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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답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EAST-TIGER 2019. 9. 28. 06:00

 

  국가 전체를 들썩이는 문제가 발생하고 그것에 대한 정부와 정치, 언론계의 대응들을 보면 그 국가의 역량과 상태를 알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한 일이고 오히려 없는 것이 이상하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 안에서는 매일 서로 대립하는 것들이 발생하여 극복과 발전 또는 굴복과 쇠퇴를 반복하게 된다. 여기서 자기 성찰은 필수적이다. 마주한 경험에서 살아남아야 지식이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들은 매일 어디서든 국가 내외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거나 듣고 체험한다. 자신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것들의 대부분을 단지 감각적인 수용만으로 이해한다면, 그것들은 타인의 삶 또는 별 의미 없는 대상들일뿐이다. 그러나 거기에 나의 성찰이 자주 개입되어 어떤 판단이나 입장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종속과 세뇌 또는 무관심을 원했던 어떤 의도나 바람들을 극복하는 자기 발전이라 생각한다.      

 

  장관 지명부터 임명 후 지금까지 매일 뉴스 헤드라인에 머무는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논란들은 부분적으로 전례가 있어서 익숙하고 또 전례가 없어서 신선하다. 확실한 물증이 아닌 심증과 그에 따른 추정만으로 8월 한 달간 대한민국은 얼마나 뜨거웠던가. 이 실체 없는 열기는 9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으로 잠깐 사그라들었다가, 검찰 수사가 점차 진행되면서 실체 있는 열기로 변모하고 있다. 지명직 후보자나 유력 정치인의 비리 의혹, 그것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새삼스러운 것은 이전과 다른 검찰의 의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고위 공직자들과 정재계 인사들, 대학 교수들은 "평범한" 직업이 아니다. 그들 대부분의 자녀사랑과 재산증식 방법은 특별하고, 그들만의 권한과 논리에 의해 불법을 합법처럼 행하고, 들키지 않기 위해 증거인멸을 서슴지 않다. 또한 그들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그들과 그들의 일가를 알아서 잘 모시는 경우도 많다. 부와 권력의 대물림이 이렇게 공고하다면, 가난과 종속의 대물림 역시 공고해진다.

 

  전현직 대통령을 절차에 따라 수사하고 구속시킬 수 있는 법체계를 가진 나라라면, 검찰 수사의 대상과 그 정도는 특별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의 검찰 수사와 기소들이 사회 계층별로 또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 따라 차별적이었고, 그 때문에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들로부터 "정치검찰", "권력의 개"라는 말들을 줄곧 들었다. 그래서 특검법이 생겼고 특검은 늘 "성역(聖域) 없는 수사"를 모토로 삼았다. 그러나 그 특검도 "성역"이 있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인정했었다. 결국 수사와 기소는 해당 책임자들의 의지와 재량에 따라 그 정도가 결정되었고, 그것들의 탄력적 남용을 국민들은 자주 보았다. 그러나 사법권 행사에 "성역"이 있다면 그 자체가 법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사법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공권력인 사법기관들이 정재계 인사들의 지시나 입맛에 맞게 "성역"들을 설정했고, "오랜 관행"과 "국익에 따른 결정"이라 말하면서 헌법에 없는 법들로 그 "성역"들을 지켜줬기 때문이다. 

 

  피의자를 최대한 조사하고 그에 적합한 형벌을 구형하여 기소하는 것이 검찰의 일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끄는 검찰의 첫 대형 수사가 옛 적폐가 아닌 현 적폐인 것은, 지난날 정부와 여당의 눈치를 보고 움직였던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또한 그 수사 대상이 현직 법무부 장관과 그 일가이고 이미 해당 사무실과 자택 압수수색까지 벌였다. 그것이 낯설어서 미관상 과도함이 보이고 수사기밀 유출에 의한 정치권의 언론플레이가 있더라도, 지금의 검찰은 스스로 본연의 정체성을 증명하고 있으며, 공개적으로 국민들에게 묻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검찰이 이렇게 수사하고 기소한다면,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 필요합니까?" 매우 뒤늦고 우스운 물음이지만, 지금 일선 검사들의 직업적 자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을 것이다. 유능한 수장(首長)이 조직을 이끄니 검찰의 행보는 의혹과 거짓 정보들을 가르는 쾌도난마(快刀亂麻)이고,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과 발부는 검찰과 법원 간의 상호 견제이니, 그 결과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할 수 없는 진정한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이다. 최근 경찰도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다양한 사건들을 심도 있게 수사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의 행보를 언론과 국민들이 "매의 눈"처럼 지켜보고 있으니, 그 어느 때보다 서로 간의 법리다툼과 견제는 살벌하다. 이것은 실로 오래간만에 보는 풍경이자 어떤 낯선 변화이다.   

 

  사법기관들이 본연의 정체성대로 냉철하게 법 집행을 한다면, 다수의 법 조항들을 신설하거나 개정을 요구하는 개혁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사법기관들의 수장들은 계속 바뀌고, 시대에 걸맞지 않은 정재계 인사들의 부정한 청탁과 압박은 언제라도 사법체계를 뒤흔들 수 있다. 인류 역사에 기록된 개혁들은 인권 신장에 바탕을 둔 경제와 사법체계의 개정 또는 혁파가 대부분이었고, 이런 의미에서 "나라다운 나라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는 문 대통령의 말에 어느 정도 동감한다. 이 문장은 그 의미가 완성될 수 없는 문장이지만, 적어도 법치가 불안정한 나라를 "나라답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의 강제성이 인권보다 절대 우선될 수 없고 성실히 행해지는 불법 자체를 막을 수 없지만, 그 공정성은 상습적인 인권 침해와 불법의 관행화를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권력형, 기업형 비리들에 대한 사법기관들의 행보가, 앞으로 있을 사법개혁의 현실적인 척도이자 의미 있는 사례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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