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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日記/Hello- Yesterday

드디어 우리 식구가 다 모인다

EAST-TIGER 2017. 9. 24. 01:06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을까?

서로 기억이 정지되어버린 채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만났을 때, 

우리는 어쩌면 지금의 "우리" 보다 그때의 "우리" 를 더 떠올리고 말할 것이다. 

나에 대한 누군가의 기억이 항상 좋을 수도 없고 나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어떤 기억의 흔적과 감정의 결과라도 

나는 받아 들여야 한다. 

비록 그것이 지금의 "나" 와는 다를지라도. 

아니면.. 그것 역시 "나" 이다. 


독일에서는 거의 매일이 주말이었지만, 

부모님과 함께 있는 한국에서는 주말만 주말이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식사를 하니 정오가 다 되었다. 

어머니는 아침부터 고기를 굽고 나는 그것을 반드시 먹어야 한다. 

그리고 과일들과 각종 즙들을 먹고 마셔야 한다. 

몸도 좋아지고 살도 불어간다. 

지금은 이것이 "효도" 이다. 


오후 2시에 애오개 역 근처에서 차 교수님을 만났다. 

한국에 있을 때도 그리고 논문 지도를 받을 때도 이렇게 독대를 해본 적은 없었다.

나는 열심히 말을 했고 차 교수님은 그 말을 거의 다 들었다. 

가끔 질문을 하셔서 말의 의미를 분명히 이해하려 하셨다. 

차 교수님 특유의 성격과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오후 4시 30분이 되어서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부인의 부탁을 받아 마트로 향하는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서 있었다. 

이제 또 언제 만나 대화를 할 것인가..?


신촌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송도 신도시에 저녁 7시가 다 되어서 도착했다. 

잠시 후 승은이가 차를 몰고 내 앞에 섰다. 

우리는 가벼운 저녁 식사를 하고 근처 재즈 공연을 하는 "Waan" 이라는 카페에 갔다. 

공연 전에 우리는 차를 마시며 대화를 했다. 

아쉽게도 우리는 예전에 기억들을 가진 채 대화를 하여 무슨 말들을 해도

서로에게 "상처" 였고 "도발" 이었다.  

우리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지만 어딘가 아파하며 힘들어 했다. 

나는 그녀의 얼굴과 몸 그리고 분위기를 잘 기억하기 위해서

계속 그녀를 바라보았고 잠시 시선을 돌리더라도 다시 그녀에게 돌아왔다. 

나는 지금의 그녀를 잘 기억하고 싶었고, 

이 기억이 다시 만날 때 어떤 "도움" 이 되길 원했다.   

그녀는 나를 근처 인천 지하철 어느 역에 내려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짧게 느껴졌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을 읽었다. 

약간 지친 기관사의 목소리가 스피커로 들렸다. 

공용 Wi-Fi도 연결이 더디다. 

전철에서 내린 후 나는 좀 더 힘차게 걸었다. 

그렇게 나는 내가 건강하고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 


집에 도착하니 부모님이 함께 TV를 보고 계셨다. 

나에게 그런 모습이 "평화" 이자 "평안" 이다. 

이제 동생이 온다. 

드디어 우리 식구가 다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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