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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X의 헌신]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도 해석할 수 없다

EAST-TIGER 2020. 6. 9. 02:15

 

일본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들만의 감정과 의식이 우리하고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같은 피부색과 비슷한 사회상을 살고 있더라도 현상과 사물에 대한 이해는 우리와 전혀 다르다.
개인적으로 일본문화를 흥미롭게 생각하고 책과 영화,
음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깊게 들어갈수록 문화적 이질감은 있다.
이 영화에서도 문화적 이질감(어디까지나 개인적인)을 느꼈는데,
간단하게 사소하고 부분적인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점점 스토리 전체가 되어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의 카피인 천재 물리학자와 천재 수학자의 대결보다는,
사람은 어떠한 방식으로도 해석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 영화이다.

 

 

"논리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이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강 근처에 얼굴이 뭉개진 알몸을 한 남자의 시신이 버려져 있다.
누가 죽인지는 모르겠지만 신원확인 결과 '토가시 신지' 라는 39세의 무직자로 밝혀졌고,
곧바로 수사본부가 설치되어 살해 용의자를 조사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토가시 신지의 전 부인인 하나오카 야스코.
재혼하지 않은 채, 딸과 함께 살고 있는 그녀의 집으로 형사들은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그녀를 만나러 간다.

 

 

"꽤 흥미로운 통근 코스군."
"평소와 다른 없는 광경이야. 이 사람들은 시계처럼 정확하게 살아가지."


형사들의 집요한 질문에도 야스코가 막힘없이 대답하자,
알리바이가 있다고 확신한 형사들은 결정적 물증없이는 더 이상의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수사에 어려움을 느낀 여형사 우츠미는 천재 물리학자이자 사설탐정인 유카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사건의 자초지종을 들은 유카와는 야스코의 배후에 야소코를 위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는 자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기하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함수 문제라거나, 살짝 관점을 바꾸면 풀 수 있을 거예요."


그 배후의 인물은 이시가미 테츠야,

유카와의 대학 동기이자 대학시절 유일하게 대화가 통했던 천재 수학자였다.
집안 사정으로 고등학교 수학교사를 하고 있는 이시가미는 야스코의 옆집에 살고 있고
형사들도 사건조사를 위해 만났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그러나 유카와는 이시가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이 사건이 이시가미의 계획되로 되고 있다는 것을 예감한다.
이시가미 역시 유카와의 개입으로 인해 자신의 계획이 순탄치 않게 실행될 것이라는 예감을 한다.

 

 

"있지 유카와. 그 문제를 푼다해도 아무도 행복해지지 않는다고. 이제 그만 잊어줘."


유카와는 이시가미가 알리바이로 만들어 놓은 문제들을 하나 둘씩 풀어가고,
사태를 짐작한 이시가미는 경찰에 자수한다.
그러나 유카와는 이시가미가 이 사건에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이시가미를 만나 그의 의도를 들으려 한다.
이시가미는 그런 유카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유카와는 이시가미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사건이 종결기미가 보이자, 뒤늦게 이시가미의 진심을 안 야스코는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린다.

 

"이시가미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 거야."


영화 내용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사건 설정도 복잡하지 않고, 마지막에 유카와가 친절하게 해설해주기 때문에 내용 이해에 있어서 어려움은 없다.
무엇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도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 나름의 정보들을 가지고 개념 정리화 하여 인식하지만,
그것은 순전히 오류다.
왜냐하면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달라질지 모르는 변화무쌍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유카와도 이시가미를 볼 때 그랬다.
수학밖에 모르는 천재 수학자에게 인간관계나 감정은 없을 줄 알았지만 그것은 논리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시가미는 사람을 사랑하는 감정이 무엇인지와 그 감정을 위해 희생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것에 대해 유카와는 공감할 수 없었지만, 이시가미의 일관된 행동 속에서 깨닫게 된다.


사람의 변화는 알 수 없다.
그 변화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변화에 민감하고, 주변의 환경들은 그것을 도와준다.
키가 자라듯 마음이 자라고 마음이 자라듯 생각도 빠르게 성장한다.
그것을 아는 방법은 논리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교감 속에서 알 수 있다.


<하얀 거탑>, <링>등 인기 드라마 제조기 니시타니 히로시는,
자신의 TV 드라마 히트작 <갈릴레오>의 영화판을 무난하게 선보였다.
이 영화에서 처음 본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지적이고 젠틀한 연기를 보임으로 많은 여성팬들이 있을 것 같다.
알고 보니 이번 영화가 데뷔작이라고 하던데 앞으로 많은 영화에서 보았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탤런트 조연우를 닮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시바사키 코우를 볼 때마다 <배틀 로열>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그녀가 무슨 배역을 맡든 오버랩되어 나도 모르게 선입견이 생겨버렸다.

 

2009.06.22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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