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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아듀! 2010 남아공 월드컵 본문
2010 남아공 월드컵이 끝났다. 어제 새벽에 있었던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결승전은 예상대로 박빙의 승부였다. 연장접전 끝에 우승은 스페인이 차지했지만 로벤이 2번의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고, 연장 후반에서 헤이팅아의 퇴장을 당한 직후 이니에스타에게 결승골을 내주었으니, 네덜란드는 스스로 우승기회를 놓친 셈이다. 비록 월드컵 결승전 사상 최다 경고가 나온 터프한 경기였지만, 두 팀 모두 우승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보여준 멋진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아프리카에서 처음 개최된 이번 월드컵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개막전부터 결승전까지 64경기를 거의 지켜보면서, 현대 축구가 공수전환이 상당히 빨라지고, 조직적인 수비력과 빠른 역습에 강조점을 두고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독일이 이런 현대 축구의 흐름에 중심에 있으며 기존에 보여주었던 힘의 축구가 아닌, 정교한 패스와 압도적인 조직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승은 스페인이 했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월드컵의 최고의 팀은 독일이고 다음 월드컵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라 생각한다.
부분별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최고의 경기는 예선 F조 마지막 경기였던, 이탈리아와 슬로바키아의 경기이다. 이탈리아의 패배로 끝이 났지만, 보는 내내 슬로바키아의 침착한 경기운영과 이탈리아의 최후의 발악이 경기를 보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최악의 경기로는 두 경기를 꼽을 수 있는데, 모두 16강전으로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독일과 잉글랜드의 경기였다. 아르헨티나의 선제골은 오프사이드로 명백한 오심이었는데 주심은 판정을 번복하지 않았고, 기세 좋았던 멕시코는 이후 집중력을 잃으며 내리 3골을 내주며 자멸했다. 비슷하게 잉글랜드도 동점골이 되어야 할 램파드의 슛이 부심의 오심으로 인정되지 않았고, 경기는 4:1로 잉글랜드의 패배로 끝이 났다. 경기 후 독일 골키퍼인 노이에르와 뢰브 감독은 램파드의 슛은 득점이며 부심의 오심을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독일에게는 행운이었지만,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잉글랜드에게는 월드컵 우승의 꿈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안타깝게도 그 선수들 중 몇몇은 다음 월드컵에서 볼 수 없을 것 같다.
최고의 선수로는 역시 독일의 토마스 뮐러이다. 뮐러는 이번 월드컵에서 득점왕과 신인왕 등 2관왕을 달성했는데, 독일이 얻은 최대 수확이자 전 세계에 그의 이름을 알린 계기가 되었다. 아쉽게도 4강전에서 경고누적으로 뛰지 못하여 스페인에게 패하고 말았는데, 그가 있었다면 더욱 흥미진진했을 것 같다. 최악의 선수로는 두 명으로 브라질의 카카와 포르투갈의 호날두이다. 카카와 호날두는 경기에서 그들의 이름에 걸맞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주었고, 득점은 호날두만 1득점했다. 카카는 3개의 어시스트를 했지만 경고를 3장이나 받았고, 코트디부아르전에서는 상대선수의 할리우드 액션에 어이없는 퇴장도 받았다. 월드컵 전부터 언론에서 두 선수를 집중 조명했지만, 월드컵은 그들의 무대가 아니었다.
이번 월드컵의 최대 이변은 한국과 일본의 원정 16강 진출과 우루과이의 4강 진출로 생각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워준 셈이지만, 세계 언론들은 두 팀의 16강 진출을 이변으로 보도하며 놀라워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1승 1무 2패, 일본은 2승 2패를 했는데, 한국은 수비집중력이 부족했고, 일본은 공격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원정 16강 진출은 양 국가의 축구계에 지워지지 않을 위대한 업적이다. 한편, 우루과이의 4강 진출은 대진운도 있었지만, 누구도 우루과이가 4강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가나와의 8강전에서 있었던 수아레즈의 ‘신의 손’은 말 그대로 ‘신의 손’ 이었다. 그 손이 우루과이를 4강으로 이끌었고 그는 우루과이의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비록 수아레즈가 퇴장으로 4강전에서 뛸 수 없었지만, 그의 퇴장은 내가 지금까지 본 축구경기에서 나온 퇴장 중에 가장 멋진 퇴장이라 생각한다.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나의 20대의 월드컵은 끝났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30대의 첫 월드컵이 되겠지만, 20대에 있었던 월드컵들은 무척이나 행복했다. 월드컵 첫 승, 4강 진출, 원정 첫 승, 원정 16강 진출 등 한국 축구는 2000년대 이후 급속도로 발전했다. 그리고 다음 월드컵이 기대되는 것은, 지금 있는 대표팀의 젊은 선수들이 4년 후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알 수 없고, 우리를 감동시킬 예비 축구스타들이 이 땅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는 희망적인 생각 때문이다.
무엇보다 4년마다 찾아오는 월드컵이 기대를 넘어 그리워지는 것은, 길거리 응원을 비롯한 특유의 집단적 응원문화가 국민화합과 단결을 이끌어 내는 일시적인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매년 월드컵이 열렸으면 좋겠고, 한국이 우승하는 모습을 상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매우 아쉽다. 어쨌든 30일간 유쾌한 밤과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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