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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世紀 Enlightener
창문 밖 저녁 하늘이 빨갛게 익는다. 서서히 뚜렷해지는 기억들에 감정들이 문득 어우러진다. 지금 기억나는 것은 웃는 얼굴과 그 소리. 귀여운 코에서 흘러나와 점점 얼굴로 퍼져가던 웃음. 콧노래 같은 그 소리. 아마 오랫동안 잊지 못하겠지. 지금까지 가장 행복했던 시절. 사는 게 귀찮은 것인지, 귀찮은 게 사는 것인지, 온몸에서 느껴지는 삶의 무게는 잘게 스며든 고통. 이 고통이 계속되는 한,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도 계속된다. 눈치 볼 사람도, 비교할 사람도, 지켜볼 사람도, 없다. 惡을 惡으로 갚고 싶진 않다. 교활하고 돼먹지 못한 사람이지만, 어딘가 불쌍하고 가엾다. 누군가로부터 사랑받지 못했고, 아마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를 것이다. 거짓말과 위선을 일삼는 졸보에게 기력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가을이 일찍 온 듯 일주일 가까이 서늘한 바람과 비가 내렸고, 아직 여름이라며 뜨거운 햇살이 창문을 너머 방 안 가득히 내리쬐었다. 여기가 비가 오면 거기도 비가 왔고, 거기에 해가 뜨면 여기도 해가 떴다. 아침과 저녁에 서늘한 바람이 불고, 하늘에 얽힌 구름의 모양들을 보니, 이제 가을이다. 7월 초에 있었던 논문 발제는 유익했다. 약 1시간 30분 정도 질의응답이 오갔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말했고, 다음에 발제할 부분들도 말했다. 오랜만에 교수님과 반응이 빠른 대화를 나눴다. 참여한 학생들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앞으로 몇 번을 더 해야 하는 것일까? 6년이 다 되어도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고 있다. 두 번 이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윤석열의 대한민국을 만들었고, 이재명 당 ..
봄에서 여름으로. 봄이 되었다고 느끼는 몇 가지 있는데, 거리에 노란 수선화와 목련이 피고, 차가웠던 빗소리가 따뜻해지며, 밤에 더 이상 난방을 하지 않는다. 5월이 되어서야 봄을 느꼈다. 6월이 되니 방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여름이 있다. 그날들 속에서 이 글을 쓴다. 물가가 올랐다는 것이 이상하게 낯설다. 코로나 대유행 전까지는 50유로면 일주일을 살았다. 대유행 이후에는 70유로가 필요하다. 사람 사는 것이 왜 이렇게 험난한가? 한국은 더 올랐다고 하더라. 한번 오른 물가는 내려오지 않으니, 개인의 삶이 위태로워진다. 검소한 삶은 이럴 때 유익하다. 얼마나 언제까지 유익할까? 전쟁과 전염병이 또 다른 전쟁과 전염병을 낳았다. 살아남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낯설다. 사는 것이.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
춥고 축축한 1월이었다. 밤에 롤 블라인드 너머로 비가 내리는지 눈이 내리는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듣다가, 아침이 되면 올라가는 롤 블라인드 너머로 창백한 풍경들을 보았다. 어떤 날은 눈이 쌓여 있었고, 어떤 날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공통적으로 추웠다. "특별할 거 없는 겨울 끝이죠." 음.. 끝은 특별할 거 없는 겨울. 가족 외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묘한 편안함을 느낀다. 의무가 사라진 사람에게 남은 것은 의지에 따른 결정들이다. 이전 사람들에게 그 사람은 잊힐 것이고, 잊히고 있으며, 잊혔다. Donald와 Ingrid를 거의 2년 만에 만났다. 서로 멀지 않은 지역에서 살고 있지만, 최근 두 번의 만남은 모두 Musiktheater im Revier였다. 함께 발레 공연..
2022년 12월 마지막 날. 이렇게 또 한 해가 빨리 가고 있다. 독일에서의 최근 5년은 시간의 빠름을 깨닫고 체감하게 한다. 내일이면 유학을 시작한 지 10년이 된다. 정말 말은 씨가 되려는 건가? 그 씨에서 무엇이라도 나와야 했고, 그럭저럭 성장하여 이제 어떤 것이 되려고 한다. "지금 운다고 뭐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야!" 울지도 않고 울 필요도 없다. 나를 위한 눈물은 아주 오래전에 말랐다. 필요한 근육과 근력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한다. 맨손운동을 하고 일정 거리를 달린다. 배에 문신 같은 "王"을 새길 이유가 없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열정은 상상만 해도 부담된다. 프로 운동선수들이 대략 30세 전후로 은퇴 또는 기량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몸은 쓸수록 망가지고 그 쓸모를 다하면..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는데, 그날이 오니 기분은 구름처럼 둥실둥실. 애써 또렷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의연하게 이 교회에서의 마지막 사역을 했다. 예배는 평상시와 같았고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준비한 송별. 편지들을 읽어주었고 편지들과 선물들을 주었다. 감정이 격해지지 않게, 먼저 웃으며 감사와 작별을 표했다. 은사님과 사형들이 사역한 교회에서,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3년 한 달 동안 사역하였다. 처음 사람들 앞에서 했던 말. "정직하고 성실하겠습니다." 이것 외에 다른 어떤 말들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신의 도구이고, 도구는 그 역할을 정직하고 성실하게 드러내야 한다. 3년 한 달 동안 이 교회에서 내가 얻고 이룬 공로는 없다. 모두 신의 계획이자 신이 걸은 길이었다. 비록 그것이 인간의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