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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진정 하나가 되어야 한다

EAST-TIGER 2012. 4. 5. 19:42


비 오는 월요일 밤 8시에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시사회<어머니>를 보았다.

작년까지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무비 매니아로 활동했었는데,

올해 초 내부 운영 방침으로 서비스 중지가 되는 바람에 그만 두어야 했다.

그래서 알라딘은 더이상 영화 서비스를 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시사회가 열려서 다행스러웠다.


서울 아트시네마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오래된 명작 영화들을 상영해 주는 극장으로는 손색이 없다.

왠지 극장에 들어서면 그런 영화들만 상영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관객을 배려하는 극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객석은 너무 딱딱하고 음향은 좋은 편이 아니다.



"내가 노동자의 어머니니까, 노동자의 어머니이지!"


1970년 11월 13일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 앞에서 노동자들을 위하여 분신자살한 전태일.

아들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어머니 이소선 여사는 아들의 유언대로 노동운동에 동참한다.

아들의 사후에 근 40년 가까이 노동운동에 전념한 이소선 여사는 2011년 9월 3일에 소천한다.

"노동자의 어머니"라는 호칭을 받았던 이소선 여사.

소천 전 2년 동안의 삶은 소탈했으며 아들 같은 노동자들을 위해 끝까지 헌신했다.



"엄마, 배가 고프다."


<전태일 평전>을 읽다보면 전태일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아들의 삶 전체를 지켜보던 그녀는, 

아들의 삶까지 대신 살아야 하는 운명을 짊어져야 했다.

영화에서 본 그녀의 삶은 긍정적인 생각과 의지를 가졌고,

노동자들의 권리와 복지를 위해 대부분의 삶을 헌신했다.


태준식 감독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영화를 제작했는데,

대부분의 영상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또한 OST는 왠지 어색한 느낌이었다.



"하나가 되세요!"


다큐멘터리 형식보다 각색된 드라마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았다.

물론 이미<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라는 영화가 제작되었지만,

어머니 입장에서 본 아들 전태일의 삶을 조명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또한 연극<안녕, 엄마>에 출연 중인 배우들의 필요 이상의 인터뷰와, 

공연 영상을 삽입한 것은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차라리 런닝타임을 줄이고 간결하게 구성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나는 다큐멘터리가 한 편의 논설문이라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전태일에 대해서 알지 못하면 무척 지루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감독은 이미 관객들이 전태일을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설득력 있는 영상들이 나왔다기 보다는,

그냥 보여주기식의 영상들이 나온 것 같다. 

앞서 말했지만 구성의 엉성함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힘내라!"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에서 노동운동은 별로 좋은 이미지를 갖지 못한다.

근로기준법과 노사관계가 많이 좋아진 지금이지만,

여전히 파업은 산업 현장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부당 대우와 인권 유린은 여전하다.


얼마 전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숨진,

故 박지연씨의 2주기 추모식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가 딸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하여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입에서는 욕설이 나왔다.

그러므로 전태일이 꿈꿨던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다.


20대 초반의 아들이 노동 현장의 부조리한 현실 때문에 분신자살하여, 

자신의 못 다 이룬 꿈을 이루어 달라는 아들의 부탁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노동운동 현장에서 헌신한 이소선 여사.

그녀는 진정 '노동자의 어머니'였다.

아직 아들과 어머니가 꿈꾼 세상은 오지 않았지만,

둘의 정신을 이어 받은 수많은 노동자들과 사람들이,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함께 시대의 부조리한 현실과 싸워야 한다.

함께 인권 회복과 법 질서 회복을 위하여 투쟁해야 한다.

함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진정 하나가 되어야 한다.


故 이소선 여사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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