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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世紀 Enlightener
작년 10월 전후로 Bernardo Bertolucci의 2003년작인 을 보기 시작했다. 한 번에 다 보지 않았고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보았다. 얼마 후 11월 말에 그의 별세 소식을 들었고, 개인의 일들이 더 피곤스러워서 추모의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영화도 해를 넘겨서야 다 볼 수 있었고 이제야 생각나서 몇 자 적어본다.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며 살 수는 없어." Bernardo Bertolucci의 영화에는 한 폭의 그림 같은 미장센들이 있다. 별다른 대사가 없어도 공간과 그 안에 배치된 것들이 가진 의미들의 조화는, 짧은 순간이지만 섬뜩할 정도로 인상적이다. 특히 역사적 순간들에 사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한 그의 해석은 흥미롭고 영화를 본 후 고민하게 만든다. 왕가위 감독처럼 Bernardo ..
아침에 식사를 하고 논문을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창밖을 보니 하늘에는 낮게 내려온 두껍고 짙은 구름들이 바람에 미끄러지고 있었다.비가 내렸는지 축축하게 젖은 땅과 풀, 나무들, 집들이 보였다. 바람은 화가 난듯 난폭한 소리를 내며 불었다. 갑자기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도 바로 정했고 이미 외장하드에 있는 그 영화를 플레이어에 넣고 보았다. 영화 제목은 이고 원제는 "춘광사설" (春光乍洩). 뜻은 "봄의 풍광이 문득 드러나다"와 비유적으로 "은밀한 부위를 갑자기 드러내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두 의미들을 되새겨 보니 둘 다 영화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이 영화는 제50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본 사람들..
대학생 시절 영화 와 을 보고 나서 Lars von Trier 감독을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그의 영화스러운 연출과 집요한 관찰력이 느껴지는 인간 심리 묘사들을 좋아한다.그러나 10년 넘게 그의 영화들을 보지 않았다. 볼 기회들이 있었으나 놓쳤고 이상하게 보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울"에 대해 관심이 생겨서 그의 영화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스스로 우울해졌고 그 우울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싶었다.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 비가 내렸고 바람이 불었다. "두려움은 당신이 만드는거야. 기억해, 마음은 스스로 만든 것을 상상하고 믿게 해." 영화를 보는 동안 Lars von Trier 감독의 복잡한 생각들이 느껴졌다.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서 총 6장으로 분류되어 내용이 전개되..
2010년 영화 이후 8년만에 이창동 감독이 신작을 발표했다. 어느 때보다 긴 공백기였으나 발표를 하자마자 프랑스 칸 영화제에 출품되었다. 또한 해외에서는 호평 일색이었던 영화가 국내에서는 극장 관객수를 볼 때 "불호"로 평가되었다.이창동 감독 역시 이런 대조된 반응들을 어느 정도 예상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에게 이창동 감독의 영화들은 보는 재미가 있고 다 보고 나서 여러 생각들이 든다. 그래서 그가 영화를 계속 만들 때까지 계속 볼 것이다. 이번 신작도 그런 동기에서 보았다. "여기 귤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여기에 귤이 없다는 것을 잊어먹으면 돼. 그게 다야. 중요한 건 진짜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럼 입에 침이 나오고 진짜 맛있어." 이름을 알 수 있는 출연 배우들은 유아인, 스티븐 연,..
한동안 영화 보는 것이 귀찮게 느껴져 책을 읽었다. 한번에 2시간 정도 시간을 내어 영화를 보는 것보다, 하루 50쪽 정도 문학책을 읽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누군가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오랜만에 하게 되었고, 그와 더 즐거운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나도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는 동안 그와의 대화는 한동안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나서 잠시 생각들을 정리한 후 습관처럼 이 글을 쓴다.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예전부터 영화 을 볼 기회들이 있었고 실제로 앞부분을 조금 보다가 멈췄다.독일에서 이 영화를 본다는 것과 배우들의 독일어 대사를 집중해서 듣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Florian Henckel von Don..
오래 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이 영화는 읽어던 문학 책들에서 자주 언급되었고,그것만으로 어느 순간에는 영화를 보지 않았으나 본 것처럼 되어버렸다. 직접 보고 싶어서 외장 하드에 저장해 놓은 것이 여러 해가 지났다. 그래서 올해를 넘기기 전에 보려고 계획했다. "어딜 가든 외로움이 따라온다. 술집, 택시 안, 거리, 가게에서도. 외로움에서 탈출할 수는 없다." Martin Scorsese 감독은 미국의 정치와 사회를 영화로 잘 표현한다. 영화 감독들 중 그 만큼 미국을 잘 아는 감독도 없을 것이다. 재즈와 포르노, 마약, 매춘, 총기, 인종 차별은 1970년대 미국 뉴욕의 한 단면이었고, 감독은 택시 드라이버들의 대화와 주인공 트래비스를 통해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비록 몇몇 장면들은 지금 보면 유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