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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世紀 Enlightener
2002년 대한민국은 월드컵으로 떠들썩했었지만 스무 살의 나는 "주변인"으로 살았었기에 있는 듯 없는 듯 살았었다. 수능을 본 것과 월드컵 경기들 외에 별다른 기억이 없었던 2002년에, MBC에서 수목드라마 를 방영했었다. 월드컵이 끝난 2002년 7월 초였으니 18년 전이다. 방영 당시에 본방으로 본 적은 없었고 가끔 재방으로 보다가 말다가를 했었다. 방영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명작"으로 평가되었지만, 내가 볼 때는 크게 공감할 수 없었던 드라마였다. 죽을병에 걸린 남자와 그런 남자를 사랑하는 두 여자. 그 남자는 이 여자들을 당기고 밀어내기를 반복한다. 아무리 좋게 보아도 이상한 순애보였다. KBS 드라마 와 비슷한 설정에 송혜교가 양동근으로 바뀐 느낌도 들었다. 드라마 내용보다 흥미로웠던 것..
드라마 를 다시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본다. 앞으로 보는 동안, 또 보고 나서도 생각나면 끄적거릴 생각이다. 나 같이 드라마 잘 안 보는 사람들도 봤으니 이미 보거나 이름은 들어 본 사람들이 부산 인구만큼은 되지 않을까 싶다. 언제부턴가 서로의 수많은 다름과 차이들 속에서 몇 개의 같거나 비슷한 것들을 발견하여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뭔가 불안해졌다. 다름과 차이들이 가진 의미들을 찾는 것이 귀찮고 "뭐 그럴 필요가 있나" 싶었다. "시간이 지나면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정해진다"는 어른의 상식이 본능이 되었나 보다. 특히 연애에서 몇 개의 같거나 비슷한 것들만으로 수많은 다름과 차이들을 메우기에는, 휘발성 높은 그것들이 불 같은 시간에 연소되고 어느새 감당할 수 없이 쌓여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