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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너 엄마 없니?

EAST-TIGER 2020. 6. 15. 03:35

 

예비군 훈련을 갔다 온 후에 놀다가 밤 10시 10분에 신도림 CGV 5관에서 봉준호 감독의 신작 <마더>를 보았다.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를 한국에서 개봉하기 이전에 칸에서 먼저 개봉했다.
현지반응도 좋았고 수상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수상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박찬욱과 봉준호 감독의 영화의 특징을 여러 가지로 비교했지만 나는 짧게 말하고 싶다.
세계인들이 볼 때,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은 개념정리가 쉬운 영화이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은 개념정리가 쉽지 않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은 한국사람만이 이해되고, 느낄 수 있는 감성과 분위기가 있다.

 

 

"아무도 믿지마. 나도 믿지 마. 엄마 스스로가 이 사건을 해결해."


약재상을 하는 엄마와 정신지체 장애자인 아들 도준.
우연히 동네에 살던 고등학생 여자아이가 죽게 되고,
경찰은 수사 중에 도준의 이름이 적혀있는 골프공을 발견한다.
그 외 이렇다 할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도준은 누명을 쓰고 교도소로 들어가게 된다.
그때부터 엄마는 도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한다.

 

 

"엄마는 내가 아직도 어린애인 줄 알아!"


엄마의 거듭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이미 종결되어 버린다.
정신병원에서 4년만 있으면 석방될 수 있다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자체 수사를 하는 엄마.
그러던 중 도준은 옛 기억을 떠올리며 어린 시절 엄마가 장애 때문에 자신을 죽이려 했던 일을 말한다.
듣고 있던 엄마는 오열하고 도준은 다시는 자신을 찾아오지 말라고 한다.

 

 

"너 엄마는 있니?, 너 엄마 없니?"


엄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의외의 일 때문에 해결된다.
기도원에서 난리를 피우고 도망친 남자를 붙잡았는데,
그의 옷에서 죽은 고등학생 여자애의 혈흔이 발견된 것이다.
골프공보다 더 큰 증거를 획득한 경찰은 도준을 석방시킨다.
엄마와 도준은 다시 함께 살게 되었고, 엄마는 효도관광을 떠난다.

 

 

"제가 침 한번 놓아드릴까요? 허벅지 안쪽에 저만 알고 있는 침자리가 있어요."


봉준호의 신작은 전작 <괴물>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영화는 엄마가 아들을 구하기 위한 모성애를 보여주지만,
<괴물>의 가족들처럼 불쌍하게 느껴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엄마 스스로가 '괴물'이 되어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미 엄마 주변의 세상은,

엄마의 눈으로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더욱 오기가 생기고 미칠 수밖에.
그것은 모성애를 넘어서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넘을 수 없는 벽을 향한 도전이다.
엄마라는 이름의 감옥, 도준이라는 감옥.
엄마는 어릴 적 도준을 죽이고 싶었지만,

도준 역시 항상 어린애처럼 대하는 엄마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한다.
중간에 잠깐 어린아이가 박카스를 들고 있는 짧은 장면은,

엄마로서의 역할을 그만두고 싶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러나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둘은 꼭 같이 있어야 한다.
즉, 엄마와 도준은 서로에게서 벗어나고 싶지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관계이다.
영화는 모성애의 승리로 귀결되지 않는다.
엄마는 아들을 구했고, 아들도 엄마를 구했다.
그게 한국의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이다.
이것은 전통적인 것이다.

 

일부에서는 도준이 자신을 죽이려 했던 엄마를 복수한 것이라고 말하는데 설득력이 부족하다.
초반부에 복수라는 단어가 분위기를 형성하지만 끝까지 복수였다고 말하기엔 어렵다.
또한 정신지체자인 도준이 그렇게 치밀한 작전을 계획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고,
이제야 엄마에게 복수를 한다는 것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초반부와 엔딩에서 나오는 엄마의 막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숭고하기도 하고, 한과 자유로움이 뒤섞여 있는 것 같은데.. 조금 생각해 볼일이다.
한 가지 우리나라 영화감독님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여중, 고생들의 원조교제가 자주 영화 소재로 등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여중, 고생들은 원조교제에 비호감적인데 왜 그렇게 극단적으로 몰아가는지..

 

봉준호 감독은 전작 <괴물>과 같이 부조리한 사회 속에 살고 있는 가족의 의미를 해석하려 하였다.
다만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이병우 음악감독의 연출은 음악 안에 이미 영화 주제를 담고 있다.
김혜자는 이름에 걸맞게 최고의 연기를 했고 각종 국내 영화제 시상식에서 1개 이상의 여우주연상을 받을 것이다.
<마요네즈> 이후 한동안 볼 수 없다가 다시 스크린에서 보게 되어 기쁘다.
원빈은 기본기가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장애인 연기를 잘했다고 본다.
진구는 기대되는 유망 배우이지만 배역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2009.05.3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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