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 Enlightener
뱃속의 아기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본문
지난 7일 프로라이프의사회는 대법원에 “낙태죄의 양형 기준을 마련해달라” 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현행법상 불법 낙태를 한 여성에게는 1년 이하의 징역, 낙태수술을 한 의사는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되어있지만, 실제로 법이 집행된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비슷하게 의료계도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 모자보건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낙태가 논란이 된 것은 최근 일이다. 현재 낙태는 모자보건법 14조에 명시된 본인 또는 배우자가 유전학적 정신 상태에 있는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에 의한 임신, 친인척간의 임신, 임신이 임산부의 건강을 해칠 경우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하루에 약 1000건, 연간 약 34만 건의 낙태시술이 행해지고 있으니 이미 법은 유명무실하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프로라이프와 여성인권단체의 공통적인 견해는 임산부에게 낙태는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에서 어디에서도 낙태를 권장하는 국가나 사회는 없다. 문제는 가치관이다. 한쪽은 생명(인간)의 존엄성을, 다른 한쪽은 인간의 행복추구권을 주장하면서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 그리고 원론적인 두 주장은 현실을 비추어 볼 때, 더욱 와 닿는다.
일단 개인적인 입장을 먼저 밝힌다면, 생명의 존엄성이 개인의 행복추구권보다 당연히 우월하고 이를 근거로 사회 내 어떠한 이유의 낙태든지 적극 반대한다. 몇 가지 이유를 들면, 일단 남녀가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는 것은 단순히 사랑표현이나 성적 본능에 머무를 수 없고, 성관계 이후의 결과까지도 예상해야한다. 그 결과에 대해 서로가 책임을 질 수 없다면, 처음부터 성관계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것을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결부시켜 불변하는 생명의 존엄성에 도전하려한다면,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둘째로 왜 뱃속의 아기에 대한 운명을 부모 내지 타인이 미리 결정하는가? 부모는 아기를 낳아주는 것이지, 아기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다. 왜 아기를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여 아기의 삶이 불행할 것이라 미리 판단하는 것인가? 아기는 자식 이전에 생명과 인격을 가진 무한한 가능성의 한 인간이다. 그러므로 아기가 신체적 결함이 있거나 부모가 양육할 능력이 없어서 낙태를 하는 것은, 아기의 생명과 행복추구권을 강제적으로 빼앗는 행위이다.
마지막으로 남녀 간의 합의하에 성관계로 생긴 임신은 원치 않는 임신 아니기에 성범죄로만 제한한다면,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한 낙태는 사회 공동의 책임이다. 지금같이 사회 내 아이, 어른 상관없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지속된다면, 원치 않는 임신은 더욱 많아질 것이고 불법 낙태의 비율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부는 사회 내 이러한 성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 깊은 예방활동을 벌여야 하고, 성범죄자들에게는 재발방지와 강력한 처벌을 시행해야 한다. 그리고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하여 고통 받는 여성들을 위해 정신적 보상을 못하더라도 사회 복지 혜택을 확대하여 낙태를 방지해야 한다.
현실은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이 아기를 낳기가 무서운 세상이다. ‘미혼모’ 라는 단어는 주홍글씨와 같고, 임신한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은 학교의 권유로 자퇴를 해야 한다. 기혼자 중에서도 어려운 가정형편은 낙태를 결심하게 되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의료계가 주장하는 모자보건법의 개정과 낙태법 양형기준에만 관심을 가진다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채 문제만 더욱 키우는 꼴이 된다. 그러므로 정부가 먼저 아기 낳기 좋은 세상으로 사회 복지 혜택을 제도화해야 한다. 생각해보라. 정부는 출산장려정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불법 낙태를 인정 하는 것은 너무나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닌가?
아기를 간절히 원하는 남녀의 눈에 임신 3주의 작은 점은 하나의 생명이고 큰 행복이다. 그러나 낙태를 결심한 남녀의 눈에 임신 3주의 작은 점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하나의 세포일 뿐이고, 임신 3개월 이후의 작은 아기도 더 이상 가치 있는 생명이 아니다. 뱃속의 아기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우리는 눈앞의 상황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지도, 회피하려는지도 모른다.
'內 世 上 > 時代有感'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이클 샌델 교수 방한 강연회 - "시민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0) | 2010.08.24 |
---|---|
광복 65주년,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위하여.. (0) | 2010.08.16 |
[월드컵] 아듀! 2010 남아공 월드컵 (0) | 2010.07.13 |
세종시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0) | 2010.07.01 |
[월드컵] 내 생애 20대의 월드컵이 끝났다 (0) | 2010.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