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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는 정말 눈치가 없는 것일까?

EAST-TIGER 2020. 7. 20. 04:44

 

남녀가 사랑하다가 결별하는 것은 대부분 성격차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성격차이가 생긴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어차피 자라온 환경이나 교육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은 양보와 희생이 필요하다. 그것은 누군가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것이 될 수 있고, 마음의 상처를 동반할 수도 있다.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마저도 사랑라는 단어에 품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진실로 사랑한다면 그것마저도 아름다움이니까.


나는 요새 남북한의 관계를 남녀 간의 관계로 비유하고 싶다. 그러나 처음부터 좋은 만남은 아니었다. 나도 그렇지만 지금 세대들이 전혀 모르는 6.25 전쟁은 분명 있었던 비극의 사건이었고, 그 후로도 북한의 대남도발은 지금까지 심심치 않게 시도 되고 있다. 그래도 지리상 붙어 있을 수밖에 없는 두 나라는 형식적인 교류만 오고갔을 뿐, 큰 발전이 없다가 2000년대 들어서 급속도로 친해졌다. DJ정부부터 참여정부까지 10년 동안 남북한은 그 전의 어떤 시대보다 관계적인 면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간단한 예로 두 대통령은 임기 때 북한에 가서 김정일 만나고 왔다. 그리고 각각 괜찮은 남북합의서를 들고 돌아왔다. 이 일로 DJ는 한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았으니 세계적으로도 큰 관심사였고 냉전의 종식은 눈앞까지 온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MB정부의 개막은 북한의 체제 위기와 맞물려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MB의 대선 당선 때부터 이러한 결과를 예상을 했지만, 너무 빠른 진행이다. 잠시나마 좋았던 관계도 이제는 북한의 일방적인 통보로 바뀌었고, 나름 국내 중소기업들의 활로였던 대북사업은 위기에 처했다. 누구를 탓할 것인가? 국민의 대다수는 MB를 지지했다. MB가 나쁜건가? 아니다. 그는 그의 말대로 일처리를 하고 있다.


"북한이 핵포기하면 다방면에서 지원하겠다."


지금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것들은 별로 없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는 북한이 핵포기만 해준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수로 사업과 개성공단이 중심이 되는 대북사업이 알파로 첨가된다면, 그야말로 통일 없이도 경제성장을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문제처럼 보인다. 북한은 핵만 포기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육자회담이나 UN 안보리 결의안은 북한의 핵포기가 공식적으로 진행되어 마무리가 되면 의미없는 것들이다. 그런데 왜 북한은 막장으로 분위기를 이끌고 있을까?


여러가지로 판단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통치체제 위기의 극복이다. 김정일의 중병설은 이미 기정사실화 되었다. 안타깝게도 김정일의 후계자들은 수준미달로 평가되고 있다. 김일성 - 김정일 부자를 신화적인 인물로 묘사하면서 사상교육을 했던 북한이 느끼는 위기의식은 희망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북한의 수뇌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전 세계에 자국의 건재함을 알림과 동시에 강력한 한방이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했다. 그것은 핵무기를 바탕으로 한 그들의 국방력이다. 그러니 북한의 발언들은 전투적이고, 극단적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일들이다. 그렇다면 이미 대책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할 마련인데 정부의 대북정책은 원칙만 고수하고 있다.


나는 MB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상황에 따른 유연성의 부재라고 본다. 임기 초에 국민들이 촛불집회로 분노를 표출할 때도 MB정부는 원칙만 고수하고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았다. 그 후에도 크고 작은 국민들의 요구를, MB정부는 원칙 고수라는 명목으로 무시했다. 어떻게 보면 MB정부는 그들만의 정책을 가지고 국정운영을 하는 것 같지만 그것 역시 아니다. 그렇다면 누가 국익의 편에 서 있는가? 북한의 개성공단 임금 인상의 제안은 그리 나쁜 제안은 아니다. 그동안 값싼 노동력으로 많은 이익을 내었고, 개념 있는 중소기업이라면 올려줄 때도 됐다. 그리고 개성공단 기존 계약 무효의 이면을 생각해보면 북한이 얼마나 다급했는지 알 수 있다. 개성공단 폐쇄는 남한보다 북한의 의지가 더 중요하게 영향을 주는데, 지금 상황은 북한이 그들의 요구를 위해 남한의 반응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북한은 애당초 개성공단이 망하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이를 계기로 한 북한의 대화중단만은 막아야 한다. 그런데 MB정부는 개성공단의 폐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결국 이것도 원칙으로 풀어나가겠다는 것인데, 이는 극과 극의 충돌만 낳는 것이다. 남녀가 서로 다투고 나면 누군가 먼저 사과를 해야하지만, 하지 않는다면 헤어질 수밖에 없다. MB정부는 정말 눈치가 없는 것일까? 극과 극의 충돌은 결국 도발과 전쟁 뿐이다. 북한은 이번 전략도 무위로 그친다면, 바로 대남도발을 할 것이다. 기억 저편에 있는 서해교전과 강원도 무장공비 침투 사건은 더이상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MB정부는 결국 그 날이 오기를 무의식 중에 바라는 것일까? 정말 국익을 위한다면 지금은 융통성 있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북한에게 적당한 우호정책과 압박은 굴욕이 아니라 북한의 도발을 막고 남북한의 체제 유지를 할 수 있는 보험과 같다. 지금은 보험금 탈 때가 아니라, 열심히 보험금을 통장에 넣을 때다.


예비군 훈련이 절정인 요즘, 이런 일로 군복 입을 때 손발이 오그라드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2009.05.1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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