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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oo' 운동: 지배 관계에서 권력 관계로의 전환

EAST-TIGER 2018. 3. 8. 08:09


 '#MeToo' 운동이 한국에서도 활발하다. 누군가가 먼저 고백하지 않았으면 시작될 수 없었고, 그 고백이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하거나 사회 각 분야에서 연이은 고백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활발할 수 없었던 운동이었다. 물론 시류에 편승한 운동으로 적당한 때가 지나면 끝날 것이라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운동은 사회 구성원들 전체가 고민하여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는 명분을 주어 다양한 사회 운동을 가능하게 하고, 법의 실용성에 대한 논의와 인권 신장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운동이다. 사회 내 새로운 변화는 시민들이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공론화가 이루어져야 가능하고, 그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반드시 목격되어야만 하는 정치 체제의 증거이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말에 따르면 인간은 힘의 관계 또는 권력 관계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 이 관계는 대립하는 힘들 간에 누구라도 저항할 수 있는 힘의 가능성이 있어야 유지될 수 있다. 즉 특정한 힘이 관계 내의 힘들을 독점하여 그 힘을 사용하면 권력 관계는 지배 관계가 된다.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그리고 집단은 외부세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의 방식들이 있고 문명이 발전할수록 다듬어져 도덕과 법으로 나누어 합의되고 보장되었다. 이것은 권력 관계 내 "저항할 수 있는 힘의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대부분 지배 관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처음으로 형성하기에, 도덕과 법은 그러한 관계 내에서는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가족과 친구들, 일터 내에서 형성된 지배 관계들은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들을 양산한다. 그리고 그 행위들은 힘의 불균형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인정과 또 다른 피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하여 고발되지 못한 채 침묵 속에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MeToo' 운동은 지배 관계 내에서 행해지는 불의한 것들에 대한 저항 운동으로서, 지배 관계에서 권력 관계로의 전환을 사회 각 분야에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성들이 지배 관계에서 당한 성적 피해를 고백하여, 인류 역사의 오랜 "적폐"이자 이성적 인간의 가능성을 의심하게 하는 실례(實例)를 공론화 한 것이 이 운동의 최대 성과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고백이 여러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어 자발적으로 이 운동에 동참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은, 마치 하나의 촛불이 다른 초들로 옮겨붙어 그 빛을 더욱 밝게 하는 그것과 같다. 결국 누군가는 초에 불을 붙여 "희망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했고 다행히 그 불이 꺼지지 않아서 그 가능성이 현실이 되었다. 이 동질감이 '#MeToo' 운동의 동력이다.


 일본군 위안부,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광주 인화학교 사건, 장자연 자살 사건, 종교집단 내 성범죄 등, '#MeToo' 운동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고 오늘에 이르렀다. 개인이나 집단이 독점하거나 우위에 있는 힘을 사용하여 약자에게 언제라도 폭력을 행하는 것은 동물에게도 없는 인간의 잔인함이다. 성별과 폭력의 종류에 상관없이 이러한 운동은 최대한 사회 각 분야로 확산되어야 하고 유사한 운동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그래서 피해자나 고발자들의 증언들이 증명되면 가해자들은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더 이상 고발자들이 변함없는 가해자의 폭력과 불법을 멀리서 또는 숨죽여 지켜보며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거나 체념하게 해서는 안된다. 이는 역사 문제나 공소 시효가 지난 사건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시민의 의견과 외침은 그 자체가 권리이다. 권리 행사를 하는 것에 있어서 망설이고 고민하거나 내부 고발자들에게 부당 또는 차별 대우를 받는다면, 지배 관계를 인정하는 민주주의의 이중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이중성은 순수한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점에서 개헌을 추진하는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의 '#MeToo' 운동의 시작과 흐름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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