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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가 돌아왔다] 끝까지 믿는 것이 더 낫다

EAST-TIGER 2012. 4. 3. 09:13


토요일 공항CGV 8관에서 오전 8시 35분에<시체가 돌아왔다>를 보았다.

처음으로 주말에 조조 영화를 보았고,

처음으로 공항CGV에 갔다.

김포공항 국제선 타는 곳에 있었고,

한 층에 모든 관이 다 있었다.

아침이었지만 주말이라서 관객들은 많았다.

특별히 1년 넘게 나와 함께 해준 사람들에게 영화표를 선물했고,

함께 영화를 보았다.



"누가 바위이고 누가 계란이야?"


동화의 아버지가 뻉소니를 당하자, 

동화는 원한 관계에 있던 사람들을 추적하고 평소에 친분이 있었던 현철이 가세한다.

그러던 중 아버지와 원한 관계에 있던 동종 업계의 한 인물이 거론되었고,

동화는 복수를 다짐한다.

그러나 다음 날 그는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감당할 수 없는 병원비와 생활비로 고생 중인 동화는 현철의 도움으로, 

뺑소니 피해 보상을 위해 그의 시체를 훔칠 계획을 세운다.



"연구의 시작은 관찰이야."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류승범 때문이다.

스토리나 장르를 살펴 보기 이전에, 

오직 배우들만 보고 영화를 선택할 경우가 있는데,

내게 있어서 류승범이 그런 배우들 중 한 사람이다.

이 영화에서도 류승범의 연기는 내 눈을 즐겁게 했다.


영화보다 TV드라마에서 더 많은 인기를 받고 있는 이범수.

코믹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그였지만,

근래에 출연한 드라마들에서 너무 진지한 연기들만 봐와서 그런지, 

오랜만에 그의 코믹 연기는 약간 낯설었다.


김옥빈은 확실히 개성이 강한 여배우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박쥐>이후로 그녀의 연기는 계속 성장 중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녀가 진지한 멜로 영화에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똥파리>에서 처음 본 정만식은 요새 잘 나가는 조연 배우가 되었다.

명품 조연은 다양한 역할을 거의 어색함 없이 소화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는데,

그는 단연 명품 조연 배우에 해당된다.


고창석, 오정세, 유다인의 연기도 좋았고,

배정남과 신정근이 좀 더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우선호 감독의 영화는 처음 보았다.

최근에 신인 감독들의 영화들이 많이 개봉되고 있는데,

나는 주로 부실한 내용과 어색한 연출들의 유무를 주로 본다.

우선호 감독은 무난하다.



"시체가 없는데요."


함께 본 사람들은 재미있게 보았다고 하는데, 

나는 그저 평범했다.

장르의 특성상 스토리 전개가 상당히 빠른 편이었지만,

빠르다 보니 스토리가 전개 속도에 장단을 맞추는 꼴이 되고 말았다.

또한 약간 블랙 코미디적인 면이 있었으나,

전체적으로는 무난하게 볼 수 있는 대중적 코미디 영화라 생각한다.

출연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다.



"믿기 시작하는 순간, 속기 시작하는 거야!"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믿게 만들어서 속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닌데,

요새는 전문 사기꾼이 아니더라도,

교묘한 방법과 치밀한 계획으로 사람들을 쉽게 믿게 하고 쉽게 속일 수도 있는 것 같다.

대표적으로 보이스 피싱이나 다단계 기업들이 있고,

종교 단체 역시 '전도'라는 방법으로 사람들을 집회 장소로 모이게 한다.


영화의 대사처럼,

무언가를 믿는 순간부터 속는 것은 일도 아니다.

즉 믿음은 신뢰에서 바탕된 것이고,

항상 냉철함과 긴장감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기 때문에,

믿음으로 인하여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여유도 요새는 사치인 것 같다.

신뢰에서 시작된 믿음은 의심에 쉽게 무너지고,

예상치 못한 삶의 변수들은 무엇가를 믿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결국 사람들은 나 자신을 믿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상황이나 변수가 절대적이라고 불릴 수 있는 가치들을 상대화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믿음이 가는 대상을 의심없이 받아 들이고 싶고,

그 대상 역시 내가 믿을 수 있는 대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영화의 엔딩처럼, 

삶에서 뜻밖에 또는 예정된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극단적으로 훈훈한 사회를 위해서는,

끝까지 의심하는 것보다,

끝까지 믿는 것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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