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 Enlightener

어느 '마지막 날' 본문

Section 日記/One Sweet Day

어느 '마지막 날'

EAST-TIGER 2015. 3. 31. 19:01


봄을 알리는 폭풍이 찾아왔다.

창문과 지붕 위로 성난 우박이 떨어지고,

바람은 고정되어 있지 않은 것들을 제멋대로 흩트려 놓는다.

비는 우박과 바람들 사이에 앉아 있다.

구름들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해가 구름에 덮이고 벗어나길 반복하니,

시계는 단지 지금이 '낮'이라는 것을 증명할 뿐,

세상은 혼란스럽다.


기차와 버스도 멈추었고,

창문 너머 보이는 거리에 사람들은 없다.

새들도 자기 집으로 돌아간 듯 보이지 않고,

가끔 보이던 청설모도 보이지 않는다.

집도 없고 멈출 수 없는 것들만이 폭풍의 '친구'이자 '적'이 되었다.

휘젓는 폭풍 속에서 그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짐승의 울음소리 같고,

온 세상을 삼키려는 듯 벌려진 거대한 입 안 목구멍에서 들리는 듯 하다.

아마 폭풍이 지나가면 거리에서 집 없고 멈추지 못한 것들의

'시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그들에게는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나는 창가에 서서 생각했다.

내가 처음 '나'를 알게 된 이후,

사람들은 어제도 '나'를 잘 못 알고,

오늘도 '나'를 잘 못 알고,

어쩌면 내일도 '나'를 잘 못 알 수 있겠지만,

나는 여전히 내가 있는 곳에서 언제나 '나'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무엇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내가 '나'가 무엇이고, 무엇이라고 해야 할 지를 고민했다.

내가 세상에서 두려워 했던 것은 항상 '나'였고,

'나'가 두려워 했던 것은 항상 신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내 마음과 같지 않고 다르다는 것에 슬퍼하지 않고,

사람들이 나를 떠나거나 멀리하는 것에 낙심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악하고 어리석다는 것에 슬퍼하고 낙심한다.

왜 나는 이렇게 '악인'이 되었고 '바보'가 되었을까?

나는 내가 더이상 악해지지 않기 위해 신께 기도했고,

어리석지 않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잠을 자면 다시는 눈을 뜨기 싫고,

눈을 뜨면 다시는 잠들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삶'을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


오늘은 어느 '마지막 날'.

이전까지의 내 의지와 마음은

지금 여기서 '마지막'을 고한다.

'없다'는 것에 힘과 마음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에 힘과 마음을 쓰겠다.


바람 소리는 사람의 '마음'과도 같고,

구름의 움직임은 사람의 '힘'과 같구나.

누가 쉽게 그 '마음'을 듣고,

무엇이 쉽게 그 '힘'을 움직일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여전히 나 이외에

누구도 알 수 없는 '나'였다.


'Section 日記 > One Sweet D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때는 편안히 밥 먹자"  (0) 2015.05.10
..알고 있었을까?  (0) 2015.05.04
더 성숙된 곳으로..  (0) 2015.01.01
꼭 만나고 싶었다  (0) 2014.12.30
11월의 국화  (0) 2014.11.08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