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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世紀 Enlightener
지난 2011-12 EPL 3R에 있었던 맨유와 아스널의 경기는 충격적이었다. 전통의 라이벌인 두 팀의 경기에서 맨유가 8-2로 아스널을 꺾었고 이 한 경기만으로 아스널 구단 전체가 맨유와 언론에 유린당했다. 오랫동안 EPL에서 BIG4(맨유, 첼시, 아스널, 리버풀)의 전력은 유독 돋보였고, 4팀이 서로 맞붙으면 당일 선수들의 컨디션과 감독의 전술에 따라 1-2점차 승부로 끝나는 경기가 대부분이었다. 즉 지난 경기에서 어느 팀이 이기더라도 다음 경기에서는 예측불허의 경기가 가능했다. 그러나 맨유와 아스널의 경기를 보면서 이번 시즌 초반의 아스널은 BIG4의 대열에서 이탈한 느낌이 들었다. 뉴캐슬과의 개막전에서 무승부, 리버풀과 맨유에 연이어 패한 것은 지난 시즌들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아스널의 시즌 ..
아시안컵이 끝난 이후 이영표와 박지성이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두 선수는 지금까지 내가 본 국가대표팀 선수들 중 독보적인 존재였다. 이영표의 영리한 수비능력과 정확도 높은 크로스는 최고였고, 박지성의 폭발적이고 성실한 플레이는 축구선수를 넘어서 인간적인 귀감이었다. 이런 두 선수를 더 이상 A매치 경기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고, 한동안 A매치 경기에서 선수들과 축구팬들은 둘의 빈자리를 체감하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박지성보다 이영표의 은퇴가 더욱 아쉽다. 두 선수 모두 다른 선수들로 대체될 수 없는 능력을 가졌지만, 이영표의 능력을 대체할 선수는 박지성보다 더 없다고 본다. 나는 그동안 A매치 경기를 보면서 이영표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한국 축구의 수비수준이 꽤 격차가 있다는 것..
2010 남아공 월드컵이 끝났다. 어제 새벽에 있었던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결승전은 예상대로 박빙의 승부였다. 연장접전 끝에 우승은 스페인이 차지했지만 로벤이 2번의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고, 연장 후반에서 헤이팅아의 퇴장을 당한 직후 이니에스타에게 결승골을 내주었으니, 네덜란드는 스스로 우승기회를 놓친 셈이다. 비록 월드컵 결승전 사상 최다 경고가 나온 터프한 경기였지만, 두 팀 모두 우승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보여준 멋진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아프리카에서 처음 개최된 이번 월드컵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개막전부터 결승전까지 64경기를 거의 지켜보면서, 현대 축구가 공수전환이 상당히 빨라지고, 조직적인 수비력과 빠른 역습에 강조점을 두고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독일이 이런 현대 축구의 흐름..
내 생애 20대의 월드컵이 끝났다. 아쉬운 패배였다. 오늘 한국은 그리스전 이후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특히 후반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우루과이를 압도했다고 생각한다. 패스 정확도와 볼 점유율도 높았으니 당연히 한국에게 공격찬스가 많이 생겼고, 선수들의 움직임도 좋았다. 문제는 골 결정력이었다. 우루과이는 후반전에 수비전술로 일관했다. 미드필드진과 수비진의 간격을 좁게 하면서 수아레즈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을 하프라인 아래로 내렸다. 이에 한국은 공격력 강화를 위해 이동국을 투입했고, 세트플레이가 빛을 발하면서 이청용이 득점을 했다. 이때부터 경기가 더욱 재미있어졌다. 우리 선수들의 플레이는 우루과이를 압도했고, 우루과이 역시 치열한 경기를 했다. 그러나 먼저 실점한 쪽은 한국이었다. 전반전에서 우루..
신이 도운 경기였다. ‘천우신조(天佑神助)’ 라는 말을 실감한다. 한국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비겼는데, 비긴 것이 신기할 정도로 운이 좋았다. 일단 월드컵 진출 55년 만에 첫 원정 16강을 축하지만, 16강 이후는 장담할 수 없고 아마 그 이후에 대한 대안이 없을 정도로 지금의 한국은 여러 면에서 매우 우려된다. 한국은 경기 초반 고질적인 부정확한 패스로 불안한 경기운영을 했다. 이청용의 득점찬스가 있었지만, 도리어 실점을 당하면서 중반까지 나이지리아가 경기를 주도해나갔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선수들이 터프한 플레이를 하면서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이 잦은 경고를 받았고, 자연스럽게 소극적인 플레이로 전환하자 한국에게 공격찬스가 많이 생겼다. 특히 박지성과 이청용은 공수를 넘나들며 경기 내내 투지 넘..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패배였다. 패배의 요인은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압박과 수비 조직력의 붕괴와 미숙한 볼터치, 부정확한 패스라 생각한다. 우리 수비수들은 공격의 길목 차단보다는, 공을 잡은 선수만 쫓아다니다가 많은 공간을 내줬다.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면 알겠지만, 패널티 박스에 침투한 상대 공격수 한 사람에게 수비수가 3명이 붙는 장면이 많았고, 빈 공간에 침투한 공격수들을 자주 놓쳤다. 이는 북한이 브라질전에서 보여줬던 수비조직력과는 대조적인데 좋은 말로는 모험적이었고, 나쁜 말로는 방심을 넘어서 오만했다. 그리스전에서 보여줬던 공격 길목 차단과 중앙에서의 강력한 압박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이게 결정적인 패인의 원인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 패인은 미숙한 볼터치인데, 트래핑부터 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