아득해졌다. 10대 때 처음 그의 이름을 들었고, 20대 때 그와 관련된 책과 영화들을 접하면서 한국의 노동운동에 대해 관심을 가졌었다. 지금도 "분신자살"(焚身自殺)이라는 말이 섬뜩한데, 1970년 11월 13일 오후 2시쯤 23살 전태일은 자신의 몸에 석유를 뿌린 후 불을 붙였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말을 외치며 타 죽었다. 누군가 죽어야 노동현장의 불법과 불의를 밝힐 수 있다는 결단에서 비롯된 마지막 저항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말버릇처럼 "법대로 하자!"는 사람들이 많은데, 법을 지키지 않아서 전태일 열사 사후 노동현장에서 죽은 사람들의 수..
새 고액권 지폐에 들어갈 초상인물로 10만 원권에는 백범 김구,5만 원권에는 신사임당이 선정됐다. 그러나 여성계에서는 신사임당의 삶이 현대에 맞지 않은 면이 많기 때문에 반대 입장을 취했다. 물론 나 역시 신사임당이 여성계가 말하는 대로 전통적이고 폐쇄적인 여성 이미지를 상징한다면 찬성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현대 여성상에 맞지 않다는 근거로 거부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시대에 따라 여성에 대한 이미지는 다르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여성의 이미지를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칫 여성의 삶을 한쪽 방향으로만 규정할 수 있고 여성들 스스로가 여성들을 차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계는 “신사임당이 현모양처의 전형적인 상이기 때문에 안된다.” 고 한다. 이유로 여성차별적인 유교적 질서에 충실한 삶을..
이제 그만 좀 하자. 무슨 고자질 하는 것도 아니고 연예부 기자들은 연예인들 뒷조사하면서 몰카나 찍고 약점 잡고 늘어지는 게 특기인가? 아무리 자기 밥그릇 채우기 위해서 노력한다고 하는 짓이지만 작작 좀 해라. 너희 기자들에 의해 죽어나간 연예인만 벌써 한 트럭 되려고 한다. 안 그래도 힘들고 더러운 꼴은 다 보고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는 연예들에게 진실된 위로나 거짓 없는 밥 한번 사지 못할 망정 계속 죽일 생각이면 아예 대놓고 칼질을 해라. 그게 더 나아 보인다. 최근 '소녀시대 태연의 간호사 발언 논란' 도 그렇다. 간호사가 점심시간이라는 이유로 환자를 돌보지 않았던 것에 대한 태연의 말은 일리가 있다. 그런데 너희 기자들은 연예인이 말했다는 이유로 네티즌들에게 뭔가 부정적인 성향을 끌어내려고 하는 ..
TV를 통해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善終)과 장례를 지켜보면서, 한 나라의 추기경이자 가톨릭의 수장으로서 평생을 선한 일에 힘썼던 생전의 모습을 기억하자니 애도감은 더욱 컸다. 나야 편한 세상에 태어나 이전 세대가 겪은 암울했던 시대는 잘 모르지만 신부로서 종교의 신념을 가지고 그 암울하고 험한 시대에 약자를 대변하고 불의에 투쟁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생각해보면 지금같이 어지러운 세상에 종교계의 외침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비호감이 되었다. 예로부터 성인들의 삶에는 그 시대 사람들이 깨닫지 못한 선견(先見)과 선판(先判), 선행(先行)이 있었다. 성인들은 묵묵히 자신의 깨달은 것을 삶 속에서 나타냈고, 성인들의 가르침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얼핏 ..
'#MeToo' 운동이 한국에서도 활발하다. 누군가가 먼저 고백하지 않았으면 시작될 수 없었고, 그 고백이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하거나 사회 각 분야에서 연이은 고백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활발할 수 없었던 운동이었다. 물론 시류에 편승한 운동으로 적당한 때가 지나면 끝날 것이라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운동은 사회 구성원들 전체가 고민하여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는 명분을 주어 다양한 사회 운동을 가능하게 하고, 법의 실용성에 대한 논의와 인권 신장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운동이다. 사회 내 새로운 변화는 시민들이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공론화가 이루어져야 가능하고, 그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반드시 목격되어야만 하는 정치 체제의 증거이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
인공 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5번기 대국은 독일에서도 매시간 보도될 정도로 흥미로운 승부였다. 바둑은 유럽에서 인기 있는 게임은 아니지만 사람과 컴퓨터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서로의 능력을 겨룬다 것은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기 충분했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의 인류 문명과 기술이 어디까지 이르렀고 앞으로 어떻게 발달될 것인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5번기 중 가장 재미있게 본 대국은 2국이었고 인공지능의 한계를 본 것은 4국이었으며 인간의 한계를 본 것은 5국이었다. 2국에서 백을 쥔 이세돌 9단은 수비적이고 신중한 바둑을 두었고 흑을 쥔 알파고는 공격적인 바둑을 두었다. 아무래도 흑을 쥔 알파고 입장에서 백에게 주어지는 덤(7.5집)을 만회하기 위해 실험적이고 예상 밖의 수를 두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