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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서 1승 이상을 할 수 있는 팀이 되었다

EAST-TIGER 2018. 6. 28. 08:44


  후반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 들은 감정들은 미묘했다. 한국은 90분이 지난 인저리 타임 때 두 골을 넣었다. 그때까지 수비에 집중했고 역습에 기반한 공격은 큰 효과가 없었다. 반면 독일은 좋은 기회들을 만들었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냉정하게 보면 이번 경기에서 한국은 모든 면에서 독일보다 부족했다. 아마 독일이 먼저 한 골을 넣었다면 경기의 양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축구에서 득점이 나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기였다. 한국은 독일 선수들의 조급하고 경기 막판 어수선한 분위기를 이용하여 두 골을 득점했고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독일을 이겼다. 양 팀은 1994년 미국 월드컵 조별 예선 세번째 경기와 2002년 한일 월드컵 준결승 경기에서 만나 매 경기 명승부를 만들었고, 이번에도 명승부였다. 


  경기가 끝난 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월드컵에서 1승 이상을 할 수 있는 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팀을 상대로 "선 수비 후 역습" 전술과 몇몇 특정 선수들을 의존한 공격 전개, 그리고 투박하지만 많은 활동량으로 협력 수비를 하는 것은 한국 축구의 특징들로 외국에서 보여질 것이다. 아쉽게도 스페인, 프랑스, 독일, 브라질처럼 선수들 간 정교한 패스 플레이로 공격이 전개되고 세트 피스에서 다양한 약속된 플레이들로 득점 하는 것은 한국 국가대표팀에서 당분간 보기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 축구의 특징들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킨다면 분명 앞으로 있을 월드컵에 어떤 팀을 상대로도 통할 수 있다고 본다. 원래 이러한 특징들이 한국 축구의 "밑천"이자 "스타일"이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성적들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전까지는 좋았다. 좋은 선수들이 국가대표로서 계속 나타났고 청소년 대표 선수들도 잘 성장했다. 그러나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한국 축구의 큰 문제를 보여 주었다. 선수 개개인들은 역량이 뛰어나지만 팀으로서 확실한 전술을 바탕으로 한 조직적인 플레이가 보이지 않는다 점이다. 무엇보다 월드컵을 몇 달 앞두고 새로운 감독이 급하게 선임되는 것이 낯설지 않게 되었고 그로 인한 좋지 않은 결과들도 이번 월드컵까지 계속됐다. 이것이 현재 다음 월드컵을 준비하는 것에 있어서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이다. 


  많은 축구 팬들이 바라는 것처럼 축구협회 차원의 개혁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고, 외, 내국인 감독에 상관없이 현대 축구 흐름을 읽고 자신의 전술이 확실한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 개막 10개월 전에 선임되었지만, 이미 슈틸리케호에서 수석코치로 활동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충분히 기존 선수들과 새로운 선수들 개개인들도 빠르게 파악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자신이 가진 생각들을 실현시키지 못했고 선수들 역시 자신들의 플레이에 답답해 했다. 아마 축구 팬들은 조별예선 첫 경기인 스웨덴 전에서 큰 실망을 했을 것이다. 도저히 국가대표급 레벨로 보이지 않는 패스 플레이와 수비에만 치중한 전술은 실점을 기다리는 팀 같았다. 독일과의 경기을 본 사람들이라면 스웨덴과의 경기를 가장 아쉬워 할 것이다. 또한 조직력이 좋은 팀이라면 어느 포지션이든 대체할 선수들이 준비되어 있어야 했다. 장현수, 김영권 외에 오반석, 윤영선, 정승현 등 중앙 수비수들이 세 명 더 있었으나, 마지막 독일과의 경기에서 윤영선만이 부진했던 장현수를 대신해 중앙 수비수로 뛰었다. 좋은 역량을 가진 선수들이 우선 주전으로 뛰어야 겠지만, 그동안 신태용 감독의 경기들을 보면 상대 팀에 따라 선수 기용을 하고 전술적인 효과를 본 경기가 드물었다. 그만큼 신태용 감독의 전술과 팀 운영은 아쉬웠다고 생각한다. 


  독일과의 경기는 이번 월드컵 최대 이변이라 해도 과한 표현이 아니다. 그리고 그 경기는 한국 축구에 새로운 기록과 기억을 남겼다. 그리고 앞으로 대표팀을 이끌 선수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킥 정확도는 좋지 않지만 침착하고 반사신경과 위치선정이 뛰어난 골키퍼 조현우, 중앙 미드필더와 프리킥 스페셜리스트로 활약할 수 있는 정우영, 빠르고 과감한 플레이를 하는 이승우, 이번 월드컵에서 확실히 수비에 눈을 뜬 김영권, 현재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 등은 앞으로 있을 경기들에서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주장 기성용도 본인이 계속 대표팀 생활을 하기 원한다면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은 아닐 것이다. 


  한국의 러시아 월드컵은 이제 끝났지만 새롭고 능력 있는 감독이 선임되고 축구협회가 지속적으로 자기 성찰과 변화를 시도한다면, 언젠가 다시 한번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와 유사한 또는 그 이상의 결과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날들은 먼 것처럼 느껴지지만 4년 뒤에 일어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대표 팀 감독 선임에 있어서 국민청원과 비슷한 방식으로 축구 팬들의 의견을 모으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선수 선발이나 경기 전, 후 전술과 피드백에 관하여 감독과 코치친 그리고 팬들이 서로 의견들을 나누는 것도 시도했으면 한다. 실제로 일부 팬들은 응원만 하는 것이 아닌 축구 전술과 운영을 논할 수 있을 만큼 견식을 가졌다. 대표팀 운영진의 좀 더 과학적이고 창의적인 행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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