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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시민] 그들의 부패와 비리는 알면서도 막을 수 없다

EAST-TIGER 2020. 7. 17. 20:20

 

부패한 민중의 지팡이를 주제로 한 영화는 많다.
그것은 좋은 모티브가 되고 줄곧 영화에서 사회풍자와 공직자들의 비리를 드러내기 쉽다.
이 영화도 같은 부류로 생각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저 사람이었더라면..' 하는 생각도 할 수 있었다.

 

 

"딸아, 최대한 늦게 나오너라. 밖은 미친놈들이 판치는 세상이란다."


평화로운 저녁을 보내고 있는 클라이드의 가족에게 갑자기 들이닥친 괴한 2명으로 불행은 시작된다.
괴한 2명은 닉의 아내와 딸을 클라이드가 보는 앞에서 겁탈하고 죽여버린다.
범인은 곧 잡히지만 클라이드의 담당 검사 닉과 변호사 간의 불법적인 거래로 범인은 석방된다.
10년 후, 클라이드는 자신의 아내와 딸을 죽인 범인을 찾아가 잔인하게 죽이고 닉은 클라이드를 체포한다.
감옥에 갇히게 된 클라이드는 닉에게 지난날을 상기시키며 복수를 선언한다.
그리고 연이어 닉 주변에 사건과 사고들이 발생한다.

 

 

"남의 정의를 저버린 자에게 정의란 참혹한 법이지."


<300>에서 강력한 포스를 보여주었던 제라드 버틀러(Gerard Butler)가 복수의 화신으로 열연했다.
상당히 지능적이었고 차가운 눈빛과 치밀한 행동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을 유발했다.
<레이>의 제이미 폭스(Jamie Foxx)는 부패한 검사역을 맡았고 무난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조금 아쉬운 것은, 그전에 맡았던 캐릭터와 연기에 비해 이번 영화에서는 별다른 특색이 없었다.
<네고시에이터>의 F. 게리 그레이(F. Gary Gray) 감독의 이번 영화 역시 범죄영화였다.
스토리가 단조로운 패턴이었지만 빠른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박진감 넘쳤다.
또한 클라이드의 10년간 준비작업이 치밀함을 넘어서 황당할 정도였지만
어디까지나 그의 복수를 부각하려는 의도라서 이해했다.
그러나 이 영화가 15세 관람가로 등급 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본다.
영화 중간중간 가학적인 장면이 나오는데 상당히 잔인하고 선정적이다.

 

 

"나는 더 이상 살인자와는 협상하지 않아!"


민중의 지팡이 역할을 하는 지금의 치안기구들은 사회적으로 볼 때 꼭 필요하지만,
그들의 부패와 비리는 알면서도 막을 수 없다.
그들은 사회의 정의와 안전을 보장하며 법으로 심판하지만,
정작 그들에게 있어서 정의와 안전은 이해관계 속에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만 유효하다.
그러므로 신영철 대법관 사건과 같은 공직자 부정부패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오랜 전통이고 전 세계적으로 알면서도 치료할 수 없는 고질병이다.
1990년대에 취임한 대통령들도 우리 사회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막으려고 애를 썼지만,
정작 자신들의 가족들과 인척들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조금 안타까운 말이지만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막고 정의를 실현시키려면,
공직자들 스스로가 엄격한 자정활동을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것은 치열한 시험이나 경쟁에서 비롯되지 않으며,
개개인의 양심에 근거한 인성과 정의를 실현하려는 사회 분위기 내에서 가능하다.

 

 

"내가 그렇게 나쁜 선생은 아니었나 보군."


사람들에게 법과 이성보다 더 강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상황에 따라 주어지는 인간의 본성이다.
법과 정의는 인간의 본성을 제한시켜서 사회를 형성하게 만들지만,
그것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상황 앞에서는 무력하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범죄자에 의해 처참하게 죽은 상황에서
법과 정의가 악의 세력과 거래를 한다면,
그것만큼이나 복수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모범시민이었던 한 사람을
단숨에 사회 전체를 위협시키는 범죄자로도 만들 수 있다.

 

2009.12.15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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