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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인간의 "역겨움"들을 탐구

EAST-TIGER 2017. 6. 22. 04:51


박찬욱 감독의 10번째 장편 영화이자 제5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분 대상 수상작. 

오랜만에 박찬욱 감독의 장편 영화가 개봉했고 "이슈 메이커"답게 개봉 이후 여러가지 의미에서 조명받고 있다. 

근친상간, 동성애 등 수간(獸姦)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성관계를 자신의 영화들에서 보여준 박찬욱 감독이기에,

이제는 그의 영화에서 성행위는 빠질 수 없는 장치이고 그 수위와 묘사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높고 짙다.


김민희의 연기가 가장 인상적이었고 국내 영화제들에서 여우주연상에 도전할 만하다. 

조진웅의 배역은 박찬욱 감독 자신을 담아낸 '그릇'같다.

김태리의 연기는 충분히 매력적이었으나 잠재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정우는 늘 평균 또는 그 이상의 연기를 해준다.     

미적 감각들이 돋보이는 영화이고 순간의 색채들이 극중 분위기를 주도한다.


박찬욱 감독은 원작을 각색하는 영화들에서 더 안정적인 연출력을 보여준다. 

또한 3부작으로 구성하여 이전의 박찬욱 감독 영화들에서 볼 수 없었던 영화에 대한 친절한 해설이 흥미로웠다. 

일본인들을 조롱하는 듯한 느낌들도 드는데.. 일본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나서 어떤 반응을 보일 지 궁금하다. 



"숙희야 내가 걱정돼? 난 니가 걱정돼."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은 인간의 광기(狂氣)에 대한 해석이고 활극(活劇)으로 표현되어,

영화 몰입도가 높고 내용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하지만 관객들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 표현되는 인간의 '역겨움'들에 쉽게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들은 시각적으로 강렬하면서 깊은 잔향을 가진다.    

단정하고 예의바른 것들 뒤에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자신만 알고 있는 은밀하고 변태적인 것들이, 

박찬욱 감독 영화들의 주 소재들이다.  


영화에서 "백작", "낭독회", "아가씨" 등 같은 단어들에는 전혀 고상한 느낌이 없다.

정략적으로 재물을 갖고 싶은 욕망, 무엇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망, 서로가 사랑하고 싶은 욕망들이 충돌하여, 

비정상적인 것들이 정상적인 것처럼 보여지고 충돌 결과에 따른 승자와 패자의 구분이 뚜렷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다행히 "해피엔딩"이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


박찬욱 감독의 스릴러 영화들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문구(文句)가 있다.

<올드보이>에서 오대수 역의 최민식은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도, 살 권리는 있는거 아닌가요?"

이 문구는 곧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에 있어서 강력한 "These"라고 생각한다.

파렴치하고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말과 행동들이 공식 매체의 보도들에서는 논란이 될 수 있겠지만, 

영화에서는 그것들이 이해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그 말과 행동들을 직접 보고 듣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성애와 성적 탐닉에 대해 영화 안과 밖의 온도차가 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찬욱 감독은 앞으로도 계속 인간의 "역겨움"들을 탐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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