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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멸망보고서] "나"라도 지구를 지켜야 한다

EAST-TIGER 2012. 4. 13. 11:27


4..11 총선 개표 결과를 계속 지켜보다가 글 한 편 쓰고 오전 6시가 넘어서 잠을 잤다.

오전 10시에 잠시 깼다가 다시 잠들었고,

오전 11시 30분에 일어나 어학원 갈 준비를 했다.

피곤함이 몰려왔으나 간신히 수업을 들었고,

잠깐 연습실에 들렸다가 영화를 보기 위해 명동역으로 갔다.


목요일 저녁 7시 30분에 명동역CGV 2관에서<인류멸망보고서>를 보았다.

처음 와봤는데 알고보니 명동에는 CGV가 두 개나 있었다.

명동역CGV는 아담하고 간소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영화관이었고,

평일 황금 시간대였으나 관객들은 많지 않았다. 

양 쪽 가까운 거리에 있는 관객들이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는데,

한 쪽에서는 두 여자가 거의 매점을 차린 것처럼 여러 가지 음식들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고,

한 쪽에서는 중년 신사가 자주 큰 소리로 기침과 가래를 뱉어 대서 짜증이 났다.



"우리 이거 기억할까?"


정체 불명의 바이러스가 사람들을 좀비로 만들었다.

사람이 만든 로봇이 사람처럼 생각과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혜성과 지구의 충돌로 인하여 인류는 멸망 위기에 처한다.

세 가지 주제로 인류의 멸망을 상상하는 기발한 보고서.

그러나 멸망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은 자는 살아남고 삶을 이어간다.



"인간들이여, 무엇을 두려워 하십니까?"


세 편의 단편 영화가 모여져 이루어진 옴니부식 영화라서 많은 배우들이 출연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단연 좋았고 배역도 잘 어울렸다.

류승범, 송새벽, 김강우, 송영창, 고준희, 김규리, 진지희, 김서형 등등..

개성있는 주연들과 조연들이 한 자리에 모인 영화였다.

박해일이 로봇 RU-4의 목소리를 맡았고,

봉준호 감독과 윤제문, 류승수, 이영은, 김무열, 조윤희가 우정 출연했다.


김지운, 임필성 감독의 영화였는데,

임필성 감독이 <멋진 신세계>,<천상의 피조물>을 제작했고,

김지운 감독이<해비 버스데이>를 제작했다.

전체적으로 김지운 감독보다 임필성 감독의 영화들이 더 대중성이 있었다.



"사과나무라도 심어야 되는 거 아냐?"


나는 옴니부스식 영화를 좋아한다.

주로<여섯개의 시선>,<다섯개의 시선>등 인권 영화들에서 자주 보았었는데,

한 주제를 다양하게 해석하고 감독들만의 개성을 강렬하게 느끼고 볼 수 있어서 좋아한다.

이 영화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을 찾아 볼 수 있었지만,

뭔가 확실한 "재미"와 "감동"이 없어서 아쉽다.


내가 보기에<멋진 신세계>가 가장 대중적이고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임필성 감독은 영화에서 풍자와 진지함을 동시에 유지했고,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그의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천상의 피조물>은 약간 식상한 스토리였으나 보여지는 장면들이 의미심장했다.

김지운 감독의<해피버스데이>는 앞 선 두 편의 영화하고는 다른 스타일의 영화였다.



"저거 내가 주문한 거야."


인류의 미래나 멸망에 관한 영화들은 이미 많이 제작되었고,

기발하고 창의적인 내용들과, 

식상하고 공감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두 축을 이루어 지금도 제작되고 있다.

영화 감독들이나 문학가들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희망을 영화와 소설로 표현하고,

사람들은 그것들을 보고 읽음으로써 미래를 상상하고 예측한다.

실제로 이루어진 미래들도 있고 아직 이루어지지 않는 미래들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미래들도 있다.

하지만 영화나 소설이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어떤 상황이든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아남아 삶을 계속 이어간다. 


현실의 고단한 문제들 앞에서 인류의 미래를 꿈꾸고 상상하는 것은 사치일 수도 있다. 

오히려 취업과 결혼, 노후 계획들이 개개인들에게는 더욱 확실한 미래상이다.

하지만 인류는 지금 심각한 생태계 파괴로 인한 인과응보를 현실에서 받고 있으며,

인류 스스로가 만들어 낸 문명의 부작용들이 역습을 퍼붓거나 준비하고 있다.

결국 인류는 자연이 아닌 인류가 만들어 낸 "괴물"들과 열심히 싸우고 있다.

대수롭지 않는 일들이 쌓이다 보면 대수로운 일이 된다.


내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보았던 상상에 바탕한 인류의 미래에 관한 영화들은, 

거의 암울한 미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근래에 언론에서 보도되는 환경 문제와 무분별한 발전은,

그 암울한 미래를 앞당기고 있는 것 같다.


슈퍼맨과 원더우먼이 없다면 "나"라도 지구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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