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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링] 우리 사회가 정말 '개판'이 된 것이다

EAST-TIGER 2012. 2. 17. 11:17


어느덧 2월 중순이다.

앞으로 추운 날들보다 따뜻한 날들이 더 많을 것이고,

두꺼운 옷은 점점 가벼워 질 것이다.

그러나 나는 시간이 지나도 지금과 비슷한 일상들을 보낼 것 같다.

일주일 동안 쉬는 날 없이 아침부터 밤까지 무언가를 하고 있어서,

몸과 마음이 꽤나 피곤하고 지친 상태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이나 해야 할 일들은 반드시 해야 한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들 중에는 보고 싶은 영화가 없었다.

그러다가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유하 감독의<하울링>이 개봉하길래,

개봉 당일로 예매하여 신도림CGV 7관에서 오후 2시 15분에 보았다.

이른 오후였지만 관객들은 어느 정도 있었고,

15세 관람가라 관객들의 연령대가 다양했다.

가장 좋은 자리에서 편안하게 영화를 보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첨단 장비가 아니라, 여성의 섬세함이야."


순찰대에서 강력계로 부임된 여경 은영은,

진급 못하는 만년 형사 상길과 함께 연쇄 살인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특히 발견된 사체들에서 공통적으로 짐승의 이빨을 발견되자, 

상길과 은영은 전현직 맹견 조련사들을 중심으로 조사를 시작하고,

조사를 할수록 둘은 연쇄 살인 사건이 오래 전부터 계획된 사건임을 직감한다.



"개는 상처 안 주잖아."


<의형제>,<푸른소금>의 송강호는 무난한 연기를 선보였다. 

과하지도 않았고 덜하지도 않았지만 송강호의 연기에는 확실한 개성이 있다.

능청스러운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니<살인의 추억>이 떠올랐다. 


<도망자>의 이나영에게 이 영화는 '스펙쌓기'에 불과하다고 본다.

인상적이지도 않았고 자연스럽지도 않았다.

<영어완전정복>이후에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오랜만에 보았지만,

'강한 여자'의 이미지는 그녀에게 어색하고 어설프다.

그녀는 연기 변신보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연기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부당거래>의 이성민이 인상적이었다.

평소 드라마나 영화에서 정장을 입고 연기하는 그의 모습들을 많이 보았기에,

이 영화에서 그의 연기와 이미지는 신선했다.


<사생결단>,<황산벌>의 신정근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배역을 맡아 연기했다.

아마가 가장 익숙한 배역이 아닐까? 


명품 조연은 비슷한 배역을 맡아도 확실히 돋보인다.



"개는 개로 죽인다."


나는 유하 감독의 영화들 중<말죽거리 잔혹사>말고는 재미있게 본 영화들이 없다.

그리고 그의 영화들을 극장에서 본 적도 없다.

그만큼 나는 유하 감독의 영화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으로 유하 감독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았고,

영화를 보면서 예상대로 유하 감독의 정제되지 않은 각본과 연출이 자주 보였다.

어느 영화든지 스토리만 탄탄하다면 화려함이나 기교는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스토리가 탄탄하지 않다면 화려함과 기교는 그저 움직이는 이미지일 뿐이다.

영화를 보거나 보고 난 후 배우들의 연기나 배역을 평가하기 이전에, 

감독의 역량을 살펴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관객 입장에서 

"감독이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일까?"라고 의문을 가지게 한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그 의문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해석이 없다면, 

이 영화는 정말 "개판"이라 말할 수 있고,

있다면 "영화표 값은 간신히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영화가 "개판"은 아니지만 "개판"에 가깝다고 본다.



"오발이었어."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한 가지였다.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 지금 시대에 더욱 많아진 것은 아닐까?"

영화에서 나온 대사처럼,

개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

개는 자신을 가족처럼 아껴주는 주인과 사람들을 잘 따른다.

즉 동물은 원초적인 순수성을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들에 정직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인간은 원초적인 순수성을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들에 상대화시킨다.


우리 주변에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 너무 많아졌기에,

우리 사회가 정말 '개판'이 된 것이다.

그래도 인간이 소중한지라,

복날이나 보신용으로 개를 잡아먹고,

인기 애견들의 대량화를 위해 개들을 붙잡아 변태적인 교배를 하며,

개인의 스트레스 해소나 엽기적인 행위들로 개를 학대한다.


정말 인간은 소중한 것일까?

그럼 인간이 개에게 해준 것은 무엇일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 사회에 진정한 '개'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조준해서 사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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