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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은 인권운동이다

EAST-TIGER 2020. 11. 14. 06:14

  故 전태일 열사가 별세한 지 50년이 되었다고 한다. 뉴스에서 알려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정도로 그의 삶과 죽음에 대한 내 기억이 아득해졌다. 10대 때 처음 그의 이름을 들었고, 20대 때 그와 관련된 책과 영화들을 접하면서 한국의 노동운동에 대해 관심을 가졌었다. 지금도 "분신자살"(焚身自殺)이라는 말이 섬뜩한데, 1970년 11월 13일 오후 2시쯤 23살 전태일은 자신의 몸에 석유를 뿌린 후 불을 붙였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말을 외치며 타 죽었다. 누군가 죽어야 노동현장의 불법과 불의를 밝힐 수 있다는 결단에서 비롯된 마지막 저항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말버릇처럼 "법대로 하자!"는 사람들이 많은데, 법을 지키지 않아서 전태일 열사 사후 노동현장에서 죽은 사람들의 수가 그 얼마던가? 매년 사고로 치어 죽고, 끼어 죽고, 깔려 죽고, 빠져 죽고, 병들어 죽는 사람들이 신문과 뉴스에 보도된다. 그러나 해당 기업인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거나, 노동현장과 조건을 개선하고 같거나 비슷한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려는 대책들을 세우는 경우는 드물다. 국회의원들이 사고 현장에 찾아가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고 관련 법안들을 만들었지만, 국회를 통과한 법안들은 원안이 대폭 수정되었거나 안건으로도 채택되지 못해 법사위에 계류되어 자주 폐기되었다. 그나마 원안에 가깝게 통과된 법안들은 유족들 간절함과 관심 있게 지켜본 여론 때문이었다. 

 

  노동의 가치와 그에 따른 처우가 한 나라와 사회의 준법과 인권을 확인하는 척도들 중 하나가 된 지 오래다. "직업에 귀천(貴賤)이 없다"면 노동의 가치와 그 처우도 그러해야 한다. 하지만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원과 사장 간의 임금과 노동 환경의 차이는 크고 당연시되었다. 이 차이가 회사와 사회 내 뚜렷한 계급을 형성하게 했고, 노동운동을 멈출 수 없는 확실한 이유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 노동운동이 여전히 좌파의 의제가 되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프레임에 갇혀있다. 아르바이트생부터 대통령까지 노동자인데, 노동문제가 어떻게 좌파의 영역에만 머물 수 있을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보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힘이 더 강해서 그렇다. 법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거나, 그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에게 불리하기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갑질"과 "문자 해고", "보상권 청구", "단식투쟁", "1인 시위"등이 두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진다. 그러나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것이  전태일 열사가 죽은 이유이자, 열사의 정신을 되새겨야 할 이유이다.   

 

  노동운동은 인권운동이다. 우리 사회의 노동문제들은 인간 기본권에 관련된 것들이다. 인간 개개인은 똑같은 생명의 가치를 가졌지만, 노동 현장에서 가장 많이 죽은 사람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또한 직장 내 성범죄와 가혹행위들을 당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부지기수이다. 매년 최저 임금을 물가 상승률에 맞춰 올리는 것은 못마땅해하면서 자신의 임금을 올리는 "살찐 고양이들" 같은 고용주들이, 쉬운 해고를 원하고 있다.  전태일 열사의 바람대로 노동시간은 표면적으로 단축되었지만, 탄력적 노동시간으로 과로하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많다.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된 사업장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여 주말에도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노동자들은 기계가 아니고 노예가 아니다. 일한 만큼 돈을 받는 것이고 그 돈을 받는 것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노동의 가치가 인정된다. 

 

  故 전태일 열사가 별세한 지 50년이 된 지금, 그의 정신을 본받아 열사의 분신(分身)들처럼 노동문제에 뛰어들었거나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다. 코로나 사태로 고용시장이 얼어붙고 기업들은 인원감축으로 실업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매년 높게 인상됐던 최저임금도 올해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노동환경 개선에 집중하여 안전과 인권 존중이 우선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언제 노동자들이 자신들을 두른 쇠사슬을 끊고 자유를 얻을 것인가? 노동의 가치가 삶의 행복으로 이어져야 한다. 

 

  노동 운동을 하는 모든 이들의 수고와 노력이 그 바람에 걸맞게 보상받는 날이 오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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