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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니콜라] 이런 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EAST-TIGER 2020. 7. 20. 03:46

 

오랜만에 프랑스 영화를 한편 보았다.
지난주 일요일에 영등포 CGV 8관에서 오후 1시 20분에 <꼬마 니콜라>를 보았다.
동명의 원작 소설은 이미 오래전에 나왔으나,

이제야 영화로 제작되어 스크린에서 볼 수 있었다.
일요일이라서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사람들은 많았고,
영화관 내 관객들은 대부분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었다.

 

 

"꿈이 없는 아이에겐 아주 어려운 일이에요."


올해 10살인 니콜라가 바라보는 세상은 신기한 일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개성이 강한 7명의 친구들은 니콜라와 함께 모험하듯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요아킴에게 동생이 생겼고 동생 때문에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그의 말을 듣고,
자기에게도 동생이 생겨서 똑같은 일을 당할까 봐 걱정한다.
그래서 니콜라의 친구들은 니콜라를 돕기 위해 대책위원회를 조직한다.

 

 

"나 안경 썼다."


감독인 로랑 티라르 (Laurent Tirard)는 아이들의 눈과 어른들의 눈을 거리감 없이 표현하며,
영화 내용이 진부한 이야기가 되지 않게 좋은 연출과 구성을 보여주었다.
주인공인 니콜라 역의 막심 고다르 (Maxime Godart)는 너무나 귀여워서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전교 꼴찌 클로테르 역의 빅터 카를 (Victor Carles)과 부잣집 아들 샤를 바이옹 (Charles Vaillant)은
왠지 기대가 되는 아역배우이고 영화를 보는 내내 인상 깊게 보았다.

 

 

"세느 강이요!"


<아밀리에>,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핑크 팬더>등 프랑스 영화에는 뭔가 새로운 시각이 있다.
그리고 자유분방한 사람들의 표현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러운 웃음과 슬픔이 나온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이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한 영화의 원작 <꼬마 니콜라>는,
어른들이 알지 못했던 아이들의 세계와 시각들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표현하여,
1959년 첫 출간 이래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고 프랑스식 자유스러움이 가득하다.
영화 보면서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기괴한 상상력에 나도 모르게 크게 웃었다.

 

 

"아마도 제가 꿈이 없는 것은 지금 너무 행복해서 그럴지도 몰라요."


어릴 때 바라보았던 세상은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성탄절이면 산타클로스를 기다렸고, 밤 12시가 되면 학교 안의 동상들이 움직인다는 말,
무서운 영화를 보면 잘 때 영화에서 봤던 괴물들이 나올까 봐 잠 못 이루던 밤들..
그것은 진짜 어릴 때만 가능했던 상상과 느낌들이었다.

나이를 먹고 성인이 되어갈수록 그것들은 진부하고 무감각한 이야기들이 되어버렸다.
가끔은 아이들에게 그것들을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어른들을 보며 무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어릴 때의 행복이었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았다.

 

아무런 걱정 없이 부모님의 품에서 재롱을 떨었던 때가 내 인생에 가장 근심이 적었을 때였고,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며 무서운 이야기에 가슴이 콩닥거렸던 그때의 내가 가장 순수했다.
언젠가 나도 내 자녀들에게 나의 부모님과 유치원 선생님들이 내게 했던 그 이야기들을 해줄 것이다.
그러나 요즘 같이 동화책보다는 PSP나 닌텐도에 관심이 더 많은 아이들에게
우리의 옛날이야기들이 얼마나 통할 런지는 잘 모르겠다.

 

초등학생들이 음란물이나 폭력적인 매체에 무방비한 지금의 시대에서
상상력이 가득한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 그들에게 통할까?

작년 한 해 동안 교편을 잡았던 나는 그 현실에 직면했을 때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그래서 나는 인문학과 인간성의 위기라는 이 시대의 일부 지식인들의 말에 동의한다.
그리고 규격화되고 정의 내려지길 좋아하는 지금의 시대에서 이런 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2010.02.03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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