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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수환 추기경의 善終을 애도하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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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수환 추기경의 善終을 애도하며..

EAST-TIGER 2020. 7. 20. 04:48

 

TV를 통해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善終)과 장례를 지켜보면서, 한 나라의 추기경이자 가톨릭의 수장으로서 평생을 선한 일에 힘썼던 생전의 모습을 기억하자니 애도감은 더욱 컸다. 나야 편한 세상에 태어나 이전 세대가 겪은 암울했던 시대는 잘 모르지만 신부로서 종교의 신념을 가지고 그 암울하고 험한 시대에 약자를 대변하고 불의에 투쟁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생각해보면 지금같이 어지러운 세상에 종교계의 외침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비호감이 되었다.


예로부터 성인들의 삶에는 그 시대 사람들이 깨닫지 못한 선견(先見)과 선판(先判), 선행(先行)이 있었다. 성인들은 묵묵히 자신의 깨달은 것을 삶 속에서 나타냈고, 성인들의 가르침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얼핏 보면 성인들의 삶은 인고하고 그들의 깨달음은 난해하고 복잡한 것 같지만 사실 너무나 단순하다. 그들의 가르침의 핵심은 공통적으로 '사랑'으로 귀결된다. 즉 많은 성인들은 '사랑'이라는 위대한 깨달음에 삶을 맡긴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사회의 약자들 편에 섰고, 불의에 저항하여 정의를 구현하려 했으며 청빈한 삶을 살았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사랑'의 원천인 기독교, 특히 한국 기독교계에서 '사랑'의 의미는 희미해졌다. 저마다 입으로 이웃사랑과 축복을 말하지만 몸과 마음으로 실천하는 모습은 드물다. 형식적인 교제와 나눔은 일반화되었고 교인들은 점차 교회를 떠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얼마 전 교계 신문에서 기독교의 성장률이 타 종교에 비해 감소세로 돌아선 것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기독교계는 변화의 목소리는 많지만 실천과 헌신의 모습은 적다. 최근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요란스럽게 사회복지사업을 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교회의 '보여주기 식' 자랑에 지나지 않는다. 필자가 생각해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기독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냉정하고 비호감적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기독교의 핵심이 아닌가? 가끔 사랑의 단편적인 면만 부각되어 아쉽지만 나는 사랑의 실천자의 모범으로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를 추천한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인이면서도 나치 정권에 대항하여 사회정의 구현에 헌신했다. 주변에서 미국으로의 망명을 권유했지만 그는 끝까지 남아 히틀러라는 '미치광이 운전수'로부터 승객과 시민들을 구하려 노력했고 실의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불어넣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나치 정권으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죽음 앞에서도 당당했고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배우고 깨달은 예수님의 '사랑'을 몸과 마음으로 실천하였다. 그가 죽은 지 벌써 65년이 다 되었지만 그의 신학과 의로운 삶에 감명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그의 삶을 본받으려고 했고 대다수의 신학자들이 그의 신학에 영향을 받아 지금도 기억하고 존경하고 있다.


종교 내의 분쟁과 세속화로 사회적 불신과 냉기가 절정인 이때에 온 나라가 한 종교인의 의로운 임종을 애도하는 것은 놀라우면서도 생각해 볼 일이다. 누군가의 죽음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슬픔과 그리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훌륭한 삶을 살아야 가능할까? 단순한 진리를 가지고 고귀한 삶을 살다 간 많은 성인들처럼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은 종교를 떠나 참된 종교인의 삶이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살피게 한다. 물론 성인들처럼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어서 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성인이 다른 사람들과 구별된 성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쉽지는 않았다는 것이니까. 그러나 이 글을 보는 우리 학우들이 기독교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예수님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실천하며 살아간다면 누가 기독교와 성직자들을 비판하고 우습게 볼까? 나는 그 첫 시작이 '사랑'의 실천에 있다고 본다.

 

끝으로 김수환 추기경이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긴 "세상에서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아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 말에 나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2009.02.21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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