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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따스했다

EAST-TIGER 2017. 10. 1. 02:58

생일이 지난 10월 1일에 일기를 쓴다. 

독일에서 보낸 지난 4년간 생일들이 떠오른다. 

첫해에는 ÖsW어학원에서 만난 사람들과 생일을 보냈다. 

둘째 해와 세째 해에는 Tobias와 함께 Münster에서 식사를 하고 생일을 보냈다. 

넷째 해에는 다연이와 Dortmund에서 식사를 하고 생일을 보냈다. 

그리고 올해 나는 은화 누나와 해근 형님과 식사를 하며 생일을 보냈다. 


어머니는 내게 다시 자신의 신용 카드를 돌려주셨다. 

나는 어머니가 원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진 세상은 어머니를 힘들게 했지만, 

나는 어머니가 그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 

나는 우리 집이 천막이어도 좋고 궁궐이어도 좋다. 

다만 "가족" 이라는 의미가 짙게 배어 있는 공간 속에 살고 싶다. 

아.. 그러나 나는 아직 아무 것도 아닌 "개털" 이다. 


약속대로 정오에 은화 누나를 만나 함께 식사를 했다. 

내 생일인 것은 음식을 주문한 후에 내가 말해서 아셨다.

어쩌다보니 피자와 버팔로 윙 그리고 사이다가 생일상이 되었다. 

나는 감사하게 먹었고 식사 후 함께 차를 마셨다. 

지난번과 달리 우리는 꽤 진지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나는 만나기 전에 어머니와 함께 나눈 대화들과 

그에 따른 내 생각들을 은화 누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한국에 온 지 벌써 26일 되었고 

그동안의 내 느낌과 생각들도 말했다. 

누나는 여러 부분에서 나의 말에 동감했고, 

나는 누나의 말과 미소에 고마웠다. 

누나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용인으로 가야 했고, 

나는 해근 형님을 만나기 위해 인사동으로 가야 했다. 

우리는 오후 3시 30분쯤 처음 만나 헤어졌던 곳과 같은 문래역 출입구에서 헤어졌다. 

햇살이 따스했다. 


해근 형님을 만나러 가는 길에 잠시 신향악기사 서 사장님을 만났다. 

독일에 가기 전에 사장님은 내 알토 색소폰을 점검했었다. 

그동안의 내 근황을 말하고 사장님의 안부를 물었다.  

주변 거리의 대부분이 간판을 바꿔달고 분위기도 달라지는데 

이 악기사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는 사장님이 자리를 지키고 있음에 감사했다. 

우리는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다. 

독일에 가기 전에 다시 와야 할 것이다. 


해근 형님을 인사동 입구에서 만났다. 

나는 바로 해근 형님을 알아보았다. 

해근 형님 결혼식 때 본 이후로 거의 10년만이었다.

벌써 두 딸의 아버지가 되셨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더 좋아진 몸을 가지고 있었고 

안경을 쓰신 것 외에는 외모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 

전통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지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술취한 듯 말했고 웃었다. 

그렇게 우리가 본 세상이 미친듯이 차갑고 우둔했다. 

우리는 자리를 옮겨 횟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술을 좋아하던 형님이 소주는 한 잔만 하셨다.

아내가 술먹고 들어오는 것을 싫어한다고 한다. 

언제 또 이렇게 만나 대화할 것인가..?

10년만에 만났는데 4시간만에 헤어졌다. 

나는 버스에 탄 형님을 보고 우는 듯 웃었다. 

늘 이산가족 상봉보다 더 짧은 일정으로 사람들을 만나는구나. 


생일이라고 카카오톡 문자들과 페이스북 글들이 Wifi가 연결될 때마다 전달된다. 

하나하나 읽으며 답장을 전달하고 고마움을 표했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닌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있어 내가 이전에도 살았고 지금도 살고 앞으로도 살 것이다. 

Freude 부부에게 메일로 답장을 보냈다.


생일이 지나가기 전에 나는 신께 기도했다. 

동생의 방에 들어가 어둠 속에서 감사했다. 

신의 은혜가 있어 지금까지 나의 삶이 가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삶이란 무엇이길래 이렇게 끝을 알 수 없는 여정을 떠나는가..?

나는 지금 자유로운 자이지만

언제라도 그 자유를 빼앗기거나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유일하게 신이 두렵다. 


오 신이여. 

내게 하늘의 영성과 지성을 주셔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게 하소서. 

내게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과 사람들을 돌볼 수 있는 힘과 능력을 주소서.

내게 신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영원히 있게 하소서. 


10월 1일이다.


아마 내년에도 살아 있다면 독일에서 생일을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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