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世紀 Enlightener
EPL 21라운드 맨유와 첼시전 관전평 본문
어제 새벽 1시에 있었던 맨유와 첼시의 경기는 근래 두 팀간의 경기에서 보기 드문 스코어가 나왔다. 결과는 3:0으로 맨유승. 예상하기 힘든 스코어가 나오는 바람에 나도 경기가 끝난 뒤 어색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 경기에 전 첼시 감독인 호세 무리뉴가 관전했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부분이다. 자신이 감독하던 첼시, 앞으로 경기를 해야될 맨유. 무리뉴는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다.
이번 경기에서 퍼거슨 감독은 긱스를 중앙미드필더로 선발 기용했고 스콜라리 감독은 드록바를 선발 기용한 것이 특이점이었지만 결과는 극과 극을 낳았다. 긱스는 중앙에서 골배급과 코너킥을 잘 해냈고 적지않는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다. 사실 긱스의 나이를 감안하면 더이상 그를 윙포워드나 왼쪽 미드필더로 뛰는 경기를 찾아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를 미드필드진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즐거운 일이다. 반면 드록바는 이전같이 경기를 주도하는 면이 없었다. 간간히 시도하는 그의 돌파는 계속 막혔고, 크로스나 패스 또한 부정확했다. 첼시에게 안타까운 점은 드록바가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는 점에 있다. 오히려 경기 중간중간에 심판과 상대편을 향한 어린애 같은 제스처에 웃음만 나왔다. 또한 너무 착해졌다고 할까. 여튼, 부상 이후 드록바는 아직 정상궤도도 아니고 승부욕 또한 많이 부족했다.
경기 전반전은 빅경기 답게 치열했다. 같은 국가 대표팀은 루니와 램파드, 카르발료와 호날두는 경기 도중 충돌을 일으키며 플레이에 있어서 양보가 없었다. 다만, 맨유는 특유의 즉흥적인 공격에 짜임새가 더해졌고 첼시는 치밀한 짜임새에 어색한 즉흥성이 있었다. 많은 휴식을 취했던 박지성은 첼시의 측면과 중앙 윗부분을 교란했다. 그의 활발한 움직임은 간간히 팀의 골찬스를 제공했고 자신도 직접 슛팅을 날려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당초 호날두를 막을 예정이던 보싱와는 루니의 지능적인 플레이에 경고를 받은 뒤 플레이가 위축되었다. 루니는 보싱와의 수비가 호날두에게 부담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경기 초반 보싱와에게 반칙을 유도하여 경고를 받게 했다. 그것은 마치 퍼거슨의 계획에 있던 것처럼 느껴진다. 연이어 카르발료, 테리 등 첼시의 수비들이 경고를 받았으니까. 그러니 첼시의 수비진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전반전은 박지성의 43분 쯤 호날두의 패스를 받아 강력한 슛을 날렸지만 테리의 수비로 막혔다. 이후 경기가 어수선한 분위기로 흘러갔는데 전반전 끝날무렵 맨유의 코너킥 상황에서 베르바토프의 타켓맨다운 헤딩 어시스트로 비디치가 헤딩으로 골을 넣었다. 그 전에 긱스의 재치있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상당한 득이 되었다. 무난하게 끝날 것 같던 전반 말미에 예상치 못한 득점으로 첼시는 부담감을 가지고 후반전에 임했다.
후반전은 맨유의 페이스였다. 맨유는 계속해서 첼시를 밀여붙였고 첼시의 수비진들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던 발락과 미켈이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직감적으로 테리의 리더십이 약해진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후반 18분 에브라의 크로스를 루니가 애슐리 콜 가랑이 사이로 논스톱으로 재치있게 밀어넣었다. 그 골은 애슐리 콜이 외각으로 걷어낼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 긴장이 풀어진 건가. 퍼거슨은 테베스의 교체를 준비했지만 이 골로 인해 테베스는 다시 벤치에 앉게 되었다. 아마 득점을 위해 박지성과 교체하려고 했을 것 같다.
경기는 후반 83분에 들어서 완전히 맨유로 넘어갔다. 첼시 선수들은 의욕이 없었고 악몽같은 경기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 분위기였다. 아넬카는 이 경기에서 존재감이 없는 공격수로 전락했고 램파드, 데코의 골배급은 전혀 통하지 않아 보이지도 않았다. 이와 다르게 맨유는 전반에 부진했던 호날두가 살아나면서 첼시의 수비진을 공격했다. 결국 후반 87분에 베르바토프의 쐐기골로 첼시는 무릎을 꿇었다. 이 골도 첼시에서 베르바토프를 마크하는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 아쉬움을 준다. 득점하기 전 베르바토프 옆에서 베르바토프를 바라보던 테리의 눈이 슬퍼보일 정도였다. 반면, 게리 네빌은 동료의 득점에 포효했다.
첼시는 올 시즌 원정경기 무패라는 기록을 마감했고 맨유는 홈경기 무패를 계속 이어갔다. 두 팀간의 경기에서 보기드문 3:0 스코어가 나와 당황스럽지만 맨유는 훌륭한 경기를 했다. 경기막판에 비춰진 퍼거슨의 모습은 담담했고 스콜라리는 초조해보였다. 결국 이 두 감독의 모습이 올 시즌 맨유와 첼시의 분위기를 말해준다. 개인적으로 첼시가 빨리 예전의 강력한 분위기를 찾길 바란다. 첼시가 약해진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內 世 上 > 時代有感' 카테고리의 다른 글
GM은 살고 쌍용은 죽을 것인가? (0) | 2009.06.03 |
---|---|
'미네르바' 라는 미끼에 달려드는 한국정치판 (0) | 2009.01.16 |
퇴임한 조지 W. 부시가 남긴 씁쓸한 흔적들.. (0) | 2009.01.14 |
'슈퍼매치' 맨유 vs 첼시, 위기탈출을 꿈꾸는 스콜라리와 박지성 (0) | 2009.01.11 |
모델 박서진에 대한 변명 ; 황진이가 '황진이' 되기까지는 험난하다 (0) | 2009.01.06 |