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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에너미] 지금, 사회나 정치적인 의적(義賊)이 필요한 시기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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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에너미] 지금, 사회나 정치적인 의적(義賊)이 필요한 시기다.

EAST-TIGER 2020. 6. 15. 04:44

 

어제 후배 우연이가 영화 같이 보자고 해서,

13일 오전 8시 신도림 CGV 8관에서 조조로 보았다.
아침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은 별로 없어서 편하게 봤지만,

지난밤과 새벽으로 이어지는 작업으로 몸이 조금 피곤했다.
게다가 아침밥도 안 먹고 나왔기에, 혼신을 다하여 영화를 봤다.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조니 뎁(Johnny Depp)과 크리스천 베일(Christian Bale)에,
<히트>, <핸콕>의 마이클 만(Michael Mann) 감독이 만났으니,
장르가 액션이라는 것은 당연했고, 갱스터 영화라는 점에서 스토리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사실 갱스터 영화의 스토리는 <스카페이스>, <대부>, <칼리토> 중에 걸린다.
그만큼 갱스터 영화들은 정형화되어 있고 식상하지만, 출연 배우가 어떤 연기를 보여주고,
비장한 영상을 어떻게 촬영했는지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출연 배우와 감독의 이름만 봐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내 친구들은 나를 '존'이라고 부르지. 그러나 너 같은 개새끼는 '존 딜린저' 라 불러야지!"


대공황기에 접어든 1930년대 미국.
미 전역에서 범죄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도, 경찰도 부패했다.
그러나 수많은 범죄자들 속에서도 국민의 편에서 항거하는 범죄자도 있었으니,
그가 은행 전문털이범 존 딜린저이다.
1분 40초 만에 그의 패거리들과 은행을 털어버리고, 감옥을 습격하여 죄수들을 탈옥시키자,
FBI는 그를 잡기 위한 특별 수사팀을 시카고에 마련하고,
유능한 FBI 요원 멜빈 퍼비스를 수사팀의 책임자로 임명한다.

 

 

"왜 그냥 갔어요?"
"나를 밖에다가 그냥 세워뒀잖아요."


FBI의 이러한 노력에도 존은 은행을 계속 털고, 대담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시민들은 그런 존을 선망의 대상으로 여기고, 그의 활약에 즐거워한다.
그러나 멜빈은 존을 잡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수사팀 인원을 증원한다.
그 결과, 꾀 많고 민첩한 존도 FBI의 집요한 수사력에 점차 위태로운 상황을 맞이한다.
하나, 둘씩 동료들의 죽음을 보게 되는 존은, 자신의 최후가 가까웠음을 직감한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는 없을 거야."
"지금 잘 돼가는데 왜 앞 일을 걱정해."


1920~30년대의 미국 사회는 범죄와의 전쟁을 벌여야 했지만,
부패하고 무능한 경찰 역시 사회 내의 공공의 적이었다.
영화 <체인질링>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이 시대의 경찰들은,
엽기적인 범죄와 지능적인 범죄자들을 상대하기에는 너무 무능했고 시민들도 그런 경찰들을 불신했다.
그러나 범죄자가 시민들에게 있어서 '로빈 훗'이 되든,

'마피아'가 되든, 사회 공권력을 이길 수는 없다.
사회 공권력은 일시적으로 무력화될 수 있어도,

그들은 사회치안을 책임져야 하는 임무가 늘 강요된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범죄자는 사회에서 오래 득세할 수 없고,

그들의 죽음과 최후는 이미 예견되어 있다.

 

 

"넌 사형집행일 말고는 이 밖을 나갈 수 없어."
"그건 두고 봐야 알지."


성호 이익이 말하길, 조선시대의 3대 도적으로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을 꼽았다.
그들의 활동 시기를 보자면, 홍길동은 연산군 때, 임꺽정은 명종 때, 장길산은 숙종 때의 활동했다.
재미있는 공통점은, 그들의 활동 시기에 조정 대신들과 사회법의 부패가 절정이었고,
부패에 맞서서 의적 활동으로 백성들에게 지지를 받았던 그들을 '극악무도한 도적'이라고 명하여,
몇 번의 토벌대를 만들어서 그들의 세력을 궤멸시켰다.
또한 의적들이 활동 시기는, 지금의 우리 사회 상황처럼 위정자들과 백성 간의 대화와 소통이 안되었던 시기였다.
항상 '의적'들은 힘없는 백성들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대변자이자,

백성들의 적인 탐관오리들을 무력으로 심판했다.
그리고 조정 대신들은 그런 의적들이 민심을 등에 업고,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할까 봐, '토벌'로써 싹을 잘라버린다.
토벌로 인한 의적의 죽음은 힘없는 백성들에게는 슬픔이었고, 조정 대신들과 관리들에게는 안도와 기쁨이었다.
그러나 의적은 죽음 앞에 겁쟁이가 아니었고, 백성들의 가슴속에 '영웅'으로 오랫동안 남았으며,
자신과 비슷한 또 다른 의적을 만들었다.

 

 

"겁쟁이로 살래? 아니면 영웅처럼 죽을래?"


요즘 사회에는 의적이라고 칭할 수 있는 도적들은 없고,

죄다 엽기적인 범죄행각과 성범죄자들로,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조무래기 같은 도적들이 많다.
나는 '의적'이라는 말에 호감이 가는데,

시민들이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힘과 용기가 부족할 때 ,
누군가가 그 부조리함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되갚아준다면 그것만큼 통쾌한 것도 없다.
그 '누군가'를 사회 집권층에서는 '범죄자'라고 말하겠지만 시민들에게는 '영웅'이다.

 

조니 뎁은 이 영화를 평하면서 자신의 배역이 '로빈 훗'과 비슷한 캐릭터라고 말했었다.
그의 말처럼 존 딜린저는 '로빈 훗'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지만 공권력 앞에는 바람 앞에 불이다.
그러나 범죄율이 높아지는 것은 그만큼 사회 전체게 불안정한 것이고,

그 불안정의 원인은 늘 정치에 있다.
이유는 시민들과 정치인들 간의 대화와 소통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회가 아무리 썩어도 범죄가 정의가 될 수 없겠지만,

바람 속에서도 타오르는 불꽃처럼,
시민들의 편에서 시민들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의적이 요즘 사회에 필요하다.

 

조니 뎁과 크리스천 베일의 연기대결은 흥미로웠다.
이번 영화에서 조니 뎁은 진지한 내면 연기가 돋보였고,
크리스천 베일은 냉정하면서도 절제된 연기가 배역에 들어맞았다.
또한 채닝 테이텀(Channing Tatum), 빌리 크루덥(Billy Crudup) 등 조연들의 활약도 눈부셨고,
여주인공인 마리안 코티아르(Marion Cotillard)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마이클 만 감독의 액션 영화에는 타격감과 리얼함이 느껴진다.
총격신이 벌어질 때는 배우들의 총소리와 장전 소리에 귀가 먹먹했고,
마지막 장면에서 뚱보 요원의 손 떨리는 장면은 충분히 공감 가는 장면이었다.
전체적으로 갱스터 영화에서 빠지지 말아야 할 요소들이 모두 들어있고,
중반부의 약간 지루함이 느껴졌지만, 엔딩은 그러한 지루함도 과정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09.08.16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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