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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내 생애 20대의 월드컵이 끝났다 본문
내 생애 20대의 월드컵이 끝났다. 아쉬운 패배였다. 오늘 한국은 그리스전 이후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특히 후반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우루과이를 압도했다고 생각한다. 패스 정확도와 볼 점유율도 높았으니 당연히 한국에게 공격찬스가 많이 생겼고, 선수들의 움직임도 좋았다. 문제는 골 결정력이었다.
우루과이는 후반전에 수비전술로 일관했다. 미드필드진과 수비진의 간격을 좁게 하면서 수아레즈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을 하프라인 아래로 내렸다. 이에 한국은 공격력 강화를 위해 이동국을 투입했고, 세트플레이가 빛을 발하면서 이청용이 득점을 했다. 이때부터 경기가 더욱 재미있어졌다. 우리 선수들의 플레이는 우루과이를 압도했고, 우루과이 역시 치열한 경기를 했다.
그러나 먼저 실점한 쪽은 한국이었다. 전반전에서 우루과이 공격수 수아레즈의 골은 우리 수비수들의 잘못이었지만, 후반전에 터진 그의 골은 그의 뛰어난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후반 35분에 터진 골이라 시간이 부족했지만 결정적인 찬스, 특히 이청용과 이동국이 골키퍼와의 단독찬스를 놓친 것은 경기를 본 모든 국민들의 아쉬움으로 남을 장면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허정무 감독의 눈물은 보는 나도 안타까웠지만, 오늘도 한 장의 교체카드를 남겨둔 채 경기를 마친 그의 전술운영은 이해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허정무 감독이 사임하고 외국인 감독으로 교체되었으면 좋겠다. 허정무 감독을 통해 국내 감독의 능력을 어느 정도 검증받았고 할 수 있으나 현대 축구에서 감독의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듯이, 될 수 있으면 명성 있는 감독으로 변화를 시도한다면 한국축구의 발전 속도가 더욱 빠를 것 같다.
우선, 한국은 원정 첫 16강으로 1차 목표달성을 했다. 이후 2002년의 향수를 느끼며 선수들과 국민들은 그 이상을 원했을 것이고 대진운도 좋았다. 하지만 우루과이전의 패배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4년 뒤에 있을 브라질 월드컵을 기대하게 만드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다. 이청용과 박주영, 기성용 등은 앞으로 계속 한국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고,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 선수들이 어딘가에서 오늘의 패배를 거울삼아 훈련하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이제 어느 팀과 상대해도 쉽게 패배하지 않는 팀이 되었다는 것에 축구팬으로서 무척이나 기쁘다.
한국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여정은 오늘로 끝났다. 거리응원에 참여한 뜨거운 팬들의 함성과 국민들의 염원은 이제 다음을 기약하게 됐지만, 이념과 사상을 넘어서 전 국민이 승리를 위한 응원으로 하나 되는 이 순간만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럽다. 이제 월드컵보다 여·야 간의 갈등과 잔인한 범죄들이 더 많이 뉴스를 차지할 것이라 짜증나지만, 벌써부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기다려진다. 한국축구는 더욱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나는 한국축구가 2002년에 4강 신화를 이룩하는 것을 보았고, 2006년의 원정 첫 승의 선전을 보았으며, 2010년 원정 첫
16강 진출을 보았다. 내 20대에 있었던 월드컵에서 한국축구는 최고였다.
허정무 감독님과 코치진, 그리고 국가대표 선수 여러분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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