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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어릴 적 살았던 나의 도시를 잃어버렸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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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어릴 적 살았던 나의 도시를 잃어버렸다.

EAST-TIGER 2020. 6. 15. 05:00

 

휴가 갔을 때 보았던 영화이다.
2편의 영화를 가져갔는데, 휴가가 기대 이상으로 괜찮아서 돌아오는 길에 1편만 보았다.
생각보다 괜찮았던 영화이고, 기발한 상상과 특이한 소재는 근래에 본 영화들 중 최고였다.
프랑스 영화를 보면 가끔 프랑스 사람들의 생각에 경탄을 금치 못할 때가 많다.
순수하다고 할까? 진짜 그들의 영화들에서는 삶의 고민과 인간의 진실함이 묻어난다.
특이한 점은 론 펄먼(Ron Perlman)이 이 영화에 출연했다는 점이다.
그는 뉴욕에서 태어난 미국인인데.. 굉장히 프랑스인다운 연기를 보여줬다.

 

 

"네가 애들에게 악몽만 주는 것은, 네 안의 악성 때문이야."


오래전 천재 과학자가 외로운 삶을 견디지 못하고, 9명의 사람을 만들어낸다.
6명의 쌍둥이 아들들을 만들고, 자신의 뒤를 이을 과학자를 만들고, 부인을 만들지만, 모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유전자 결함으로 인하여 6명의 아들들은 너무 잠만 자고,
자신의 뒤를 이을 과학자 크랭크는 잠잘 때 꿈을 꾸지 못해 금세 늙어버렸으며,
부인 비스무스는 난쟁이가 되어버렸다.
또한 친구로 만든 이르뱅은 미완성으로 뇌만 수족관에 있고, 기계를 통해 대화와 보는 것이 가능하다.
어느 날 낙심한 과학자는 우연한 일로 아들들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집 밖에 있는 바다에 빠지게 되고,
다행히 목숨을 건지지만 기억을 잃고 지하세계에서 살게 된다.

 

 

"신은 은총을 포기하고, 길게 늘어진 어둠은 암흑 속으로 묻혀 버렸다."


한때 고래를 잡았던 차력사 원은 길거리에서 주운 아이 댄레를 친동생처럼 키우지만, 괴한들에 의해 납치된다.
사방으로 동생을 찾던 원은 고아들로 이루어진 소매치기단을 만나게 되고,
그들은 동생이 크랭크 박사에 의해 잡혀갔다는 것을 원에게 알려준다.
또한 원이 동생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자,
소매치기단 리더 미에뜨는 원과 동행하면서 그를 돕는다.
그러나 그들이 크랭크 박사를 만나러 가는 길은 위기의 연속이었다.

 

 

"왜 그 애들이 악몽을 꾸는지 설명해 줄 수 있어?"
"네가 악몽 그 자체니까."


영화설정이 재미있고 특수효과도 조금 놀라웠다.
1995년도에 제작되었는데, 프랑스 영화들 중 가장 많은 제작비가 들었고 14년간의 준비했다니,
프랑스 영화계에서는 대단한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고, 캐릭터 역시 참신했다.
꿈을 꾸지 못해 아이들의 꿈을 자신의 꿈으로 가로채서 젊음을 얻으려는 크랭크 박사.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납치해서 그들의 꿈을 자기의 꿈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계속해서 악몽만 꾸는 그는 계속해서 늙어가는데,

그가 마치 요즘 내 모습을 보는 듯했다.


사람이 늙는 것은 나이를 먹어서 늙는 게 아니라, 꿈이 사라지기 때문에 그렇다.
나도 어릴 때 꿈꾸었던 모든 일들이 하나씩 사라지더니 이제는 남는 것 하나 없다.
어릴 때 꾸었던 꿈들은 이미 나이를 먹으면서 다른 꿈으로 대체되었다.
그래서 나는 늙어버렸다.

 

 

"나는 아주 늙었고, 너는 죽는 꿈이었어."


사람은 결점 투성이다.
누구 하나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리고 다들 외로워한다.
그 외로움은 또 다른 외로움을 낳고 전염시킨다.
나는 그로 인해 한없이 슬퍼했다.
미래 사회를 주제로 한 영화들의 특징은 '사람은 외롭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꿈을 잃어가고 하루의 반복에 익숙하다.
원치 않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하고, 실수를 연발하지만 무덤덤하다.
암울한 미래의 '나'는 벌써 현재에 살고 있는 '나'와 동일해진다.
나는 어릴 적 살았던 나의 도시를 잃어버렸다.


<에어리언 4>, <아멜리에>를 만든 장 피에르 주네(Jean-Pierre Jeunet)는 이 영화를 통해,
그의 탁월한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인 것 같다.
<헬보이>와 <미녀와 야수> 시리즈의 론 펄먼은 이 영화에서 멜로 영화 주인공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인 주디스 비테(Judith Vittet)는 어린 나이였지만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그 후 그녀는 이렇다 할 영화 없이 사라졌고, 이 영화를 본 누구라도 그 점이 가장 안타까울 것이다.
<아멜리에>, <에어리언 4>의 도미니크 삐농(Dominique Pinon)은 이번 영화에서 가장 바쁜 배우였을 것이다.
그는 1인 7역을 했고 깊이 있는 연기였다.

 

2009.08.29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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