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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본문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참여정부의 국책사업으로 이미 가결된 법안을, 현 정부와 여권이 행정업무의 비효율성과 자족기능을 들어 수정안을 제시하여 본회의에 상정한 것은, 법치국가에서 볼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들이 수정안을 제시하여 본회의까지 상정한 것은, 행정수도이전 사업을 빨리 매듭짓고 현재 추진하는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에 더욱 집중하려는 의도로 생각된다.
다행히 부결되어 행정수도의 원안이 추진되는 것은 잘된 일이다. 현재 서울과 지방 도시들 간의 경제·생활력 차이는 예전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지금도 크다. 서울이 수도라는 점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행정기능 외에 경제와 문화 등 사회 전 분야가 과밀하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오늘날까지 지방 도시들이 격차를 극복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래서 예전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은 지방을 떠나 서울로 몰려들었고, 수도권 도시들은 그 혜택을 톡톡히 누려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내린 특단의 조치가 행정수도이전이다.
행정기능 이전만 추진된다면, 서울이 그렇듯이 주거시설을 비롯해 편의시설과 교육시설, 기업이 유치가 가능하여 주변 도시들도 파급효과를 누릴 것이니 자족기능이 가능해진다. 현재 수정안 폐기로 인하여 그동안 추진되었던 기업·교육 등 유치사업들이 폐기되었지만, 원안추진 과정에서 만회될 가능성은 높다. 또한 행정업무의 비효율성은 IT산업 최강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우려할 수 없는 변명이다. 행동수도이전은 2030년까지 점진적으로 추진될 국책사업인데, 지금 당면한 문제가 그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이러한 근거에서 시간은 걸리겠지만, 세종시는 서울만큼 거대도시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문제는 정부의 후속조치이다. 현 정부가 부결된 세종시 수정안을 완전히 폐기하지 않고 세종시 원안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나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행정수도이전은 지금보다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정부의 수정안으로 인해 약 10개월간 국론분열과 소모적인 논쟁으로 원안에서 추진된 사업들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이 책임은 원안을 추진하겠다고 뒤늦게 결정한 현 정부가 져야 하고 보상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세종시 문제가 여·야권 대선주자들의 정치공세로 이어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데, 원안추진을 결정된 지금 상황에서 더 이상 논의되지 말아야 한다.
한편,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정운찬 총리의 사퇴는 유보되어야 한다. 언론과 야권에서는 책임론을 들어 사퇴를 촉구하고 있지만, 총리 취임부터 지금까지 세종시 수정안을 주요 국정운영으로 추진했고, 비록 실패했지만 그것만으로 사퇴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그리고 잦은 개각이나 총리 교체야말로 행정업무의 비효율성이다. 오히려 그가 새롭게 맡게 될 국정운영에 있어서 그의 취임사대로 정부 내에 견제와 국민 간의 소통의 역할을 담당한다면, 정치권 내에서 현 정부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중재자가 될 수 있고 본다.
민주주의에서 신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서로가 의견을 도출하여 합의에 이르러 실행하고자 했다면, 실행되어야 한다. 이것을 외면하여 무려 약 10개월 동안 수정안을 놓고 국론분열을 낳은 것은, 현 정부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소통에 익숙하지 않다면 원칙이라도 지켜야 되지 않을까? 이미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낮은 신뢰도를 보였고,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국책사업들을 불안하고 우려되는 눈길로 주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도를 회복하고 싶다면, 국정운영에 있어서 원칙을 지키며 정치권의 다양한 의견들을 수용하고 합의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세종시 원안 추진은 현 정부의 국정운영 신뢰도 회복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정부는 세종시 원안을 추진하면서 원안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다양한 각도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세종시 원안추진 과정 중에 정경유착이나 공직자 금품비리 사건으로 몇 년 뒤 매스컴에서 청문회나 특검을 받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단속해야 한다. 그런 모습은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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