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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 사건] 세계 어디서나 불법체류자들의 삶이란 치열하다

EAST-TIGER 2020. 7. 17. 20:32

 

성룡이 출연한 영화는 코믹하고 그의 대역 없는 스턴트 연기가 볼만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이 거의 없다.
오히려 진지한 성룡의 모습과 그의 내면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빨간딱지에 성룡이라는 이름이 어색한 이 영화는,
그만큼 성룡의 새로운 모습과 파격적인 장면들로 가득하다.
개인적으로 불법체류자를 주제로 한 영화에는
현 사회와 인간이 가지는 문제점을 극단적으로 볼 수 있다.
목숨을 걸고 배 밑창에서 숨죽이며 밀항을 하는 일은
배부른 나라 사람들이 보기에 조롱거리겠지만,
당사자들에게 있어서는 모든 것을 걸은 도박이자 유일한 희망이다.

 

 

"여긴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형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가질 수도 있어요."

 

때는 1990년대 일본.
가난한 중국인들이 돈을 벌고자 일본으로 밀항이 잦았던 시절에
일본으로 돈을 벌러 간 애인이 소식이 없자, 철두는 애인을 찾으러 일본으로 밀항한다.
천신만고 끝에 일본에 도착하여 애인을 찾았지만 야쿠자 에구치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현실을 수긍하고 일본에서 새 출발하는 철두, 그러나 일본의 생활은 만만치 않다.
어느 날, 타이완 갱들로부터 아재가 참혹하게 당하고 철두는 복수를 준비한다.
복수를 하러 간 철두는 복수를 하려다가 우연히 에구치를 구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새로운 삶을 맞이하게 된다.

 

 

"비리는 정치계에서 영원히 존재할 것이야. 순진하게 굴지 마. 깡패, 야쿠자, 쇼 비즈니스
이 세 개는 절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지. 그것이 자본주의다."


대부분의 성룡 영화들은 성룡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되지만
이 영화에는 성룡과 더불어 다양한 캐릭터가 나온다.
성룡의 코믹하고 현란한 액션 연기를 보다가 진지하고 내면적인 연기를 보니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으며 그는 정말 대배우임에 틀림없다.
일본 영화의 감초적 배우 타케나카 나오토도 전작들과 달리 침착한 형사 역으로 열연했다.
<야연>의 다니엘 우는 이 영화에서 롤러코스터 같은 캐릭터를 보여줬다.
선함과 악함을 넘나드는 그의 연기는 영화의 긴장감을 더욱 강하게 몰아갔다.
<색정남녀>의 이동승 감독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드는데, 전달하고 싶은 주제는 단순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영화는 그의 수작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게감 있는 배우들을 너무 많이 등장시켜 집중이 잘 안된다.
성룡 영화는 성룡이 알아서 다해버리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성룡급의 중량감이 각 배우들에게 골고루 나눠졌고,
그로 인해 영화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정리가 안된 채 급하게 스토리가 끝난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성룡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억될만한 문제작이고,
쉽게 폄하할 수 없는 문제의식과 작품성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불행하게도.. 권력은 사람을 변화시켜요."


실제로 1990년대 일본에는 150만 명에 육박하는 불법체류자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중국인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이들은 일본에서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일을 하고 있고 문제는 여전하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서양인에게는 관대하고 아시아계 사람들은 적대적인 일본인들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일까? 중국 정부는 중국 영화계의 상징인 성룡이 나오는 이 영화를 자국 내에서 상영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한 번쯤은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
일본에 중국인 불법체류자가 급증하는 것은 분명 중국 사회의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이제 서로 다 갚은 거예요."


세계 어디서나 불법체류자들의 삶이란 치열하다.
그들은 하루가 불안의 연속이고 생존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사람은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면 지극히 개인적으로 돌변한다.
그것은 살기 위한 마지막 이기심이자 모든 것을 걸은 도박이다.
불법체류자들의 목표는 일단 돈을 많이 버는 것이고,
그 돈은 고스란히 개인과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사용된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있어서 돈은 모두의 연명을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그들은 지극히 불리한 입장에 있고,
경찰들은 그들을 붙잡으려고 하며,
부당한 대우를 받지만 아무도 그들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얼마 전 인천지방법원에 필리핀계 외국인 노동자들 중심으로 노조가 설립됐다는 말을 들었다.
대략 6~7명 정도 된다고 들었는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 낯선 땅에 노조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그들은 길게는 1~2년, 짧게는 지금 당장 본국의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인권은 존중보다는 무시와 탄압에 고통받는다.


우리나라도 50~70년대 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 걸고 외국에 나갔는가?
그들의 후예들이 지금 교포사회를 만들었고 세계 곳곳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간다.
합법적인 출입은 아니지만 불법체류자들을 떠올리며 우리가 사는 세계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은,
그 어느 곳을 가든지 사람은 늘 불안하며 마음대로 머물거나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것과,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서 우리는 늘 나그네이고 뭔가 이루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약 80~90년의 유효기간을 가진 장기 체류자들이라는 점이다.

 

2009.12.18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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