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 Enlightener

벌써 한국에 온지 한 달이 되었다 본문

Section 日記/Hello- Yesterday

벌써 한국에 온지 한 달이 되었다

EAST-TIGER 2017. 10. 5. 04:06

5년만에 한국에서 추석 명절을 보냈다.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에 갔고 저녁식사 후 부평에 있는 큰 아버지 댁으로 이동했다. 

성호 형의 자녀들이 많이 컸다. 

큰 딸인 8살 아영와 5살인 작은 아들 준영이가 나와 아버지께 인사를 했다. 

나는 그들이 나를 기억할 수 없는 "아이" 였을 때 독일로 떠났었다. 

큰 어머니와 큰 아버지는 여전한 모습이었다. 

거의 17년만에 어머니, 큰, 작은 어머니들과 "오프라인" 화투를 쳤다. 

예전에는 여러 식구들이 모여 잠잘 곳이 부족했는데,

지금은 두 가정만이 모였고 그 어느 때보다 빈 공간이 많았다. 

술기운에 작은 아버지가 가문 묘소 벌초 및 관리에 대해 자신의 의견들을 말씀하셨다. 

나는 그 의견들에 대부분 동의했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추석날 아침에는 늘 그랬듯이 차례를 지냈다. 

다른 때와 달리 나는 사뭇 진지하게 서서 조부모와 조상들께 감사했다. 

아침식사 후 신길동 고모 집으로 이동했다. 


고모집은 이전보다 훨씬 커지고 깨끗했다. 

송이 누나는 오른쪽 눈을 다쳐 아름다운 미모가 잠시 주춤했고, 

송이 누나의 딸 혜진이를 처음 봤다. 

아주 어린 아이일 때 보았는데.. 어느 덧 26살의 여자가 되었다. 

모델 같은 외모였고 그녀의 얼굴에 우리 가문의 흔적이 있었다.   

창형이 형과 고모가 유학에 보태라며 "거금" 을 주셨다. 

나는 몇 번을 사양했지만 결국 받았고 나중에 어머니께 드렸다. 

피곤하여 창형이 형 침대에서 두 번 잠들었다. 

작은 아버지 가족이 일찍 집으로 떠났고, 

우리 가족이 오후 3시 15분 쯤 집으로 떠났다. 

나는 중간에 구로역에 내려 전철을 타고 신길역에서 내렸다. 


윤희를 신길역에서 만났다. 

원래는 정실이와 함께 보려 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취소하여 윤희와 단 둘이 만났다. 

우리는 종로 3가 역에서 내려 청계천을 따라 광화문 광장까지 걸었다.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방문하여 뒤늦은 조의를 표했고 

추가 진상 조사를 위한 서명 운동에 참여했다. 

희생자들의 사진들을 자세히 보고 있으니.. 미안하고 안타까운 심정에 힘들었다. 

우리는 광화문 쪽으로 걸었고 경복궁 돌담길을 지나 북촌으로 향했다. 

아주 오랜만에 정독 도서관과 삼청동 길을 걸었다. 

해가 일찍 져서 어둑해진 거리를 걸었고 삼청 공원을 짧게 둘러 보았다. 

생각이 복잡하거나 마음이 지쳤을 때 왔던 곳이다. 

감사원을 지나 한옥마을을 거쳐 인사동 거리에 도착했다. 

그 근처에서 중화요리를 먹었고 종각 근처에서 함께 커피를 마셨다. 


걸을 때는 윤희가 내게 질문했다면 앉아서는 내가 윤희에게 질문을 했다. 

독일 유학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내게 유학 생활에 대해 많은 질문들을 했고, 

나는 그녀에게 내가 고민했던 것들에 대한 질문들을 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작아서 내 귀를 그녀의 입 근처로 자주 가져가야 했다. 

나는 아직 그녀에게서 특별함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그녀가 내가 한 질문들에 대해 특별한 자기만의 "말" 을 찾지 못한 것일 수 있다.

그녀는 역시.. 나의 "동기" 일 뿐이다. 

우리는 밤 11시 쯤 종각역에서 헤어졌다. 


밤 11시가 넘은 시각에 동대문 두산타워 근처에서 전남 광주에서 온 주현을 만났다. 

역시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났고 나는 한 눈에 알아봤다. 

한 아이의 어머니인 그녀는 오랜만에 서울 구경을 왔단다. 

우리는 함께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한국어보다 외국어가 더 많이 들리는 거리를 걸었다. 

청계천과 을지로 주변을 걸었고 나는 그녀의 말을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새벽 시간에 그 주변을 걸었다.

그리고 다시 우리가 처음 걸음을 시작했던 곳으로 돌아왔다. 

나도 모르게 "삶은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이야.." 라고 중얼거렸다. 

그녀는 택시를 타고 자신이 머무는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갔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났으나 우리는 단지 3시간 정도 함께 있었다. 

그녀를 보낸 후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중간에 내린 후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정말.. 마음 줄 그리고 둘 "곳" 이 없구나..


벌써 한국에 온지 한 달이 되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