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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kiro: Shadows Die Twice] "망설임은 곧 패배라고..."

EAST-TIGER 2022. 1. 18. 15:50

2019 The Game Awards Game of the Year 수상작.

From Software에서 개발된 <Sekiro: Shadows Die Twice>를 Steam에서 구입했다. 첫 엔딩으로 "용의 귀향"을, 2회 차 엔딩은 "수라"를, 3회 차는 "인간 회귀", 4회 차는 "불사 끊기"를 보았다. 1회 차에서 공략 영상들과 함께 게임 맵 전체를 살피며 "수라" 엔딩 보스들을 제외한 보스들과 적들을 상대했고, 약 80시간에 3주 정도 걸렸다. 2회 차는 3일 만에 끝났다. 3회 차부터 "희귀한 강자와의 재 전투/연속 전투"를 하면서 진행했다. 4회 차에서 모든 도전 과제들을 달성했다. 모든 보스들 중 가장 어려웠던 보스는 "마음속 의부"였고, 시간상 가장 오래 걸려 잡았던 보스는 1회 차 "환영의 나비"였다.

일본 전국시대 말기에 가상의 나라 "아시나"를 배경으로, 주인공 "늑대"는 닌자로서 주군 "신성한 계승자" 쿠로에게 받은 검 쿠사비마루와 불상 조각가 "성성이"가 준 닌자 의수(義手)를 가지고 임무에 나선다. 선봉사 회랑에서 "변약의 계승자"를 만난 이후 대태도 "불사 베기"를 얻는다. 어떤 검도 수리하거나 강화할 필요가 없다. 대신에 기본 갈고리 외에 다른 장치들을 의수에 붙여 강화할 수 있다. 굳이 강화하지 않아도 게임 진행은 가능하다. 이 게임에서 검 그 자체는 종결된 무기로서 완벽하다. 의수는 강화를 통해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른 전투를 가능하게 한다. 단 의수에 장착된 장치들은 제한된 "카타시로" 개수를 소비하며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 ARPG (Action Role-Playing Game)는 회차에 상관없이 난이도 조절이 가능한데, <Sekiro: Shadows Die Twice>에는 명시된 난이도가 없다. 종귀와 1회 차 종료 후 얻는 쿠로의 부적 외에 난이도 조절이 불가능하다. 종귀는 회차에 상관없이 선봉사 종귀불당에 가서 얻을 수 있고, 적들을 처치할 시 기본보다 더 많은 아이템과 경험치를 준다. 종귀는 언제든지 반납과 재획득이 가능하다. 쿠로의 부적은 1회 차 이후 쿠로에게 반납하면 난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적 공격을 방어하더라도 체력 피해를 받는다. 이후 다시 불상조각가로부터 쿠로에게 반납한 부적을 되돌려 받을 수 있지만, 한 번 받으면 해당 회차에서 다시 반납할 수 없다. 이 게임의 기본 난도가 높기에, 숙련된 플레이어가 아니면 부적을 통해 난도를 더 올릴 필요가 없다. 종귀만으로도 적들의 공격이 주는 피해가 상당하다.

체력과 함께 체간(体幹)이 있다는 설정이 인상적이었다. 공격과 방어가 교차하는 전투에서 체간 피해는 공수 양쪽에 쌓이고, 체력을 회복하거나 소강상태가 되면 쌓였던 체간 피해가 경감되거나 완전히 사라진다. 적의 체간 피해는 플레이어의 "튕겨내기"와 "간파하기", "짓밟기" 기술들로 많이 쌓을 수 있고, 적 체력이 떨어져 있을 시에는 단순 공격들로도 많은 체간 피해를 쌓을 수 있다. 체간 피해의 최고점은 기력이 약해지는 순간, 다리나 손의 긴장이 풀리는 순간이다. 이때 플레이어는 적의 체력량과 상관없이 인살(忍殺)을 할 수 있고, 적 역시 플레이어에게 강력한 공격을 해서 체력을 대량으로 깎거나 거의 즉사에 가까운 피해를 줄 수 있다. 전투 상황에 따라 적의 체력을 깎기보다 체간 피해를 쌓아 이기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각 보스들의 특징들에서 개발자들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 꼼수로 잡을 수 있는 보스들도 있지만, 초회차 플레이어는 이 의도에 따라 전투 시스템에 적응하면 좋다. 1회 차 기준으로 첫 보스 "오니 교부"는 장창으로 공격하지만 "간파하기"가 필요 없다. 대신 창 공격을 맞을 시 피해가 상당해서 방어와 체력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문제다. 화약과 갈고리를 이용해 오니 교부 체력을 조금씩 깎으면 이길 수 있다. 두 번째 보스로 "환영의 나비" 또는 "겐이치로"를 만나게 될 텐데, 환영의 나비를 먼저 상대하길 권장한다. 환영의 나비와의 전투에서 "튕겨내기"와 "짓밟기" 기술들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 처음 환영의 나비를 만나면 이기는 것이 쉽지 않은데, 연속 공격이 현란하고 플레이어의 체력에 비해 공격 피해가 극심하다. 기본 방어 기술들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면 이기기 어렵다. 환영의 나비를 이겼다면 겐이치로를 상대할 텐데, 이때부터 "튕겨내기"와 "간파하기", "짓밟기" 기술들을 모두 활용하는 보스전이 시작된다. 특히 겐이치로는 번개 공격을 하기 때문에 반격기이자 기원의 궁부터 필수 기술인 "뇌반"도 써야 한다. 방어 위주로 "일문자 이연"을 사용하여 체력을 조금씩 깎으며 상대하기를 권장한다. 일단 이 두 보스들을 꼼수가 아닌 정면대결로 이겼다면, 이 게임의 엔딩을 볼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반 보스 "파계승"부터 어떻게 체력과 체간 피해를 관리하며 싸울 것인지 좀 더 생각해야 한다. 이후 보스들의 공격들은 한 번 제대로 맞으면 체력의 1/3 이상이 깎이고, 플레이어의 체간 피해가 최고점에 이르면 고유의 필살기로 즉사에 가까운 체력 피해를 준다. 무엇보다 거리가 가까우면 플레이어가 체력 회복을 할 수 없게 계속 근접 공격을 한다. 이런 경향은 엔딩 이후 해금되는 "희귀한 강자와 연속으로 싸운다"에서 등장하는 "마음속 겐이치로", "마음속 의부", "마음속 아시나 잇신"들과의 전투에서 정점에 이른다. 개인적으로 마음속 의부가 상대하기 어려웠던 것은, 전투 중 쉴틈을 주지 않는 호전성과 본편에서 볼 수 없었던 현란한 기술들과 반격기들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보스를 상대할 때면 플레이어도 이미 이 게임에서 요구하는 능력치들 다 갖춘 상태이긴 하다.

회차에 상관없이 적들과 보스들의 공격들 때문에 플레이어의 세키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죽는다. 가끔은 전투 중 당황해서 낙사할 수도 있다. 2회 차까지 정공법으로 모든 적들과 보스들을 상대했다면, 3회 차부터는 망설이지 않고 싸우는 세키로를 보게 될 것이다. "망설임은 곧 패배라고... 그것이 전투라네."

 

스토리가 유기적이었고 이해하기 쉬웠다. 4개의 결말들도 납득할 수 있었고 가장 마음에 드는 엔딩은 "인간 회귀" 엔딩이었다. 세키로가 의부를 거역하면서까지 자신의 주군 쿠로를 섬겼고, 그가 용윤의 신성한 계승자가 아닌 한 인간으로 살아가길 원했기에, 그의 소망을 들어주는 것이 세키로의 "해야 할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수라" 엔딩은 2회 차 때 보았는데, 진 최종 보스 "검성 아시나 잇신"보다 "아시나 잇신"이 더 "검성"스러웠다.

Yuka Kitamura는 From Software에서 <소울 시리즈>를 비롯한 여러 게임들의 음악을 담당했다. 이 게임에서도 그녀의 작곡 능력과 감성은 대단했고 몇몇 곡들은 가끔 다시 듣는다. 가장 좋아하는 곡은 기원의 궁 보스 "앵룡"의 테마 "Divine Dragon"이다.

 

일본 전국시대 말기와 헤이안 시대의 문화가 섞여 있는 듯한 배경 연출이 인상적이다. 게임을 하다가 잠시 멈춰 경치를 보았을 정도로 선과 색이 유려하고 화려했다. 다소 과장되고 이질감이 드는 공간 연출들이 있지만, 현실과 판타지가 적절하게 섞여 있어서 등장하는 모든 지역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세계라는 느낌을 준다. 특히 지역마다 계절 색이 짙다. 계절적으로 아시나 성과 그 주변은 겨울, 용천강가 히라타 영지는 여름, 금강산 선봉사는 가을, 기원의 궁은 봄이다.

<Sekiro: Shadows Die Twice>는 싱글 ARPG로서 완벽에 가까운 구성과 게임성을 가졌다. 스토리와 관련된 DLC가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From Software는 이 게임에 더 추가할 것들이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후속작에 대한 계획도 없고 온라인 서비스도 없다. 즐길 만큼 즐기고 미련 없이 그만할 수 있는 게임이다.

 

유저 Mod로 Sekiro Resurrection이 있다. 2022년 7월 22일 기준으로 Beta Patch 1.11이 공개되었다. 완성도가 높고 현재도 계속 개발 중이다. 이 Mod를 본편 3회 차 이상 풀셋 Sekiro 플레이어들에게 추천한다. 초회 차로 하기에는 버겁다. 본편 중간 보스들과 메인 보스들이 가진 약점들을 줄였고, 정석적 전투가 아닌 잡기 위한 "꼼수"들을 거의 없앴다. 공격 패턴들을 알고 튕겨내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새로운 중간 보스들이 생겼고, 새로운 아이템들과 닌자 기술들이 추가되었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기에 이 Mod를 설치하기 전에 기존 세이브 파일은 백업을 해두는 것을 권장한다.

전투 난도가 높다보니 본편에서 거의 쓰지 않았던 의수 닌자 도구들, 예를 들면 "안개 까마귀"나 "행방불명"이 유용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특히 보스를 상대할 때 "세설", "쌀", "감", "신을 먹는 비약" 등 여러 회복제들을 사용해야 할 때가 있다. 특히 거의 다 잡은 보스를 앞두고 죽고 싶지 않아서, "포대기 지장보살", "진자에몬의 지장보살" 같은 회생 아이템도 사용했다. 본편에서 분명 좋지만 전투에서 사용빈도가 적은 닌자 도구들과 아이템들이 필요해지면서, 보스들과의 전투가 더욱 전술적이면서 처절해졌다.

기존 적 유닛들의 배치가 달라졌고 수도 조금 많아졌다. 그 때문에 좀 더 신중하고 전술적인 선택과 행동들이 요구된다. 특히 균열의 동굴에서 보살 계곡으로 가는 길목에서 검과 총을 든 원숭이들이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몰려있는 원숭이 떼를 압살 하기 전에, 사방에서 날아오는 총탄들에 Sekiro가 먼저 쓰러질 수도 있다. 몇몇 중간 보스들과의 전투에서 이기면 재전투를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준다. "죽지 못하는 한베"가 있는 곳에서 사용하여 재전투를 할 수 있다. "불소"와 "갑옷무사"는 출입문 근처에 따로 재전투 할 수 있는 Portal이 있다.

종귀, 표주박 사용 횟수 증가, 아이템 판매, 쿠로의 부적 반납 등 특정 NPC를 만나거나 특정 장소에 가야 할 수 있는 것들을, 귀불 앞에 앉아서 할 수 있다. 불필요하게 로딩 화면을 보지 않아도 된다. "카타시로 흘리기"처럼 "피 흘리기"라는 새로운 아이템이 생겨서, "혈도 술법"을 적의 피가 아닌 Sekiro의 피를 사용하여 쓸 수 있다. "야차륙의 사탕"이 보스전 필수 아이템이었는데, "피 흘리기"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텐구를 비롯한 아시나 도당과 내부군, 도적들 간의 전투가 특정 장소에서 벌어진다. 특히 중반 내부군 침입 후 "버려진 감옥 입구"에서 아시나 성 본성으로 들어가는 곳에서 전투에 지친 텐구를 만날 수 있다. 본편이 고려하지 못한 설정들이 Mod를 통해 구현되었다.

장점이자 단점인데, 기존 보스들의 공격과 반격이 강화되었다. 연속 공격이 길고 빠르며, 그 패턴이 다양해졌다. 강화가 아주 잘 된 보스들은 "오니 교부", "겐이치로" (토모에 류 포함), "환영의 나비"로, 각 캐릭터 설정에 맞는 공격들이 추가되었다. Mod를 만든 사람의 감각과 역량, 게임에 대한 이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 닌자 올빼미"와 "의부"는 공격 패턴이 연속 연격 위주로 강화되었다. 이 Mod의 개발자는 이 "올빼미" 캐릭터에 많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공통적으로 올빼미의 공격들을 튕겨내도, 지속되는 연속 공격들 때문에 체간 피해가 너무 커서, 한 번 튕겨내지 못해서 죽거나 죽음 직전까지 몰린다. "슈퍼 아머" 공격들이 대부분이고 하단 베기를 즐겨 쓴다.

아마도 "대닌자 올빼미"나 "의부"를 상대하다가 좌절하여 이 Mod를 지운 플레이어들이 많을 것 같다. "대닌자 올빼미"는 회복 아이템들을 못 먹게 하는 금약 공격이 악랄해졌고, 독을 사방에 뿌린다. 추가로 화염 공격이 생겼다. "의부"는 기본 공격이 끝나는 부분에서 다시 세 가지 패턴으로 나눠진다, 연격에서 화약으로, 연격에서 안개 까마귀, 연격에서 대닌자 찌르기가 그것인데, 막타를 맞으면 무조건 "인살" 표시가 뜨고, 여기서 한 대 더 맞으면 거의 죽는다. 최근에 나온 Beta Patch 1.11에서 올빼미는 전투 중 거의 쉬지 않고 달리고, 연계 연격 공격들이 계속되어서, 플레이어가 확정적으로 공격할 틈이 거의 없다. 전장 구석에 몰려서 공격당하기가 일쑤인데, 시점 카메라 영역 밖이라서 타깃 설정이 해제되는 경우가 많아, 구석에 몰렸을 때 "안개 까마귀"를 사용하지 않으면 그대로 죽게 된다. 이 Mod가 "고인 물"들을 위한 Mod가 될 것인지, 아닌지는 개발자가 이 "올빼미"를 앞으로 어떻게 수정 또는 개발할 것인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흐름은 전자다. 

"검성 아시나 잇신"을 이기는 것은 "업적"에 가깝다. 본편보다 공격 패턴들이 더 다양해졌고 허를 찌르는 기발한 면들이 있어서, 몇 시간 동안 상대해야 그 패턴들이 눈에 들어와 손이 반응하게 된다. 체력을 줄여도 체간 피해 회복이 빠르다. 무엇보다 Mod 개발자가 잇신의 연계 공격들을  "슈퍼 아머"'로 설정해서, 맞붙는게 아니라 일단 공격을 막아야 한다. 플레이어가 공격에 반응하여 해당 키를 눌러도 Sekiro가 반응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하단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점프를 눌렀는데 반응이 느리거나 전혀 반응하자 않을 때가 있다. 난도가 무척 높아서 한 독일 Game YouTuber는 며칠 동안 Sekiro Resurrection을 하면서 "검성 아시나 잇신"을 만났지만 몇 시간 동안 상대하다가 이기지 못한 채 포기해서 엔딩을 보지 못했다. 한국 Game YouTuber들이 어떻게 상대했는지 참고하면 좋다. 여기까지 올 실력이라면 시간의 문제지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이긴다. 이기는 법을 알면 즐길 수 있다. 이것이 Sekiro 게임의 대전제다.

"마음속 겐이치로", "마음속 의부", "마음속 잇신"은 강화되지 않았지만 "마음속 잇신"을 이기면 특별한 보상이 있다. 

최근에 나온 Beta Patch 1.11에서 서버 로그인 오류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 외에도 몇몇 게임상 오류들이 보였다. 패치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됨으로써 여러 부분들이 새롭게 수정되고 있으니 어딘가 불안정하다. 이 Mod가 계속 Beta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Sekiro Resurrection Download: Releases · SekiroResurrection/Sekiro-Resurrection · Git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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