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 Enlightener

[Death Stranding] "Sam, Sam, he's our man..." 본문

內 世 上 /Culture & Ludens

[Death Stranding] "Sam, Sam, he's our man..."

EAST-TIGER 2023. 3. 18. 00:28

<Death Stranding>은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자신의 프로덕션을 세운 후 만든 첫 작품이다. Post-Apocalypse 장르물에 등장하는 세계들은 핵전쟁 이후나 좀비 또는 돌연변이 바이러스 확산, 환경 파괴가 주 설정인데, <Death Stranding>의 세계는 다섯 번의 멸종으로 지구상의 생명체들이 진화를 거듭했다는 과학 가설에 따라 임박한 여섯 번째 멸종이 주 설정이다.

 

멸종의 징후로 세계는 일명 "Death Stranding"이라는 대재앙 속에 놓여있다. 세계 여러 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원인 모를 폭발들이 있었다. 이후 삶에서 죽음으로 넘어가는 공간 "해변"을 지나 죽음에 이르지 못하고 "좌초"된 유령, 즉 BT (Beached Things)들이 나타났고, 그들이 살아있는 사람과 접촉하면 "Voidout"이라는 폭발이 발생한다. 자연재해로서 "Timefall"이라는 비와 눈이 내린다. 비와 눈이 내리는 곳에서 시간은 빠르게 흘러 모든 생명체의 노화가 촉진된다. 식물은 빠르게 자라나고 사물은 부식되며 사람은 늙는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Prepper가 되어 개인 Shelter 또는 도시가 제공하는 주거 시설에서 지낸다.

 

Sam Porter Bridges는 해변에서 살아 돌아온 귀환자이자 프리랜서 배송원(Porter)으로서 BT에 맞서 화물배송을 통해 사람과 사람, 도시와 도시 사이를 연결(Bridge)한다.

 

주제에 소재들이 잘 어우러져서 코지마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어렵지 않았다. Death Stranding과 Timefall로 인하여 끊기거나 사라진 길을 다시 재건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서, 개인과 도시를 국가로 연결해서 멸망 전까지 인류는 존속해야 한다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다. 이 목표의 당위에 대해 Amelie와 Die-Hardman이 Sam에게 하는 말들은 국가주의 또는 전체주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 "세상에 공짜는 없지. 연결성과 편의성을 원한다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다."

 

고립으로 인한 죽음은 원하지 않기에 Prepper들은 배송원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배송원들을 점점 기업이나 국가가 고용하여 Prepper들을 국가의 통제나 기업의 네트워크 속에 살아가도록 유도한다면, Elder나 첫 번째 프레퍼, 베테랑 포터 등 국가와 집단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은 근심 또는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최소한 내 경험으로는 사람들이 한데 모이면 좋게 끝나지 않더라고." 그들이 처음부터 UCA (United Cities of America)에 가입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멸망이 임박한 세계에서 국민의 참정권이 없는 UCA는 엘리트 권력 집단일 뿐이다. Sam 역시 그것을 알고 처음부터 UCA가 아닌 Amelie를 위해 UCA에서 임무를 맡는다. 

 

Sam이 맡은 임무들은 시체 소각, 네트워크 설치, 산악 등반, 배송, 전투, 심부름 등 다양하다. 개인의 자유는 생존이 보장되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으니, 생존을 위해 기업의 네트워크 또는 국가의 통제가 필요하다. 이 네트워크와 통제는 개인의 양적 자유만을 보장하기에 개인과 개인, 개인과 기업, 개인과 국가 간의 존중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 Sam은 부여된 임무들을 통해 국가와 사회를 재건하고 인간관계를 회복한다.

 

이야기의 전개와 결말을 바꿀 수 있는 선택권이 플레이어에게 없지만, 이 게임의 핵심 시스템인 비동기 멀티플레이를 통해 플레이어들은 그 재건과 회복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로서 세계를 함께 만들 수 있다. 전 지역 국도를 재건했고 타임어택을 위해 집라인들을 설치했다. 배달만 했을 뿐인데, 가끔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설산과 적 기지 근처에 누군가 만들어 놓은 세이프 하우스들과 포스트 박스들은 아주 유익했다. 다들 비슷하거나 같은 생각들을 하고 있다. "비록 우리가 함께하지 못해도, 우리는 언제나 연결되어 있을 거야."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2시간 정도 Tutorial과 Cut Scene이 진행된다. 특히 Cut Scene은 Episode 15를 제외하면 주로 매 Episode 시작과 끝에 등장한다. "조용히, 다 얘기해 줄게. 질문받을 시간 없어." 긴 Cut Scene으로 인하여 게임이 두 시즌 분량의 드라마처럼 느껴졌다. Amelie가 하는 말들의 대부분을 공감할 수 없다. "가면을 쓰고 거짓말만 해온 여자 말을 믿으라는 겁니까."

 

1회 차는 "어려움" 난이도로 했고 2회 차는 "매우 어려움", 3회 차는 Director's Cut 버전으로 "매우 어려움"에서 엔딩을 보았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매우 어려움"에서 그 깊이가 느껴진다. Timefall이나 강물에 닿기만 하면 빠르게 산화하는 화물케이스, 국도에서 벗어나면 배터리 소모가 심해지는 차량, BT와 적들의 향상된 AI와 HP 등, 코지마 감독이 구축한 세계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특히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그 사정이 집약된 Cifford Unger와의 전투는 "매우 어려움"에서 더욱 처절하다. 말 그대로 미션 완료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 전투가 쉬워지면 "고인 물" 영역에 들어선 것이라 생각한다.

 

본편의 과한 연출들이 Director's Cut에서 일부 수정되었는데, 처음부터 Director's Cut으로 발매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배달 방식의 다양함과 국도의 연장은 본편보다 좀 더 쾌적하고 전략적인 플레이 환경을 제공한다. Director's Cut을 구입해서 "매우 어려움"으로 해보길 권장한다.

 

왜 작품에서 코지마 감독이 자신이 설정한 세계 내 개념들, 예를 들면 "해변", "Chiralium", "BT"에 대해 많은 정보들을 플레이어에게 주입했는지는, 지난 12월 초에서야 알게 되었다. 코지마 감독은 The Game Awards 2022에서 <Death Stranding 2>를 예고했다. <Death Stranding> 출시 후 3년이 지난 시점이라 앞으로 2년 내에 신작이 출시될 것 같다. Teaser만 보면 프리퀄이 아닌 후편이고 배송보다는 전투와 탐험에 중심을 둔 느낌이 든다. 발매되면 구입할 예정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