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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보그, 그녀] 사랑은 원래 유치한 것이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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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보그, 그녀] 사랑은 원래 유치한 것이다.

EAST-TIGER 2020. 6. 15. 03:50

 

곽재용 감독의 영화는 젊었을 때,

누군가 한 번쯤은 꿈꾸었을 법한 남녀 간의 사랑을 영화로 잘 표현한다.
물론 그의 과거작과는 달리 최근작들은 현시대에 맞는 상상력으로 탈바꿈하여,

과장적이고 SF적인 요소가 많지만,
그가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변함이 없다.
누구나 꿈꾸고 있는 남녀 간의 사랑이 있다는 것은,
지금 시대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말로 바꾸어 말할 수 있고,
다른 말로는 언젠가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이 현실로 나타났으면 하는 열망이다.
이번 영화는 한, 일 합작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일본식 연애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그렇게 느끼는 것뿐이지 어느 나라 연애 영화든 똑같다.

 

 

"그래도 작년엔 달랐다.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생일을 축하해주는 여자 친구가 있었다."


이번에도 곽재용 감독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는 러브스토리를 만들었다.
<엽기적인 그녀>로 대표되는 강한 여자는 '싸이보그'라는 설정에서 정점을 이루었다.
만약 곽재용 감독이 다음 영화에도 강한 여자를 설정하다면 인간도 기계도 아닌, 신(神)이 아닐까.
이번에도 남자는 어리바리하고, 순수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의 견우와 비슷한 캐릭터인데, 안타깝지만 이런 남자는 이 세상에 별로 없다.
영화 처음 부분에서 여자는 계획된, 남자는 운명적인 만남을 한다.
이때 만난 여자는 '싸이보그'가 아니었다.

 

 

"미래의 일을 말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어."


1년 전에, 자신의 생일날 만났던 여자는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마음 한구석에 아려한 추억으로 가지고 있던 남자 지로.
이번에도 자신의 생일날이 되자,
늘 그랬듯이 자축하는 선물을 사고 작년과 같은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를 먹고 있는데,
작년에 만났던 그녀가 다시 나타났다.
그러나 작년에 만났던 그녀와는 다르다.
지로의 눈 앞에 보이는 그녀는, 미래의 지로가 현재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보낸 '싸이보그'였다.
미래의 지로가 보낸 영상 메시지에는 '싸이보그'인 그녀와 생활하다 보면
언젠가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게 되고,
앞으로 벌어질 위험에서 현재의 자신을 구출해 줄 것이라고 말한다.

 

 

"언젠가 돌아가면 미래의 나에게 전해줘.. 고맙다고."


지로의 삶에 그녀가 들어온 순간부터, 모든 일이 즐겁고 행복해진다.
싸이보그지만 점차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그녀.
지로는 정의롭고(?), 용감한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고 사랑하게 되지만,
그런 그의 마음을 그녀는 제대로 알 수 없다.
혼자 애를 태우던 중에, 미래의 지로가 경고했던 도쿄 대지진이 발생한다.

 

 

"나.. 너의 마음을 느껴.. 느낄 수 있어.. 빨리 가. 뒤돌아보지 말고."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땅이 갈라지는 순간에도,
지로를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기 위해 그녀의 행동은 다분히 희생적이다.
그러던 중, 싸이보그인 그녀가 지로의 진실된 마음을 느끼되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지로를 위험으로부터 구출한다.
시간이 흐른 뒤 지로는 과학자가 되어 그녀를 복원하지만,
어느새 자신은 늙은 노인 되어 짧은 행복을 느끼며 생을 마감한다.
시간이 더 많이 흐른 미래의 어느 날.
로봇 전시회장에서 지로가 복원한 그녀가 전시되고,

그녀와 똑같이 닮은 여학생이 놀라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사실 나... 아주 먼 미래에서 왔어. 지금보다 100년도 먼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비 오는 날의 수채화>로 시작된 한국 영화계의 낭만주의자 곽재용 감독.
가끔 그의 영화를 보면서 "곽재용 감독은 얼굴이 뜨거워질 정도의 유치하면서도
말도 안 되는 러브스토리를 왜 계속 만들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의 영화에서 표현되는 남녀 간의 사랑은, 공상적인 사랑과 같고, 현실에서는 전혀 불가능한 사랑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는 계속해서 이와 같은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고, 은근히 마니아층도 생겼다.
왜 그는 이런 영화를 만드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남녀 간의 사랑은 원래 유치한 것이다.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은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녀)가 사랑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행복해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주변 사람들이 사랑에 빠진 그(녀)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유치하다고,
닭살 돋는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백마 탄 왕자나 잠자는 숲 속의 공주와 같은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지만,
비현실적이라고 말하면서 부정한다.
근데 나는 그게 정말 비현실적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가끔은 나도 이 영화처럼 어떤 아름다운 여자가 내게로 와서 "내가 미래의 당신의 아내올시다." 고 말하면,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왠지 그녀를 보호해주고 싶고, 꿈에서만 그려왔던 사랑을 하게 될 것 같다.
그건 여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항상 마음 한구석에는 어딘가에 나의 그(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설렌다.
이런 글을 쓰고 나니, 글 쓴 나도 조금 느끼하고 유치하게 보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게 사랑이다.


허진호 감독과는 약간 다른 러브스토리를 가진 곽재용 감독은
앞으로도 이런 장르의 영화를 계속 만들 것 같고 나는 부끄러운 감정으로 볼 것 같다.
영화 중간에 삽입된 '어느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의 일본어 버전은 원곡과 다른 분위기였다.
인터넷 신문에서 본 영화 대한 그의 생각도 좋다.
(관련기사 : 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09&no=287280)
아야세 하루카는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본 배우인데,

젊은 배우로서의 생명력과 매력이 넘친다.
얼마 전 방한했을 때, 그녀의 헤어스타일을 보고 안타까웠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본 헤어스타일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느낀다.
<스윙걸즈>의 코믹한 선생님 역의 타케나카 나오토가 비슷한 이미지의 교수로 연기했는데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2009.05.2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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