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울릉도 (7)
新世紀 Enlightener
뻐꾸기 영우에서 한나절 울음 운다. 산너머 저 쪽에는 누가 사나? 철나무 치는 소리만 서로 맞어 쩌르렁! 산너머 저쪽에는 누가 사나? 늘 오던 바늘장수도 이 봄 들며 아니 뵈네. - 정지용 '산너머 저쪽' 2009.09.05 02:06
내 가슴에 독(毒)을 찬 지 오래로다. 아직 아무도 해한 일 없는 새로 뽑은 독 벗은 그 무서운 독 그만 흩어버리라 한다. 나는 그 독이 선뜻 벗도 해칠지 모른다 위협하고 독 안 차고 살아도 머지 않아 너 나마저 가 버리면 억만 세대가 그 뒤로 잠자코 흘러가고 나중에 땅덩이 모지라져 모래알이 될 것임을 '허무한듸!' 독은 차서 무엇하느냐고? 아! 내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않고 보낸 어느 하루가 있었던가. '허무한듸!' 허나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냥이 바아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 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기우고 할퀴우라 내맡긴 신세임을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막음 날 내 외로운 혼(魂) 건지기 위하여. - 김영랑의 '독(毒)을 차고' 2009.09.05 01:48
어떤 것은 내 몸에 얼룩을 남기고, 어떤 것은 손발에 흠집을 남긴다. 가슴팍에 단단한 응어리를 남기고, 등줄기에 푸른 상채기를 남긴다. 어떤 것은 꿈과 그리움으로 남는다. 아쉬움으로 남고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고통으로 남고 미움으로 남는다. 그러다 모두 하얀 파도가 되어 간다. 바람에 몰려 개펄에 내팽개쳐지고, 배다리에서는 육지에 매달리기도 하다가, 내가 따라갈 수 없는 수평선 너머 그 먼 곳으로 아득히 먼 곳으로 모두가 하얀 파도가 되어 간다. - 신경림의 '파도' 2009.08.30 00:54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들이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배 저어 오노라. - 월산대군 2009.11.19 15:40
산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데. 꽃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산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너른 벌엔 호랑나비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산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있고 배나무꽃 아래엔 누가 섰다기, 그리운 생각에 재를 오르니 구름에 가리어 아니 보이네. 끊었다 이어 오는 가는 노래는 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네. - 김동환 '산너머 남촌에는'
아버지와 나 둘이서 바닷가를 거닐었어요.개들은 모래사장에서 뛰어 놀았고요.차가운 겨울 바람이 고요한 대기를 가르고 주위는 회색빛이었죠. 아버지가 "내 손을 잡으렴" 하셨던가요?난 "멀리 있을 때가 한결 사랑하기 쉬워요"라고 했죠.우리는 앉아서 저 멀리 불빛을 바라보았죠. 우리는 밤바다를 항해하는 두 척의 배.서로 미소지으며 다 괜찮다고 하죠.우린 아직 이 자리에 있잖아요. 단지 서로 보이지 않는 것 뿐이에요.밤바다를 항해하는 저 배들처럼 말이죠. 저 멀리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에 배가 한 척 있어요.저 만치 뒤쪽에 또 한 척이 조용히 떠있네요.시간의 흐름에 밀려오다 보니 아버지와 나 사이도 멀어져 남처럼 되어버린 것 같아요.아버지는 "우리가 멀리 있어서 더 힘든 거란다. 네가 편지를 보내야만 알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