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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모양처는 어느 시대든지 필요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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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모양처는 어느 시대든지 필요하다.

EAST-TIGER 2020. 7. 20. 05:01

 

새 고액권 지폐에 들어갈 초상인물로 10만 원권에는 백범 김구,5만 원권에는 신사임당이 선정됐다. 그러나 여성계에서는 신사임당의 삶이 현대에 맞지 않은 면이 많기 때문에 반대 입장을 취했다. 물론 나 역시 신사임당이 여성계가 말하는 대로 전통적이고 폐쇄적인 여성 이미지를 상징한다면 찬성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현대 여성상에 맞지 않다는 근거로 거부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시대에 따라 여성에 대한 이미지는 다르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여성의 이미지를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칫 여성의 삶을 한쪽 방향으로만 규정할 수 있고 여성들 스스로가 여성들을 차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계는 “신사임당이 현모양처의 전형적인 상이기 때문에 안된다.” 고 한다. 이유로 여성차별적인 유교적 질서에 충실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신사임당을 현모양처이기 때문에 거부한다는 것은 여성계 스스로 가진 시각에 갇힌 것이며 서구적인 가치관에 해석된 것이다. 서구의 근대적 가치관으로 보면, 한국의 역사와 문화는 모두 부정의 대상이 될 뿐이다. 그렇다면 현재 지배계급으로 편중된 화폐 인물들은 다시 선정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여기에는 여성에 대한 이분법적 세계관이 있다고 본다. 마치 가정생활은 악, 사회생활은 선이라는 구도다. 이런 논리는 아이를 기르고, 가정살림을 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스스로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 일부 여성들을 패배적으로 만든다. 물론 그런 여성상을 서로 제한할 수 없지만 그게 꼭 이상적인 것일까? 모든 여성들이 빌딩 숲을 누비며 지성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한, 흔히 ‘커리어우먼’으로 성공해야 진짜 여성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모든 여성들은 저마다 자신이 그리는 여성상이 있다. 그것은 개인적인 것이기에 정해져 있지 않고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화폐 인물로 신사임당이 선정된 것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당시 시대는 가부장적 사회가 절정이던 조선시대다. 그녀는 지극한 효녀였고, 어진 아내고, 훌륭한 어머니였다. 특히 어리석은 남편을 깨우쳐 입신양명하게 하였고 아들 이이는, 그를 따르는 제자가 백대(代)가 넘었다. 뿐만 아니라 문학과 예술에 뛰어나 글씨와 그림, 바느질과 자수에 이르기까지 정통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사람이 제 아무리 뛰어난 재주를 지녔다 할지라도 인격과 덕을 갖추지 못했다면 그것은 한낱 재주꾼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나 신사임당은 인격도 뛰어났고 덕 또한 높았다. 한마디로 조선시대의 ‘원더우먼’이었다.


나는 오늘날 문제시되는 여성상인 ‘된장녀’, ‘명품녀’ 등은 유머로 넘기면서 그 문제에 대한 심각성은 왜 주목하지 않는지 더 궁금하다. 이런 점에서 신사임당은 되새겨봐야 할 의미 있는 여성상의 모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2008.12.2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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