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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世紀 Enlightener
아침에 식사를 하고 논문을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창밖을 보니 하늘에는 낮게 내려온 두껍고 짙은 구름들이 바람에 미끄러지고 있었다.비가 내렸는지 축축하게 젖은 땅과 풀, 나무들, 집들이 보였다. 바람은 화가 난듯 난폭한 소리를 내며 불었다. 갑자기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도 바로 정했고 이미 외장하드에 있는 그 영화를 플레이어에 넣고 보았다. 영화 제목은 이고 원제는 "춘광사설" (春光乍洩). 뜻은 "봄의 풍광이 문득 드러나다"와 비유적으로 "은밀한 부위를 갑자기 드러내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두 의미들을 되새겨 보니 둘 다 영화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이 영화는 제50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본 사람들..
폭우가 내리던 어제 오후. 계절학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1호선 전철 속에서을 보았다.내 기억에 어릴 적 어딘가에서 이 영화를 본 것 같다.아마 그 당시에는 이 영화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지루한 그림책 보듯이 봤을 것이다.그때는 이 영화를 이해할 만큼의 정신수준이 안되었고,미안한 마음에 소리없는 기약을 하며 영화를 보았다.나는 오늘에서야 그 기약을 지키게 되었고, 그 날이 내가 좋아하고 영화의 주 배경인 비 내리는 날이었다 "어젯밤 꿈에 당신 본 적 없어요.""물론이지. 한숨도 못 잤을테니까." 아비는 극장 매표소에서 일하는 수리진에게 관심을 보이고, 수리진은 경계하면서도 싫진 않다.지속되는 아비의 작업에 마음을 준 수리진은 아비와 사귀게 되고 결혼을 원하지만, 아비는 결혼 할 생각이 전혀 없다..
어제을 보고나서 예전에 봤던가 생각나 어렵게 구해서 보았다.이제는 고인이 되어버린 장국영의 명작을 다시 보니 새삼 기분이 새롭다.이제는 그를 영화에서 볼 수 없지만, 다행히 그의 영화가 세상에 남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개인적으로 장국영이 출연한 영화들을 보면 고정된 캐릭터가 없이 다양한 배역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특히 이 영화에서 장국영의 연기는 절정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그는 정말 섬세하면서도 굉장한 연기를 보여줬다.이런 의미에서 어릴 때 스쳐 보았던 이 영화를 잊지않고 다시 보게 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라면 경극을 봐야하고, 경극을 모른다면 사람도 아니다." 군벌들이 정권을 잡고 있던 1925년.어린 나이의 두지와 시투는 경극단에서 매를 맞아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