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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 마음을 비우는 것이 뭘까?

EAST-TIGER 2020. 7. 20. 03:34

 

게으른 탓에 1월 6일 날 보았던 영화를 이제야 리뷰한다.
추운 날씨와 전부터 내린 눈으로 인하여 집 밖으로 별로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이전부터 약속했던 친구가 있어서 강남 CGV로 갔다.
가끔 강남역에 갈 때마다 강남 CGV 건물을 보았는데 실제로 들어가 보니 조금 실망했다.
좁은 통로와 한 대뿐인 엘리베이터 때문에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여 올라가야 했다.
꽤(?) 올라간 다음에 도착한 5관에서 오후 5시 표로 최동훈 감독의 신작 <전우치>를 보았다.
평일이지만 사람들이 꽤 많았고, 나는 영화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바람을 다스리고, 마른하늘에 비를 내리며, 땅을 접어 달리고,
날카로운 칼을 바람처럼 휘두르며, 그 칼을 꽃처럼 다룰 줄 아는 도사 전우치다."


때는 500년 전 조선시대.
요괴를 봉인하던 '만파식적' 피리가 도리어 요괴의 손에 넘어가자 세상은 시끄러워지고
이를 걱정한 세명의 신선들은 당대 최강 도인 천관 대사와 화담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천관 대사는 의문의 암살을 당하고 화담은 자취를 감춘다.
이에 천관 대사의 제자 전우치와 초랭이는 스승을 암살한 누명을 쓰고 신선들에 의해 그림 속에 봉인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09년.
요괴들은 다시 세상에 나타나자 은둔 생활을 하던 신선들은 요괴 퇴치를 위해,
전우치와 초랭이를 그림 속에서 불러내고,

새로운 세상에 살게 된 그들은 가는 곳곳마다 사고를 일으킨다.

 

 

"넌 최고의 도사가 될 수 없다."
"왜요?"
"마음을 비우는 법을 모르니까."
"마음을 어떻게 비워요.."


이 영화는 분명 최동훈 감독의 전작 <범죄의 재구성>, <타짜> 같은 치밀한 스토리와 연출력은 아니었다.
류승완 감독의 <아라한 장풍 대작전>과 비슷한 분위기였고 특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최동훈 감독의 외도가 짙게 느껴지는 영화였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그놈 목소리>의 강동원은 그의 연기가 한 단계 발전했다는 것을 이번 영화에서 보여줬다.
도사 전우치 역은 그의 연기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좋은 배역이었고, 속편에서도 기대되는 캐릭터이다.


<타짜>, <추격자>에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준 김윤석은 이번 영화에서도 그의 연기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우려되는 점은 너무 이미지가 굳어가는 것 같아서 조금은 긴장 풀린 배역과 연기도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그가 점점 흥행 보증 수표 배우로 자리 잡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임수정은 귀엽고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녀의 발랄한 모습에 작게나마 즐거웠다.


우리나라 영화계의 초특급 조연 유해진은 과연 최고의 여배우 김혜수가 사랑할만한 배우였다.
자연스러움과 익살스러움이 묻어나는 연기가 그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의 연기는 명품이었고 어떤 영화의 어느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는 천의 배우라 생각한다.


이밖에도 염정아, 선우선, 주진모, 백윤식, 송영창, 김상호, 김효진 등등 다양한 배우들이 출연했다.
특히 백윤식은 너무 짧은 분량으로 출연했고, 선우선의 요괴 역은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사람은 잃을 게 있으니까 약해지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마음을 비우는 법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도대체 마음을 비우는 것이 뭘까?
무욕(無慾)과 무심(無心)과 같이 사람의 마음속의 모든 것을 없애는 것이 마음을 비우는 것일까?
부적을 의지하며 도술을 부렸던 전우치는 마음을 비우자 부적 없이도 도술을 부렸다.
그에게 있어서 마음을 비우는 것은 부적이라는 제한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도술을 부릴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마음을 비우는 것은 어떤 것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을 뜻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호연지기(浩然之氣)의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을 뜻하는 것일까?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마음을 비우는 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다.

 

 

"어차피 인생은 한바탕 꿈, 이렇게 말하는 난 도사 전우치."


<전우치>가 <흡혈형사 나도열>처럼 시리즈물로 기획된다는 말이 있는데, 괜찮을 것 같다.
'전우치'라는 캐릭터가 주는 매력이 왠지 다음 편도 기대가 되고 이번 영화가 오프닝이었다면,
다음 영화에서는 뭔가 기존의 퓨전 판타지 사극물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문제는 '누가 감독을 맡을 것이고, 어떤 배우들이 연기할 것인가?'이다.
현재 600만 관객 돌파를 눈 앞에 둔 흥행 기록을 볼 때,
최동훈 감독의 외도와 같은 <전우치>는 큰 성공을 한 것 같다.

 

2010.01.30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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