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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라이즈] 배트맨의 정의론

EAST-TIGER 2012. 7. 20. 09:54


올해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찾아 온 태풍은,

새벽에 거칠게 비를 뿌렸다.

그리고 나는 그 소리에 잠에서 깨어 일어났다.

잠시 비 내리는 소리를 듣다가,

독일어 공부를 하고 시간이 되자 나갈 준비를 했다.

7월 말에 두 편의 영화를 보려고 계획했다.

여러 가지 일로 바쁜 나날이라 

영화 한 편을 편하게 볼 수 있는 여유는 없지만,

어떻게든 취미와 문화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오랜만에 부천CGV에 갔고, 

6관에서 오전 10시 10분에<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보았다.

첫 상영이었지만 예상대로 관객들은 많았다.

흥미로운 영화는 홍보를 안해도 사람들이 먼저 찾는다.



"전쟁 때나 영웅이지 지금은 평화롭지 않소?"


하비 덴트가 죽은 후 8년.

고담시 경찰들은 "하비 덴트 특별법"으로 범죄자들을 무력으로 강경 진압하여,

고담시의 범죄율을 큰 폭으로 떨어뜨린다.

한편, 배트맨은 하비 덴트를 죽인 살인범으로 시민들의 기억에 남았고,

고든 경찰청장은 그때의 진실을 기억하며 언젠가는 시민들에게 밝히려 한다.

하지만 그때 고담시를 파멸하려는 악당 베인이 나타나고,

8년 동안 은둔 생활을 한 브루스 웨인은 다시 배트맨이 되어 나타난다.

하지만 8년 동안 은둔한 배트맨은 강력한 힘을 가진 베인에게 무참히 패했고,

고담시는 무법자들의 도시가 된다.



"세상에 필요한 악마지!"


다소 야윈듯한 크리스찬 베일(Christian Bale)은 몸을 사라지 않는 연기를 보였다.

또한 이번 작품에서는 이전 작품들에서 잘 볼 수 없었던, 

브루스 웨인의 로맨틱하고 털털한 모습들을 연기했다. 

<인셉션>의 조셉 고든-레빗(Joseph Gordon-Levitt)은 신참 형사로 열연했는데,

혹시라도 후속작이 나온다면 그는 "로빈"으로 등장할 것이다.

미중년 게리 올드만(Gary Oldman)은 

환갑이 가까운 나이에도 멋진 액션 연기를 보였다.

아마 이 영화에서 가장 고생한 배우였을 것이다.

"캣우먼"으로 등장한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는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을 보였지만,

나에게 "캣우먼"은 미쉘 파이퍼(Michelle Pfeiffer)뿐이다.

마리옹 꼬디아르(Marion Cotillard)는 "악녀"의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는 것 같다.


젊은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의 연출력은 탁월했다.

그는 스토리 뿐만 아니라 영상에서도 높은 퀄리티를 보여 줬는데,

앞으로 국내에서 그의 영화들에 대한 

영화학도들의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 같다.



"'일어서라' 라는 뜻이지!"


1인 영웅독존 영화들의 특징은 분명하다.

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모두 기획하고 끝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스토리 구조는 상투적이지만 깨질 수 없는 견고한 구조이다.

관객들에게 있어서 아무리 강한 악당이라도 

영웅이 죽는 일은 어지간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것도 당연하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스토리가 어느 정도 예측이 되는 영화이다.

<인셉션>을 보고 감동을 받았던 관객들은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결말을 이 영화에서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기대는 접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감독은 상투적인 구조를 유지하되 자신만의 연출로 "영웅"을 해석했다.

그래서 여느 1인 영웅독존 영화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보인다.

아마 지금 상영 중인<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이 영화를 비교하며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인셉션>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대부분 출연했다.

그리고 결말은 분명 후속작을 염두하여 기획된 것이라 본다.

다만 그게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감독의 말처럼 이번 영화가 마지막일 수도 있고,

다른 감독이 이 시리즈를 계속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나는 계속 이 시리즈를 보고 싶다.

아직 보고 싶은 악당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다른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면, 

그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연출력을 능가할 수 있는지에는 의문이 든다.



"희망을 주는 사람도 영웅이지!"


영화를 보면서 생각이 든 것은,

"한 명의 영웅이 세상을 바꾸던 시대는 갔다"는 것이다.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등등..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초인적인 영웅들은 문제의 시작과 끝을 도맡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영웅들을 보고 싶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고민하고,

자신과 사람들에게 주어진 삶에 고민하고,

다가올 미래를 고민하는 그런 영웅.

어차피 초인적인 영웅도 사람이고 희노애락을 느끼며 죽음을 맞이 할테니까.

이 영화에서 배트맨은 자신에게 부과되었던 정의 수호자의 임무를,

고든 경찰청장 이외에 관할 경찰들, 

그리고 캣우먼과 로빈에게 맡긴다.

결국 정의 수호는 소수의 힘만으로는 불가능 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과 원칙이 명백히 있고 

그것들이 정의와 처벌을 실행하고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들이 만들어 낸 사유와 경험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 산물들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혁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배트맨과 그의 주변 인물들만이 그 변혁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다.

배트맨은 이 점을 깨닫고 "내가 해결 해야 하고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사고에서,

"내가 최대한 돕고 모두가 해결 해야 된다"는 사고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요즘 연말 대선에 출마하려는 정치인들이 장고 끝에 출마를 선언하며, 

정치권 뉴스에 주요 기사가 되고 사람들의 평가를 받고 있다.

문득 생각이 드는 것은 "과연 국민들이 원하는 이 시대의 대통령은 무엇일까?"이다.

박정희 식 독단과 권위주의적 대통령을 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노무현 식 자유 분방함과 소통의 대통령을 원하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대통령 한 사람이나 정치인 한 사람이,

나라를 바꾸고 국가 경쟁력을 바꾸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국민들이 일어나, 

사회 도처에서 숨겨진 무법으로부터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

언젠가 나타날 "배트맨"만을 믿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국민들 스스로가 "배트맨"처럼 불의와 불법에 대항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시민 세력이 아닐까?

지금 우리 나라는 이 시민 세력을 이끌고 

힘을 부여해 줄 "영웅"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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