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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 Q] 그들이 바라던 '행복'과 '미래'

EAST-TIGER 2013. 10. 10. 22:10


오랜만에 쓰는 글이다. 

왠지 한글로 글을 쓴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약 9개월 간의 긴장된 어학 과정이 끝나고 

이제서야 안정을 찾은 것 같다.

그리고 다시 글을 쓰기로 했다. 


같은 어학원을 다니는 형에게 

<에반게리온: 서(序)>와<에반게리온 : 파(破)>,

<에반게리온 : Q>를 받았다. 

알고보니 이 곳에서 친하게 지내던 형들이 

<에반게리온 시리즈>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가벼운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집에 오자마자 순식간에 세 편을 다 보았다. 

'신 극장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서와 파는 약간의 내용 수정만 있을 뿐, 

에반게리온 팬들에게 익숙했다. 

그래서 특별히 리뷰할 내용도 없었다. 

그러나 Q는 뭔가 다르다.



"희망은 남아 있어. 어떤 순간이라도.."


서드 임펙트 이후 14년. 

이카리 신지는 Nerv을 대항하는 새로운 조직 WILLE에 의해 깨어난다. 

14년 전의 기억만 가지고 있는 신지에게 

같은 동료에서 적이 된 상황과,

새로운 아야나미 레이 모델의 등장, 

자신의 행동이 서드 임펙트의 발단이 되었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려운 현실이 된다. 

신지는 이 현실을 바꾸고자 

나기사 카오루와 함께 에바를 다시 탄다.



"미안해, 이건 네가 바라던 행복이 아니었어"


오래 전에 구 극장판을 봐서 그런지 Q는 특별하다는 느낌이 별로 없다. 

분명 스토리는 안노 감독이 생각하던 대로 흘러가는 듯 하고, 

그는 이제서야 자신이 바라던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결말을 짓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내용 상으로 볼 때,

Nerv을 대항하는 새로운 조직 WILLE가 나타난 것은 

그동안의 정황 상 자연스러운 결과라 생각한다. 

카츠라기 미사토는 점점 Nerv에 대해 의심을 가졌었고,

그 의심이 결국 확신에 이른 것 뿐이다.

그러나 Q에서 보여준 함축적인 복선들과 상징들은, 

신 극장판 마지막 편에서 어떻게 결말을 지을 지

예측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아직까지는 구 극장판<The End of Evangelion>의 결말을 좋아한다.



"구해주지 않는 구나.. 나를.."


서, 파와 달리 무겁고 우울한 분위기와 사운드가 압도적이다. 

영화 초반에<거신병, 도쿄에 나타나다>에서 

대략적인 안노 감독의 의중을 알 수 있었는데,

도대체 이렇게 위태로운 싸움을 왜 하고 있는 것일까?

간신히 싸워서 이겨내어 '희망'이라는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면,

진정 그 '희망'이 남겨진 자들에게 위로가 되는 것일까? 

차라리 모든 것이 사라져 멸망해버리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그것이 진정 엉뚱하고 이상한 일이라고 해도.

그러나 일단 살아 남았다는 사실이 

한 쪽은 현실과 미래에 대한 저항으로, 

다른 한 쪽은 여전히 남겨진 임무들의 완수로 이어져,

결말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러나 에반게리온의 주요 등장 인물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개인적인 지병(持病)에 시달리는 듯 하다.

과연 그들이 바라던 '행복'과 '미래'를 가질 수 있을까?

SF장르의 일본 애니메이션들은 비슷한 설정들을 가지고 있다.

불안한 미래와 함께 파괴하려는 자와 저항하는 자,

'숙명'과 '운명'이라는 단어들에 어울리는 등장 인물들. 

당연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제 지겹기도 하다. 

가끔은 그냥 그 평범한 '미래'를 살아가는 

'삶'의 모습들을 보여 주어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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