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본 (22)
新世紀 Enlightener
비록 번역된 글이지만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의 글에는 생동감이 있다. 마치 읽는 내가 그가 묘사하는 상황과 느끼는 감정들을 체험하는 것처럼 간단한 문장들로 막힘없이 나를 빠르게 이해시킨다. 오래 전 그의 유작 단편집을 읽으면서 느꼈던 가벼운 문체와 재미있는 시선들이 기억이 난다. 그의 다른 작품들보다 유독 이 여러 추천도서 리스트에 있고 주변 사람들이 추천하는 것은 이 작품이 그의 문학에 있어 정점이라고 다수의 평론가들과 독자들이 보는 것일 수 있으나, 다자이 오사무가 죽기 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간결한 문장들로 절과 장을 채운 것이 읽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도대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저는 거기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밥상 위의 접시에서 정어리 새끼 포를 집어 ..
오랜만에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단편 소설들을 읽었다. 나는 그의 문체가 좋고 여전히 그가 본 세상과 묘사되는 상황들이 좋다. 예전만큼 소설의 내용에 열광할 수 없지만 부분적으로 의미있는 단락들이 나를 잠시 생각하게 한다. 단편 소설집 은 총 7편의 소설들로 구성되었고 내용들은 남녀 관계에서 문제를 겪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이혼 또는 사별을 하거나 이별을 앞둔 남자들의 삶을 통해 그들이 느끼는 "여자 없는 삶"을 담담한 문체로 풀어냈다. 결말이 행복하지 않지만 그것이 어떻게 보면 여자 없는 남자들의 삶이 아닐까 싶다. 여자 없는 남자의 삶은 행복하지 않다. "내가 아닌 것이 되는 게 좋아요?" "다시 원래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안다면." "원래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적은 없어요?" 가후쿠는..
2006년 일본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대상 수상작. 2007년 한국에서 개봉했을 때 TV 영화 정보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특별히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이름만 기억했었다. 개봉 당시 약 5만명 정도 보았다고 하고 2016년 1월에 재개봉을 했다고 하니, 이 영화에 감동을 한 사람들이 많았나보다. 결국 나 역시 이 영화를 본 그들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일본 애니메이션들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피아노 음과 동요를 부르는 듯한 목소리들이 배경음악으로 나오고,그림체는 날카롭고 직선적이지만 기억에 남을 정도로 표현이 잘 된 몇몇 장면들 있다.주인공 마코토 역을 맡은 배우이자 성우인 Riisa Naka의 목소리가 특별했다. "남이 어렵게 꺼낸 중요한 얘기를 없었던 일로 만들어버렸어." 현재에서..
.. 일본 애니메이션의 재미는 창의적인 생각과 소재, 낯선 느낌들이다.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들은 그런 면에서 탁훨하다. 2002년 처음으로 그의 단편 를 본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휴대폰 문자 메시지의 전송이 서로가 떨어져 있는 거리만큼 걸린다는 것,그리고 지나쳐도 될 짧은 순간들이 영원한 그리움이 될 수 있다는 불변의 진리. 오랜만에 본 그의 작품에서 이제는 그의 관록을 느낄 수 있었다.그러나 아직 그에게서 '참신'과 '도전'을 더 느끼고 싶다. 호평만 할 수 없는 작품이다. .. "미츠하, 꿈을 꾸고 있구나?" .. 이번 작품은 개연성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 우연과 운명적인 설정들을 일본 애니메이션에 자주 볼 수 있지만, 타키와 미츠하는 3년이라는 시간 차이를 두고 자주 몸이 뒤바뀌었던 것은단순..
영화계에 '고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영화가 있을까? 문학계에서는 '고전'이라 부를 수 있는 작품들이 있다고 말할 수 있고, '고전문학'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지만, 영화계에서는 그렇게 '고전'이라는 단어를 붙여야 하는 영화가 없다고 생각하고, '고전영화'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영화는 문학과 같이 일련의 시간과 시대의 흐름들이 있지만, 그 시간과 시대의 '길이'가 문학이 가진 그것보다 더 짧다. 그리고 최대 3-4시간, 최소 몇 분 내에 감독의 의도와 전체적 이야기가 드러나고 끝이 난다. 어떤 기술적 차이가 시대별로 다를 수 있고 감독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영화는 계속해서 문학과는 다르게, 들려지고 보여짐 속에 분명해지는 그 무엇을 추구했다. 그것은 인간의 삶, 평소의 생..
오랜만에 쓰는 글이다. 왠지 한글로 글을 쓴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진다.약 9개월 간의 긴장된 어학 과정이 끝나고 이제서야 안정을 찾은 것 같다.그리고 다시 글을 쓰기로 했다. 같은 어학원을 다니는 형에게 와,를 받았다. 알고보니 이 곳에서 친하게 지내던 형들이 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그 때문에 가벼운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집에 오자마자 순식간에 세 편을 다 보았다. '신 극장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서와 파는 약간의 내용 수정만 있을 뿐, 에반게리온 팬들에게 익숙했다. 그래서 특별히 리뷰할 내용도 없었다. 그러나 Q는 뭔가 다르다. "희망은 남아 있어. 어떤 순간이라도.." 서드 임펙트 이후 14년. 이카리 신지는 Nerv을 대항하는 새로운 조직 WILLE에 의해 깨어난다. 14년 전의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