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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메탈 자켓] 군대의 목적과 군인의 의무

EAST-TIGER 2012. 4. 30. 12:38


고등학교 방송반 시절 때,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에 대한 친구들 간의 토론이 있었는데,

나는 큐브릭 감독에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토론을 할 수 없었다.

그때 주변에서 추천 받은 영화가<풀 메탈 자켓>이었다.

당시에는 볼 기회가 없어서 한동안 잊고 있다가,

근래에 구할 수 있게 되어서 볼 수 있었다.

1987년도에 제작되었으니 벌써 25년 전의 영화이다.



"이것은 나의 총이다."


월남 참전을 위해 해병대 신병훈련소에 입소한 젊은이들.

입소한 첫날부터 교관의 엄격한 통제와 훈련을 받게 되고,

그들의 인격과 개성은 철저히 묵살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전투에 최적화된 해병이 되어 간다.

퇴소 마지막 날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이후,

대부분의 훈련병들은 베트남으로 파병되고,

각기 자신이 맡은 보직으로 월남전에 참전한다.



"해병은 죽는다. 그게 해병의 목표이다. 하지만 해병은 영원하다." 


딱히 아는 배우들은 없었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다.

영화 도입부는 인상적이었는데,

신병훈련소 입대 전 훈련병들의 표정과, 

바리캉에 머리털이 무참하게 잘려나가는 모습들은,

영화를 통해 감독이 말하고 싶어하는 이야기의 전제에 해당하는 것 같았다.

Rolling Stones의 'Paint it Black'가 엔딩곡으로 실렸다.



"우리가 베트남을 돕는 이유는 베트남인들이 미국인처럼 되고 싶어하는 소망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월남전에 관련된 영화들이 개봉되었고,

그 중 대부분은 명작 반열에 오른 영화들이 많았다.

아마도 전쟁 영화들은 전쟁의 실상과,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진실들을 폭로하는 것에 의미와 목적을 둔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영화를 통해 감독들의 소신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큐브릭 감독 역시 자신의 소신을 영화를 통해 드러냈다고 본다.


이 영화는 두 편의 단편 영화가 합쳐진 느낌이 든다.

한 편은 훈련소에서 다른 한 편은 전쟁터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이 엮어졌고,

특히 훈련소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어떤 인간이라도 군인이 된 이상 군대의 법칙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 과정은 개인이 가진 권리는 일부 제한되어 국가의 결정에 귀속된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초반부터 중반까지가 큐브릭 감독이 말하고 싶어하는 핵심일 것이다.



"여긴 정말 지옥이다. 하지만 난 살아있고 난 두렵지 않다." 


유일한 분단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군대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간의 이념 논쟁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양 진영 다 공통적인 것은 전쟁이 발생하면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전쟁은 모든 것을 하나로 집중하게 한다.

바로 국가와 국민의 생존이다.

그리고 전쟁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평가는 전쟁이 끝난 후에 이루어진다.


평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이지만,

여전히 강대국을 중심으로 군비 증강은 계속되고 있으며,

더욱 첨단화되고 정밀화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을 위한 첩보전은 진행 중에 있다.

즉 이미 전초전은 시작된 상태에서 전면전의 시기와 명분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군대는 사라질 수 없고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 역시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위해서이다.


머리를 깎고 전투복을 입은 군인들은,

제식 훈련을 통하여 군 기강을 확립하고,

전투 훈련을 통하여 생명 있는 살상 무기가 되며,

공동체 생활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들은 국가와 국민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고 충성해야 한다.

이것이 군대의 목적과 군인의 의무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개인의 다양성과 인권은 무시될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

그리고 군대는 합법적으로 인간의 생명이 위협받는 곳이다.

인간의 다양성과 인권 그리고 생명이 위협되는 곳이 과연 안전한 장소일까?

어렵지 않게 군대가 인간에게는 상당히 불안정한 장소이고,

끔찍한 사고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장소인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당연하다고 말할 수 없고 부당하다고 말할 수 없다.

국가와 국민에게 있어서 군대는 필요악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적 자산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서는 자신이 '인간'임을 망각하게 하는,

깰 수 없는 마약과도 같다. 

군대에 대한 논란의 중심에는 이 두 가지가 늘 충돌한다.


전쟁이 계속되는 한 전쟁 영화는 계속 제작될 것이다.

그리고 보여지고 느껴지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군대와 군인은 필요하다.

하지만 전쟁과 반 인권은 반대한다.


지금으로서는 딱 여기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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