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추모 (6)
新世紀 Enlightener
故 전태일 열사가 별세한 지 50년이 되었다고 한다. 뉴스에서 알려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정도로 그의 삶과 죽음에 대한 내 기억이 아득해졌다. 10대 때 처음 그의 이름을 들었고, 20대 때 그와 관련된 책과 영화들을 접하면서 한국의 노동운동에 대해 관심을 가졌었다. 지금도 "분신자살"(焚身自殺)이라는 말이 섬뜩한데, 1970년 11월 13일 오후 2시쯤 23살 전태일은 자신의 몸에 석유를 뿌린 후 불을 붙였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말을 외치며 타 죽었다. 누군가 죽어야 노동현장의 불법과 불의를 밝힐 수 있다는 결단에서 비롯된 마지막 저항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말버릇처럼 "법대로 하자!"는 사람들이 많은데, 법을 지키지 않아서 전태일 열사 사후 노동현장에서 죽은 사람들의 수..
TV를 통해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善終)과 장례를 지켜보면서, 한 나라의 추기경이자 가톨릭의 수장으로서 평생을 선한 일에 힘썼던 생전의 모습을 기억하자니 애도감은 더욱 컸다. 나야 편한 세상에 태어나 이전 세대가 겪은 암울했던 시대는 잘 모르지만 신부로서 종교의 신념을 가지고 그 암울하고 험한 시대에 약자를 대변하고 불의에 투쟁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생각해보면 지금같이 어지러운 세상에 종교계의 외침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비호감이 되었다. 예로부터 성인들의 삶에는 그 시대 사람들이 깨닫지 못한 선견(先見)과 선판(先判), 선행(先行)이 있었다. 성인들은 묵묵히 자신의 깨달은 것을 삶 속에서 나타냈고, 성인들의 가르침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얼핏 ..
2009년 5월 23일 토요일 오전. 컴퓨터를 켜고 네이트온에 접속한 나는 놀라운 기사를 보았다. '경찰 노무현 대통령 사망 확인' 잠에서 막 깬 나는 잘못 본 줄 알고 눈을 비볐지만 사실이었다. 경찰의 말에 의하면 오전 9시 30분에 사망하였다고 발표했고, 내용으로 오전 6시 40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하 노무현)이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하여 두개골 골절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 기사를 본 시간이 오전 10시쯤이었으니까. 약 3시간 전의 일이었다. 순간 나는 정신이 멍해졌고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들이 내 안에서 피어났다. 내가 노무현을 처음 본 것은 2002년 민주당 경선이었다. 당시 경선제도는 내게 있어서 큰 낯설음이었다. 내 기억에 지난 대선 때는, 선거가 있기 전부터 삼당(민주당, 한나라당..
같은 날 내가 아는 분들 중 고인이 된 두 분이 있었다. 인간이 가진 생명의 가치는 동등하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사람의 죽음을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는다. 그러나 언론이 어떤 사람의 죽음을 보도한다는 것은 그의 죽음이 생명 이외의 다른 가치들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 가치들에 대한 평가들은 사람들마다 비슷하거나 또는 다를 것이고 왜곡된 것이 아니라면 존중할 수 있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고인이 된 두 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이다. 그리고 故 최인훈 작가보다는 故 노회찬 의원에 대한 의견들이 더 많다. 왜냐하면 그분은 내 삶에 좀 더 깊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故 최인훈 작가의 글들은 고등학생 때 문학 교과서에서 처음 접했다. 사실 문학 교과서에서는 이 소설이 많이 중략되어 거의 뒷 부분만 수록되..
이 세상 사람들을 위해 자유를 노래했던 음악천재가 우리 곁을 떠났다. 모짜르트나 베토벤 등과 같은 음악사의 거성들과 비견되기에는 논란이 있겠지만, 순수 대중음악만 놓고 본다면 그는 단연 거성이었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인1960년에 6살의 나이로 가수활동을 시작한 잭슨은, 80년대부터 90년대에 전세계적으로 가수를 지망했던 이들의 우상과도 같은 존재였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중음악계를 주름 잡았던 서태지와 박진영 등은 공석에 음악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었던 아티스트의 이름에 잭슨을 거론했었고, 내 기억에 박진영이 한창 가수로 활동했던 시절, 연말 시상식에서 잭슨의 빌리 진(Bille Jean)으로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이외에도 얼마나 많은 국내외 연예인들이 잭슨의 노래와 춤을 모방했는지는 알만한 사람..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한 덕수궁 분향소가 중구청 직원들에 의해 철거되었다고 한다. 이미 새벽에 보수단체 회원들의 습격으로 파손되었지만 일부 시민들이 분향소를 다시 정비하여 분향을 준비하던 중에, 트럭을 타고 온 중구청 직원들의 작당한 철거에 힘없는 저항만 하다가 결국 완전히 철거되었다. 개중에 설치된 임시 분향소들도 직원들에 의해 철거되었다고 하니, 현장에 없었지만 일부 시민들의 애타는 비명과 탄식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기사 말미에 철거에 대해 서울 중구청 장주영 건설관리과장은 "이미 철거된 잔해를 치웠을 뿐이고 자세한 경위는 추후 공식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는데 참 역겨운 냄새가 난다. 아니, "이미 철거된 잔해를 치웠을 뿐이다." 는 말은 미리 보수단체와 협의를 해서 그들이 먼저 시민 분향소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