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 Enlightener
[문라이트] 강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본문
2017년 89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OST를 먼저 찾아 들었다.
주로 현악과 피아노로 연주 되었고 듣고 있으면 영화 주 배경인 바다가 연상되었다.
때로는 강렬하게 태양이 비치는, 때로는 밝은 보름달이 떠 있는 바다였다.
영화의 분위기는 스토리의 논리적인 구조가 아닌 귀에 들리는 음들의 높고 낮음에서 형성된다.
그래서 눈을 감고 소리만 듣고도 충분히 이 영화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티아 달마 역으로 열연한 Naomie Harris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티지 역의 Mahershalalhashbaz Ali를 오랜만에 보았다.
둘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었고 주인공 샤이론의 성장과 가치관 형성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독 Barry Jenkins는 원작인 희곡 <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에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나도 엄마가 싫었지. 하지만 지금은 미칠듯이 그리워"
나는 이 영화가 성소수자들을 특히 동성애자를 다룬 퀴어(Queer)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샤이론은 어릴 때부터 사람들의 친절과 사랑을 느끼기 힘들었고,
여자든 남자든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주는 사람들들에게도 마음 열기를 조심스러워 한다.
그에게 사랑은 성별의 다름을 전제한 교제에서 시작하는 것 아니라,
자신에게 연민을 가진 사람과의 교제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그는 '호모'(Homo) 라는 뜻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사람들로부터 '호모'라고 불린다.
누군가 자신을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져 준다면,
성별은 중요하지 않았다.
"고개숙이지마! 규칙 알쟎아. 여기는 사랑과 자부심 밖에 없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샤이론의 눈이다.
그의 눈은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 앞에서는 한없이 불안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친구 케빈에게 구타를 당할 때는 슬프다.
처음으로 자신을 괴롭힌 친구에게 복수를 할 때는 분노가 가득하고,
요양원에서 치료를 받는 어머니의 참회를 볼 때는 애처롭다.
그의 눈에 서려있는 감정은 그의 말보다 더 분명하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아름답지 않다.
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채 소년원에서 생활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릴 때 만난 후안처럼 마약을 팔며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삶을 사는 것이다.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는 그의 돈을 빼앗거나 집의 물건들을 팔면서까지 마약을 하다가,
결국 요양원으로 보내졌고 샤이론은 어두운 방에서 혼자 살아간다.
흑인이라고 해서 마약을 더 좋아하고 범죄에 더 익숙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샤이론이 사는 세상에서 흑인들은 대부분 불행하고,
자신도 그런 흑인들 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넌 나를 만져준 유일한 사람이야. 유일한 사람"
10년만에 재회한 케빈은 요리사가 되었고 결혼 후 아들을 얻었지만,
과거의 범죄로 인해 가족과는 별거 중이다.
샤이론 역시 집과 차를 가졌지만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그들은 그렇게 차가운 현실에서 서로의 온기를 다시 나눈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은 동성애라기 보다는 인간애처럼 보인다.
사람들 간의 사랑은 어떤 특별한 조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마음과 마음이 닿고 서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면,
그 어떠한 관계들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의 생각과 취향에 따라 일부 관계들을 혐오하거나 비판할 수 있지만,
그것들이 '사랑'이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다.
영화에서 본 백인은 단 두명 뿐이었다.
그만큼 흑인들의 문화와 언어, 그들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금이야 인종차별이 전세계적으로 금기시되지만,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80-90년대는 여전하다.
그리고 시종일관 담담하게 표현된다.
등장인물과 배경 그리고 순간의 분위기들은 강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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