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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문재인의 차이가 더 분명해졌다

EAST-TIGER 2019. 10. 14. 19:29

 

  대통령이 바뀌어서 달라진 것들은 많다. 무엇보다 이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보다는 정부 기관들의 정책들과 언론, 시민의 의사표현 방식들도 그 정도가 더 다양하고 공개적이다. 그래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그 일가의 의혹에 대해 국민들 간의 의견 대립은 어떤 분열이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한다. 덕분에 지금은 사회 여러 분야의 "민낯"들을 뚜렷하게 보고, 그것들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기이다. 만약 지난 대선 후보자였던 홍준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어 자유 한국당이 여당이었다면, 대선 때 말한 "참여"와 "개혁"이라는 단어들이 참 무색했을 것이다. 아마 청와대나 광화문 근처에 차벽이 세워지는 광경을 또 보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한국의 보수들은 무엇을 바꾸고 드러내는 것보다 지키고 막는 것에 탁월하고, 법적으로 탄핵된 박근혜의 사면을 요구하며 반대 세력을 "공산주의자", "종북좌파"로 이름 붙이고 있다.   

 

  특정한 사람들이 개혁을 총괄하며 완수할 수는 없겠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둘 다 사법개혁을 위해 적합한 인물들이라 생각한다. 이론과 실제의 결합처럼 보였으니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 환상의 조합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둘이 같은 시기에 재임하는 것이 불운이 되었다. 이 불운의 원인은 그들을 담은 "그릇"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정책에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시간차를 두고 둘을 기용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실권자로서 재능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알아보는 눈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들을 적절한 시기와 자리에 기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 정권에서 조국과 윤석열은 상징적인 인물들이고 문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다. 그래서 "조국 대전" 동안 이 둘 중에 어느 하나를 잃는다면, 문 대통령과 여당에게 타격이 클 것이 예상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스스로 확신이 있었다면, 언론과 야당의 광기에 맞서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하고, 검찰개혁과 함께 다음 진행할 개혁들을 시작하면서 이슈 선점을 했어야 했다. 어쨌든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고 아직 정권의 힘도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국 장관은 오늘 사퇴를 선택했고 문 대통령은 유감을 표명하며 엄청난 부담과 함께 국정 운영을 하게 되었다.  

 

  조국 장관의 사퇴로 노무현과 문재인의 차이가 더 분명해졌다. 각자의 성향과 소신이 다른 것은 당연하지만, 문 대통령은 자신의 판단과 결정에 확신이 없어 보인다. 그럼 그 판단과 결정을 지지한 국민들은 무엇이 되는가? 조국을 장관으로 임명할 때부터 자유 한국당과의 전면전은 불가피했고, 그 여파가 부담이 되었으면 낙장불입(落張不入)인 정치판에서 진작에 조국을 "지금" 장관으로 기용하지 말았어야 했다. 차라리 민정수석이 아닌 법무부 장관으로 우선 기용했거나, 지금은 검찰을 윤석열 총장에게 맡기고 국회에서 패스트 트랙 법안들이 조속히 처리되도록 야당을 압박하며 개혁에 대한 강경한 입장들을 표명했다면, 국민들이 개혁의 필요성을 지금과는 다른 느낌으로 접했을 것이다. 어차피 검찰뿐만 아니라 경제, 선거, 언론 등 법을 바꿔야 가능한 개혁들이다. 지금은 시행령들만 바꾸고 있으니 혹시라도 정권이 교체되거나 패스트 트랙 법안들이 처리되지 않으면, 언제라도 회귀가 가능한 것들이 아닌가? 만약 법안들이 통과된 후에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했다면 개혁은 더 가속화되었을 것이다. 이런 가정들이 의미 없게 된 지금, 개혁의 걸림돌은 검찰이 아니라 내심 개혁 자체를 반대하는 일부 야당들과 그에 맞는 선동적 프레임을 만드는 언론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지금 이들과 싸워 개혁들을 진행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보여준 문 대통령과 정권의 성향상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퇴임 때까지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을 수도 있겠지만, 국민들은 퇴임 후 문 대통령을 어떻게 추억할까? 단기필마(單騎匹馬)로 정도를 넘은 언론과 반대 야당들에 맞서 싸우던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그 무모함과 바보스러움이 새삼 그리워지고 미안해지는 오늘이다.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도, 여당이 국회 과반을 확보할 수 있어도, 법령 한 줄 쉽게 바꿀 수 없는 법치 민주주의의 힘겨움 속에 산다는 것이, 민주주의 또는 어떤 이념 자체가 자신의 이론들로 인하여 그 의미를 퇴색시키거나 다른 의미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설득과 신뢰가 상실된 시대에서 무엇을 하거나 바꿔보겠다고 의지를 다지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가. 또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겠지만, 또 길거리에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모이겠지만, 정말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아득하기만 하다. 이게 대한민국에 사는 어떤 질서이자 법칙이었다면, "혁명과 쿠데타가 개혁보다 쉽다"던 세간의 말이 오늘은 아주 조금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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