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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행] 행복은 불행과 가장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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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행] 행복은 불행과 가장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EAST-TIGER 2020. 7. 17. 21:09

 

거의 한 달 넘게 영화를 보지 않았다가 오랜만에 극장을 찾아
수요일날 구로CGV 6관에서 밤 10시 50분에<백야행>을 보았다.
평일 밤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마지막 타임이라서 극장 분위기도 편해 보였다.
사실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정보를 보면서 출연배우들 보다 감독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짧은 영화경력의 신인감독과 젋은 나이는 나에게 9천원을 투자할만큼의 매력을 못느꼈다.
그러나 배우 섭외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한석규, 손예진, 고수, 박성웅, 이민정과 같은 배우들을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드문 일이니까.

 

 

"원숭이는 자기 새끼가 죽은 후에도 계속 품고 있는다는 내용이었어요."


14년 전 살인사건에 연루되었던 용의자가 출소 후 자살로 추정된 살인을 당한다.
조사에 들어간 경찰은 14년 전 살인사건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물증이 없다.
게다가 조사에 들어간 경찰은 실종되고 사건은 점차 미궁으로 빠진다.
그러던 중 14년 전 살인사건을 담당했던 한동수 형사는 다시 조사에 착수하고,
조사 중에 이번 사건이 14년 전 사건과 연관되어
요한과 지아가 깊게 관계 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원하는 것을 말해봐. 다 해줄테니까."
"걷고 싶어.. 태양 아래서 걷고 싶어.."


오랜만에 스크린에 데뷔한 고수의 연기가 빛을 발한 영화였다.
대사는 많지 않았지만 표정과 감정연기에서 시종일관 압도된 모습을 보였다.
1년에 한편 정도 영화를 찍는 한석규와 손예진도 이름에 걸맞는 연기를 보였다.

 

한석규의 연기는 중후한 맛이 있지만 예전에<No.3>이미지가 강해서
그의 형사역은 큰 매력을 느끼기 힘들었다.
아마도 한석규의 연기력은 한동한 정체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 달리 손예진은 점차 다양한 배역에서 절정기를 맞이할 배우다.

손예진도 나이를 먹는지 더이상 학생역이 어울리진 않겠지만
배역에 따라 여러 마스크를 바꿀 수 있는 연기력을 갖추고 있어서
앞으로 어떤 배역으로 스크린에 나타날지 기대가 된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도 딱 그저 그런 정도의 노출만 했다.

 

이민정은 이번 영화에서 이렇다 할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중반까지 비중 있는 역할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어색했다.

 

제작을 강우석 감독이 맡았고
신인감독인 박신우 감독은 이번 영화로 무난한 스크린 데뷔를 했다.

 

 

"아저씨.. 태앙이 높이 뜨면 그림자는 사라지는 거야."


영화 내용은 상투적이다.
여자의 행복을 위해 온몸으로 헌신하는 남자와 그 남자로 인하여 전혀 새로운 인생을 사는 여자.
그러나 둘은 맺어질 수 없는 관계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시대착오적인 사랑이지만 아직 이런 류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랑의 의미가 많이 퇴색 되어서 그럴지도 모른다.이 영화의 다른 점이 있다면,
여자는 끝까지 냉정하고 집요하게 자신의 행복을 찾는다는 점이다.


히가시노 케이고의 원작을 각색해서 만든 이 영화를 보며,
요새 한국영화의 참신함이 떨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로 만드는 기존의 창조의 작업은
원작을 각색하거나 그대로 만들어버리는 일로 단순화 되었다.

 

 

"그때 내가 그냥 지나쳤더라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였으면 어땠을까?"


한 여자 때문에 인생이 바뀐 남자와 그 남자 때문에 인생이 바뀐 여자.
빛과 어두움처럼 둘의 관계는 극과 극에 위치에 있다.
하얀 어둠 속을 걷는다는 표현은 그래서 가능하다.
행복과 불행을 나눠갖는 두 남녀의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인간의 두 가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인간은 누구를 위해서 살 수도 있지만,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도 살 수 있다.
한쪽은 너무나 큰 이타심이고 한쪽은 너무나 큰 이기심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 원한다.
행복을 주는 것과 행복을 받는 것은
둘다 큰 의미에서는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행복은 불행과 가장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자신에게 행복의 감정이 생긴다는 것은 누군가의 불행을 통해 생기는 거니까.
영화는 비극으로 끝났지만 개인적으로 행복은 행복 그 자체로 영원히 지속되길 바란다.
그리고 행복에서 생겨난 불행도 행복으로 바뀌길 바란다.

 

2009.11.29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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