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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들이 비슷해진다.

EAST-TIGER 2017. 9. 30. 02:40

날씨가 갑자기 가을로 바뀌었다. 

바람은 선선하고 낮은 짧아지고 있다. 

아마 독일은 더욱 가을이 짙어졌을 것이다. 

긴팔 옷을 입고 거리를 나서니 이제야 한국도 가을 정취가 난다. 

그러나 아직 전철 안은 여름이다. 

생일날 오전에 일기를 쓴다. 


목요일 정오 쯤에 찬우를 만났다. 

아침 수업을 마치고 개인 차로 우리 집 근처까지 왔다. 

여전히 넉넉한 웃음과 몸으로 손을 흔들며 서 있었다. 

우리는 서로 안고 오랜만에 만난 기쁨을 나누었다. 

부천 작동 근처 어느 오리집에서 점식식사를 했다. 

늘 그랬듯이 주로 찬우가 듣고 내가 말했다. 

찬우도 내가 했던 그리고 하고 있는 고민들을 지금 하고 있었다. 

우리는 오후 3시가 넘어서 헤어졌다. 

찬우는 집까지 나를 데려다 주었다.


나는 어머니께 신용 카드를 돌려 드렸다.

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편하지만 어머니의 마음이 그로 인해 어려워진다면,

나는 그 원인이 되는 것을 하지 않음으로써 어머니의 마음을 위로하려 했다. 

그 과정이 좋지 못하였으나 돌려드림으로써 서로 간의 불화는 없을 것이다. 

어머니의 덕이 나의 유학과 모진 세상으로 인하여 약해지셨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오후 6시 30분 쯤 SLUR 합주 모임에 참여했다. 

지난 번에 본 것보다는 질서 있는 합주였다. 

나는 주로 재학생들의 말들을 들었고, 

정말 말을 해야 할 상황에만 말을 했다. 

신은 아직 이 밴드를 10년 넘게 지키고 있고, 

그 사이에 여러 사람들이 활동했고 여전히 남아 있다. 

나에게는 SLUR 매순간이 위로이자 자랑이다. 

밤 8시 30분쯤 먼저 모임에서 나왔다. 


오후에 있었던 어머니와의 불화로 인하여 아버지와 대화를 했다. 

아버지는 나를 이해하셨지만 그래도 자식된 자로서의 예의와 성의를 부탁하셨다. 

나는 두 가지만 말씀드렸고 우리의 대화는 끝이 났다. 


금요일 오전에 동생은 한국 일정을 마치고 다시 비행을 떠났다. 

짧게 포옹을 하고 다시 볼 것을 기약했다. 

아버지는 출근하는 길에 동생을 공항까지 차로 데려다 주었다. 

또 언제 볼 지 모른다. 

동생이 하는 일에 신의 축복이 있기를. 


토요일에는 은화 누나와 점심식사 약속, 

해근 형님과는 저녁식사 약속을 잡았다.  


오후 7시쯤 성신여대 근처에서 진이를 만났다. 

이틀 전보다는 밝은 얼굴이었고 내가 사준 겉옷을 입고 있었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차를 마셨다. 

누구도 더 많이 더 적게 말하지 않았고 듣지 않았다. 

우리는 정말 적당히 대화의 "평균" 을 유지했다. 

이틀 전보다는 경계심이 많이 풀렸지만 여전히 나를 경계하고 있다. 

나는 그녀가 간간히 보여주는 미소가 꽤 내 마음에 위로가 된다는 것을 느꼈다. 

문득 내가 고등학교 2학년 시절에 겪었던 엄청난 내적 고통들이 떠올랐고, 

3살 많은 장현이 내 옆에서 상담자이자 친구로서 함께 해주었던 기억이 났다. 

진이는 여전히 어딘가 불안하지만 어딘가 "희망" 의 빛도 보였다. 

우리는 만난 것에 비해 일찍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올 때 구일역에서 내려 걸어왔다. 

고척 스카이돔 근처에 많은 소녀들이 침낭과 자리를 깔고 앉거나 누워있었다. 

우연히 스카이돔 내부를 볼 수 있었는데 공연을 위한 세트가 건설되고 있었다. 

뭔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곧 익숙해 질 것이다. 

이제 어느 도시나 번화가를 가도 "서울" 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들이 비슷해진다.  


생일을 맞이했다. 

한국 시간으로는 은해가 가장 먼저 축하를 해줬다. 

독일 시간으로는 Freude 부부가 축하의 메일을 보내왔다. 


지금까지 지키고 살게 하신 신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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