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 Enlightener
실로 엄청난 발전이다 본문
만물이 생장하는 6월이다.
자연의 생명력은 내가 있는 어디에서도 느낄 수 있다.
화초들은 뜨거운 햇빛으로부터 활기를 얻고,
자신들이 살아있다는 증거를 내게 보인다.
곤충들은 이층까지 기를 쓰고 날아들어,
좁은 창틈을 뚫고 내 방 안으로 들어오려 한다.
나의 식욕도 왕성해져서 음식들을 만들어 먹는다.
그렇게 6월은 시작되었다.
아쉽게도 논문에 대한 나의 열정은 기복이 심하다.
열의를 갖고 읽고 쓰는 것에 집중해도 이틀 이상 계속되지 못하고,
두려움 없이 세상의 종말을 기다리는 듯 방황하는 날들은 상대적으로 길다.
심심한 마음은 금할 방법이 없고 현실에 대한 짜증은 현기증을 나게 한다.
기력이 변변치 않은 이런 시간들은 내게 여러 생각들을 들게 한다.
그 생각들이 나를 죽이거나 망치지 않게 하는 것이,
결국 인생의 여정일 것이다.
빅밴드 No Surrender에서 임시로 다시 알토 색소폰을 연주하기로 했다.
6월 29일에 콘서트가 있는데 Jessi는 어깨 부상으로,
Kerstin은 가족 여행으로 불참이 유력해져서 알토 연주자가 없다.
반대로 테너 색소폰 연주자들은 3명이 있기에,
나는 연습용으로 구입한 알토 색소폰으로 콘서트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밴드 리더인 Thomas는 고마워 했고 나에게 필요한 악보들을 모두 주었다.
알토 색소폰을 오랜만에 연주하게 된 첫 합주에서 그럭저럭 성과를 내었다.
Ska-Rock 밴드 Skartoffeln에서의 활동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Olli가 개인 일로 빠진 합주에서 나의 연주는
현재 상태와 앞으로의 가능성들을 멤버들에게 보여준 시간이었다.
합주가 끝나고 멤버들과 잔디밭 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그들은 내가 계속 밴드에서 활동해주기를 원했고,
나 역시 긍정적으로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이전부터 생각해 온 밴드에 대한 조언들을 길게 말했다.
그들은 나의 조언들에 어느 정도 동의를 했고,
앞으로 있을 EP 발매와 공연에 함께 하기로 했다.
지도 교수님께 지금 내가 공부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간략하게 메일을 보냈다.
Kolloquium에서 만나지만 따로 면담을 하지 않기에,
이러한 메일은 일정 시간이 되었다고 느껴지면 본능적으로 보내게 된다.
답장은 메일을 보낸 후 3-4일이 지나서 왔고,
교수님은 나의 견해에 긍정적으로 반응했고,
현재 노르웨이에서 플라톤 세미나에 참여 중이라고 알려 주었다.
우리는 이번 주 Kolloquium에서 만났지만 별다른 대화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Kolloquium에서 나는 몸과 마음이 피곤했다.
6월 6일은 故 유재하의 생일이었다.
현충일에 국립묘지를 가거나 순국열사들에 대한 고마움은
지금까지 많이 표현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유재하에 대한 고마움은 올해 처음으로 음악방과 SNS에 표현했다.
클래식을 전공하고 대중음악을 한다는 것은 그 당시에 좋은 인식을 주지 못했지만,
아름다운 청년 유재하는 그러한 인식을 하찮고 비천한 것으로 치부할 수 있는,
위대하고 영원할 1집 앨범을 발매하고 세상을 떠났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그의 탄생은 한국 음악계에 축복이고,
나에게도 고마움이다.
5일과 6일 새벽에 유재하의 음악들을 들으며 밤을 새웠다.
그동안 AOK에서 학생 신분으로 건강 보험을 보장받았으나,
앞으로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오랜만에 걸려온 휴대폰 전화를 받으니 AOK 보험 설계사의 무겁고 느릿한 음성이 들렸고,
그는 내게 미안할 말을 하게 될 것을 예고하면서 "밑밥"을 깔았다.
독일은 30세가 넘으면 학생 자격으로 보험을 신청할 수 없다.
나는 군복무와 한국에서 공부했던 년수들을 배려받아서 지금까지 혜택을 받았지만,
이제는 그 혜택도 만료된 것이다.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침착해지고 그동안의 고마움을 보험 설계사에게 표현했다.
학교 관련 부서에 이 문제에 대한 메일을 보냈고 답장을 받았다.
덕분에 좀 더 저렴하고 필요한 보험을 가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 역시 삶의 일부이다.
동생과 자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직과 장래에 대한 고민과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 승무원은 좋은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규칙한 생활과 언제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동생에게는 여전히 고민거리이고 무엇인가 해야 겠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한다.
나는 동생의 말들에 장단과 추임새를 넣는 정도로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서로가 응원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남북관계 만큼이나 실로 엄청난 발전이다.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트럼프가 싱가폴에서 만난다.
언젠가 벌어질 일이었기에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그동안 "실체"가 아닌 "단어"에
많은 사람들이 농락당했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대통령 전용기가 싱가폴까지의 비행이 불확실하다는 "실체"는,
북한이 가진 핵폭탄과 국방력에 대해 매우 의심스럽게 한다.
지난 10년 가까이 북한은 천안함을 폭파하고 농협 전산망을 공격하는 등,
못하는 것이 없었는데 싱가폴까지 날아갈 확실한 비행기가 없다고 한다.
한국은 무슨 근거로 북한의 군사력을 무서워 한 것일까?
우리는 그동안 핵, 미사일 등 "단어"들에 집중한 나머지 "실체"를 보지 못했다.
월드컵이 다가오니 그동안 내가 느꼈던 국가대표 축구팀에 대한 생각들을 글로 적을 생각이다.
실제로 DLC로 패치된 2018 FIFA World Cup 버전은 좋은 퀄리티를 보여서,
FIFA 18을 "갓겜"으로 만들었고 EA가 어떻게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을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달리기를 하다보면 죽음을 앞둔 하루살이들의 정열스러운 짝짓기를 가로 지르고,
열심히 굴을 파는 개미들을 나도 모르게 밟기도 한다.
최대한 신경쓰며 그들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아침에 방심한 "폭식"이 하루를 고통스럽게 했다.
조남주 작가의 <82년 김지영>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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